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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포

산티아고 순례길 24일차(팔라스 데 레이~살세다) 할로윈 데이인 10월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상한 꿈을 두 개나 꾸었는데 그 내용이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이 나서 그 의미 파악에 골몰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마치 하늘의 계시인 듯 해서 솔직히 하루 종일 머릿속이 꽤나 복잡했다. 너무 이른 시각이라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뒤치닥거리다가 5시 30분에 부엌으로 나왔다. 파스타에 렌틸콩을 얹어 아침으로 먹고 7시도 되기 전에 밖으로 나섰다. 깜깜한 어둠을 헤치고 한 시간 넘게 걸어야 했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해 보였는데 구름이 살짝 벗겨지며 일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가 떠오른다는 느낌도 없이 허무하게 일출이 끝났고 말았다. 조금 있으니 시커먼 구름이 몰려와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았다. 발걸음.. 더보기
산티아고 순례길 13일차(프로미스타~칼싸디야 데 라 쿠에싸) 알베르게에서 2.50유로를 주고 아침을 먹었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테이블에 차려놓은 음식이 형편 없었다. 가게에서 파는 조그만 빵 두 개에 주스팩 하나, 그리고 식은 커피 한잔이 전부였는데 성의가 없는 것은 그렇다 쳐도 이것을 먹자마자 바로 배고프단 생각이 들었다. 미국 자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어둠이 깔린 순례길로 먼저 나섰다. 도랑을 사이에 두고 도로와 평행하게 순례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쭉 뻗은 길엔 커브도 거의 없었다. 30여 분을 걸으니 사위가 밝아왔다. 하늘을 가린 우중충한 구름 사이로 해가 떠올라 시시한 일출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바람은 의외로 강했다.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사정없이 등을 떠밀어 저절로 속도가 붙는 것 같았다. 사람 그림자 하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