산장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길을 나섰다. 포다라 산장에서 페데류 산장(Rif. Pederű)까지는 급경사 내리막 길이었다. 차도 다니는 길을 걸었다. 한쪽은 낭떠러지고 경사도 급해 차들도 엉금엉금 긴다. 페데류 산장에서 다시 긴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산길에 세 개의 언어로 표시된 이정표가 많았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에는 돌로미티 지역을 포함한 사우스 티롤(South Tyrol)은 원래 오스트리아 땅이었다. 1차 대전이 끝나고 이 지역이 이탈리아로 귀속되면서 졸지에 나라가 바뀌게 된 것이다. 돌로미티가 이탈리아로 할양된 것이 1918년인데, 여기 사는 사람들은 아직도 과거 오스트리아에서 쓰던 독일어를 쓰고 있다. 그런 배경 때문에 이 지역 문화는 오스트리아에 가깝고 언어 또한 독일어가 더 널리 쓰인다. 요즘은 이탈리아어와 독일어 외에도 산악지역에선 원주민들이 라딘어를 사용하는 까닭에 이정표도 복잡하게 만들어 놓았다.

 

차도 다니는 넓은 길을 걸어 파네스 산장(Rif. Fanes)에 도착했다. 여기부터 다시 오르막이 나왔지만 그리 길지는 않았다. 조그만 호수가 나왔고 이름도 모르는 작은 산장도 지났다. 초원엔 조랑말과 젖소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알프스 특유의 평화로운 풍경이 우리 앞에 펼쳐졌다. 양 옆으로 줄지어 나타나는 암봉들을 사열하는 기분으로 걷고 또 걸었다. 우리가 묵을 스코토니 산장(Rif. Scotoni)으로 가는 가파른 산길도 있었지만, 우리는 로시아 고개(Col de Locia)를 내려선 후 도로를 따라 걸었다. 산장에 이르는 마지막 오르막에 다들 안간힘을 쏟아야 했다. 그렇게 스코토니 산장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해발 1,985m에 있는 고즈넉한 산장은 규모는 작았지만 정감이 갔다.


포다라 산장에서 맞은 아침 풍경이 너무나 평온해 보여 하루의 출발이 산뜻했다.


페데류 산장으로 내려서는 산길에 아름다운 자태를 지닌 야생화가 우릴 반긴다.


 


페데류 산장으로 내려서는 길은 경사가 급한 대신 가끔 시원한 조망을 선사하기도 했다.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산길을, 바이커들은 도로를 이용해 파네스 산장으로 향했다.


 



점점 고도가 높아지면서 돌로미티의 산악 풍경 또한 웅장한 모습으로 바뀌고 있었다.


 


1928년에 지어져 오랜 기간 돌로미티의 명소 역할을 한 파네스 산장에 닿았다.





 

제법 오르내림이 있는 구간임에도 우리 앞에 펼쳐진 놀라운 풍경에 힘든 줄도 몰랐다.


 

세 개의 언어로 표시된 이정표



로시아 고개를 넘어 산 아래로 내려섰다가 다시 급경사를 올라야 했다.


하룻밤 묵은 스코토니 산장은 꽤 정감이 가는 곳이었다.


 

스코토니 산장 주변을 거니는 동안 웅장한 산악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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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장에서 숙식을 하며 34일 일정의 알타비아 1(Alta Via 1) 트레킹에 나선다. 알타비아 1은 돌로미티 트레킹 코스 가운데 아주 인기가 높은 트레일이다. 돌로미티에는 알타비아라 불리는 트레일이 모두 8개가 있는데, 모두 톱-다운 방식으로 북에서 남으로 이어진다. 알타비아 1은 그 중에서 가장 고전적인 트레일이라 비아 클라시코(Via Classico)라 부르기도 한다. 브라이에스 호수(Lago di Braies)를 출발해 코르티나 담페초를 경유, 벨루노(Belluno)까지 가는 150km 거리의 트레일이다. 전체 구간을 걸으려면 10일은 잡아야 한다. 이 일정이 너무 길다면 벨루노까지 가지 않고 파소 두란(Passo Duran)까지만 걸어도 좋다. 우리는 브라이에스 호수를 출발해 페데라 호수(Lago do Federa)에서 코르티나 담페초로 빠지는 나흘 일정을 택했다. 이 정도로도 알타비아 1을 맛보기에는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우리가 걷는 코스는 대부분 파네스-세네스-브라이에스 자연공원(Parco natuale Fanes-Senes-Braies)에 속했다. 차량을 이용해 알타비아 1이 시작되는 브라이에스 호수로 이동했다. 해발 1,493m에 위치한 에머랄드 빛 호수가 우릴 반긴다. 아름답고 평온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호수를 오른쪽에 두고 30여 분 걸어 호수 끝자락에서 산길로 들어섰다. 경사가 급한 오르막이라 금방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쉬어 가자고 아우성을 치는 사람이 있어 뜨거운 햇살을 피할 곳도 없는 곳에서 휴식을 취해야 했다. 이것이 마지막 오르막인가 싶으면 또 다른 오르막이 나타나 우릴 괴롭혔다. 해발 2,388m의 소라 포모 고개(Forcella Sora Fomo)에서 긴 오르막이 끝이 났다. 그 아래 있는 비엘랴 산장(Rif. Biella)부터는 넓고 평탄한 길이 나타난 것이다. 비엘랴 산장은 염치없는 손님들에게 약간 고압적이었다. 커피나 맥주 같은 음료를 시키지 않으면 화장실 이용도 눈치가 보였다.

 

지나는 비를 피해 세네스 산장(Rif. Sennes)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평탄한 산악 지형을 걸었다. 산책에 나선 사람들처럼 다들 발걸음이 가벼웠다. 초원 지대에 에델바이스가 얼마나 많던지 일행들 시선도 이제는 좀 무심해졌다. 바닐라 향이 나는 바닐라 난초(Vanilla Orchid)도 눈에 띄었다. 첫날 묵을 포다라 산장(Rif. Fodara)에 도착했다. 깨끗한 시설에 잠자리도 아주 편했다. 식사 또한 훌륭했다. 이탈리아 산장은 모두 이럴까 싶었다. 해질녘에 홀로 산책에 나섰다. 산장에서 목축을 겸하는지라 소들이 자유롭게 산장 주변을 돌며 풀을 뜯고 있었다. 가족만 이용하는 앙증맞은 교회가 눈에 띄었다. 너와 지붕을 한 목조 주택은 오랜 세월을 머금은 듯했고, 벽에 켜켜이 쌓아 놓은 장작더미도 낭만적으로 보였다.

 

본격적으로 알타비아 1으로 들어서기에 앞서 하이커들이 안내 지도에서 루트를 확인하고 있다.

 

 

암봉에 둘러싸인 브라이에스 호수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바위 틈새에 뿌리를 박은 데블스 클로(Devil’s Claw), 즉 악마의 발톱이 우리의 시선을 끌었다.

 

 

 

브라이에스 호수부터 오르막이 시작되어 꽤 오랜 시간을 걸어 올라야 했다.

 

 

돌탑 가운데 창이 세워져 있었고 성모상이 모셔진 조그만 돌집이 있는 소라 포모 고개에 올랐다.

 

소라 포모 고개에서 비엘랴 산장으로 내려서고 있다.

 

 

세네스 산장으로 가는 길에는 황량한 암봉과 바위, 그 사이에 자리잡은 초원 등이 눈에 띄었다.

 

산길엔 에델바이스가 꽤 많았다.

 

바닐라 난초

 

물망초(Forget-me-not)

 

 

구름이 몰려오더니 포다라 산장으로 가는 길에 몇 차례 소나기를 뿌렸다.

 

 

포다라 산장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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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쓰는 엔지니어 2019.01.14 10: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수옆을 걷다보면 너무 행복할거같어요 ㅎㅎㅎ 진짜 아름답네요 ㅠㅠ ㅎㅎㅎ

  2. 김종삼 2019.01.24 19: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름다운 사진과 정성이 녹아있는 설명 고맙게
    읽었습니다. 7월 초순 이 곳으로 떠날 계획입니다.
    그래서 실물에 가까운 생생한 사진을 접하니 현지에서 직접 눈으로 보는 듯 감격스럽습니다.
    한 가지 여쭙니다. 7월 초순에도 꽃, 눈을 볼 수 있습니까?

    • 보리올 2019.01.24 23: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좋은 곳을 가시는군요. 우리 자연 환경과는 많이 다른 곳이라 즐거운 시간이 될 겁니다. 일반적으로 7월 초면 야생화는 볼 수 있겠지만, 눈은 정상부 아니면 보기가 힘들 겁니다. 참고하십시요.

  3. 소명 2019.03.12 07: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연히 들렀다가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합니다~ 저도 돌로미티를 꼭 여행해보고 싶은데 몇월에 가신건가요? 그리고 몇월쯤에 가는것이 가장좋을까요?

    • 보리올 2019.03.12 18: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돌로미티를 트레킹 하시려면 아무래도 여름철이 좋습니다. 대개 산장이 문을 여는 6월부터 9월까지로 이야기합니다만 7, 8월이 적기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7월에 다녀왔습니다.

  4. 토요일 2019.07.23 11: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7~8월은 너무 덥지 않나요? 저도 내년에 돌로미티로 갈 예정 이거든요. 산장에선 샤워나 빨래도 가능한가요?

    • 보리올 2019.07.23 17: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트레킹을 하면 아무래도 땀이 나겠죠. 그래도 해발 고도가 있는 산악 지역이라 그리 덥지는 않았습니다. 산장 시설은 꽤 좋습니다. 샤워 가능하고 빨래는 직접 손으로 했습니다. 즐거운 트레킹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