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 트레킹'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07.17 장봉도 비박 (4)
  2. 2014.03.29 후안 데 푸카 마린 트레일(Juan de Fuca Marine Trail) ② (8)

 

<침낭과 막걸리>란 모임에서 장봉도로 비박 여행을 다녀왔다. 모두가 비박을 한 것은 아니고 텐트에서 편히 묵은 사람도 있었다. 평소에는 30여 명이 북적이던 모임이 열 몇 명으로 확 줄어버렸지만 오히려 가족적인 분위기를 풍겨 좋았다. 장봉도는 인천에서 서쪽으로 21km 떨어져있는 조그만 섬이다. 여기 오기 전에는 이런 섬이 있는 줄도 몰랐다. 영종도에 있는 삼목 선착장에서 후배 두 명과 먼저 장봉도행 페리에 올랐다. 본진은 다음 배를 탄다고 했고, 침막의 좌장인 허영만 화백은 KBS 12일 프로그램 촬영을 마치고 여수에서 올라와 마지막 페리를 타겠다 했다. 페리는 40분만에 장봉도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우리가 해산물을 구입하기로 했다. 옹암해수욕장 근처에서 조개와 소라, 낙지를 잔뜩 샀다. 다음 배가 도착하면서 많은 인파가 쏟아져 나왔고 우리 일행도 손을 흔들며 배에서 내렸다. 시끌법적한 상봉이 끝난 후 연옥골 해변으로 이동해 비박지를 마련했다. 일부는 텐트를 치고 일부는 먹을 것을 준비한다, 땔감을 준비한다고 다들 부산했다. 나만 손님처럼 어정쩡하게 해변을 배회하는 꼴이 되었다. 구름이 낀 흐린 날씨라 석양의 황홀한 바다 풍경도 꼬리를 감췄다. 안주가 준비되고 술이 몇 순배 돌았다. 날이 어두워지자, 랜턴 몇 개가 어둠을 밝혔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웃음소리와 더불어 장봉도의 밤도 깊어갔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비박지를 한 바퀴 돌아 보았다. 비박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일행 중에 누군가는 한 밤중에 낙지를 잡겠다고 혼자 뻘에 들어갔다가 넘어져 잔뜩 흙만 묻히고 돌아온 무용담도 들었다. 이 모임에선 늘 이런 해프닝이 일어나고 우리 모두는 그 때문에 왁자지껄 웃기도 한다. 사회 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이렇게 한 방에 날릴 수 있다면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고 어제 나와 함께 온 두 친구를 데리고 먼저 장봉도를 빠져나오기로 했다. 사실 이날 오후에 나는 캐나다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일행들이 해안 트레킹에 나서는 것을 보고 우리도 장봉도를 떴다. 다시 한번 왁자지껄한 작별인사를 나누고서 말이다.

 

 

 

 

 

 

 

 

 

 

 

 

 

 

 

 

 

 

 

 

'여행을 떠나다 - 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청호 드라이브  (4) 2014.07.21
충주 탄금대와 중앙탑  (2) 2014.07.18
장봉도 비박  (4) 2014.07.17
한강에서 요트를  (2) 2014.07.13
[시장 순례 ⑤] 대구 서문시장  (4) 2013.12.28
[시장 순례 ④] 부산 자갈치시장  (0) 2013.12.27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함대 2014.07.17 22: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박 ㅎ 재밌겠네요 ㅎㅎ

    • 보리올 2014.07.17 23: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비박요? 좀 추운 것만 참을 수 있다면 간편한 차림으로 자연 속을 탐험할 수 있습니다. 흥미가 당기시면 한번 직접 시도해 보시지요.

  2. 설록차 2014.07.28 04: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앞으론 이런 옛 친구 모임에 자주 가실 수 있으시겠어요...^^

    • 보리올 2014.07.28 08: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 지난 토요일에도 1박2일로 모였었습니다. 예전엔 비박 다음 날이면 산을 오르곤 했는데 요즘은 먹고 마시고 자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습니다.

 

바닷가를 걷는 해안 트레킹은 산길을 걷는 것과는 좀 다르다. 우선 오르내림이 그리 심하지 않고 가파른 오르막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다지 힘이 들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길이 습하고 젖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나무 뿌리에 걸리거나 다리나 판잣길에서 미끄러지면 다칠 위험이 있다. 바다로 나서면 바위나 자갈, 부목으로 뒤덮힌 해안을 걷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다시마가 썩어 해안에 널려 있는 구간도 지나야 한다. 산악 지형에 비해 발걸음에 상당히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이유다. 전날에 이어 두 번째 구간을 걸었다. 산길 상태는 전날에 비해 형편이 없었다. 여기저기 나무 뿌리가 드러나고 물웅덩이와 진흙탕도 꽤 많았다. 지뢰밭을 피해 조심조심 발걸음을 내딛었다.

 

파킨슨 크릭 주차장을 출발해 솜브리오 비치로 향했다. 이 구간은 8km 거리로 전날에 비해서 더 짧았다. 낙엽이 떨어진 오솔길을 걸어 바닷가로 내려섰다. 여전히 바닷가 날씨는 해무가 잔뜩 끼어 흐릿했다. 시야가 그리 밝지는 않았지만 이런 분위기도 나름 운치가 있었다. 중간에 미누트 크릭(Minute Creek)을 건넜다. 튼튼한 출렁다리를 새로 만들어 놓았다. 여기서 낙차가 10m 되는 폭포를 하나 구경할 수 있었다. 숲길에서 해안으로 다시 나왔다가 흑곰 한 마리와 조우하는 행운을 얻었다. 우리를 보고 깜짝 놀란 흑곰은 냅다 출행랑을 놓는 것이 아닌가. 잠시 자리에 서서 뒤를 돌아보다가 카메라를 들고 녀석을 뒤쫓던 나를 보더니 또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결국 도망가는 녀석의 엉덩이만 멀리서 찍을 수 있었다.

 

출렁다리 하나를 또 건넜다. 솜브리오 비치의 트레일 기점은 거기서 멀지 않았다. 우리가 목표로 했던 종착점에 도착한 것이다. 무릎이 완전치 않은 분도, 그리고 지난 몇 년간 산에 다니질 못해 허약 체질로 바뀐 나도 예정 구간을 무사히 걸은 것에 안도했다. 비록 후안 데 푸카 트레일을 전부 걸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서 만족하기로 했다. 조만간 남은 구간을 걷기 위해 다시 여길 찾을 것이다. 원래 이 후안 데 푸카 트레일은 1994년 빅토리아에서 열린 영연방 대회를 기념해 만들었다. 전체 구간 47km를 걸으려면 보통 2 3일이나 3 4일에 걸어야 하는데, 우리는 솜브리오 비치에서 차이나 비치까지 29km 구간을 걷지 못했다. 이 구간을 걸으려면 적어도 1 2일의 백패킹이 필요한 상황이라 다음 기회에 도전하기로 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Justin 2014.04.01 03: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곰이 아버지를 쫓는게 아니라 아버지께서 곰을 겁주셨네요! 마지막에서 위로 3,4번째 사진은 하얀 나비와 검은 뱀인줄 알았습니다. 신기하네요~

    • 보리올 2014.04.01 08: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곰을 겁주려는 의도는 아니었는데 곰이 겁을 먹고 도망치더구나. 난 좀더 접근해서 사진을 찍으려 한 것뿐인데 말야. 우리 일행이 네 명이라 기세 싸움에서 곰이 진 것이지. 나 혼자였으면 절대 곰을 쫓지는 안았을 것이다.

  2. 설록차 2014.04.02 04: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풍경이 기괴하기도 하고 신비스럽기도 하고~
    책읽는 남녀...ㅎㅎ
    저런 여유는 어디에서 나오는걸까요...

    • 보리올 2014.04.02 11: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개가 끼고 주위가 어두워 좀 기괴했나요? 여기 사람들 자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 우리보다 한 수 위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저도 그들을 흉내내 보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3. 제시카 2014.04.07 18: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뱀 같은 것은 무엇인가요 ㅎㅎ 뱀인줄 알고 깜짝놀랐네요.. 다시보내 연가시 같기도 하고... ㅎㅎㅎ 사람 얼굴모양의 돌도 인상적이네요 :)

    • 보리올 2014.04.08 00: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리한 눈을 가지셨군요. 저 다시마 줄기는 뱀같이 생겨 찍었고 돌은 꼭 해골 모양을 닮아 찍었지. 자연의 세계엔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

  4. SoulSky 2014.10.21 12: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트레킹이라녀...캐나다 있을때 생각도 못했는데..역시 지역마다 환경이 다른가봐요

    • 보리올 2014.10.21 14: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캐나다 동부에 있는 PEI에 계셨던 모양이더군요. 저도 몇 년을 Nova Scotia에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캐나다는 트레킹의 천국이라 할만 하죠. 캐나다 로키는 산악 트레킹하기 좋고 뉴펀들랜드나 밴쿠버 아일랜드는 해안 트레킹 하기가 좋습니다. 언제 캐나다 다시 가시면 꼭 시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