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밸리는 남북으로 220km에 걸쳐 길게 뻗어 있지만 우리는 주로 배드워터(Badwater) 주변에 머물렀다. 배드워터는 북미 지역에서 가장 낮은 지역이라는 지정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 양쪽으로는 높이 솟은 산맥이 자리잡고 있고 그 사이를 데스밸리가 유유히 지나간다. 북미 최저 지점은 해수면보다도 낮은 -86m의 고도를 지녔다. 여기에 북미에서 가장 덥고 건조한 지역이란 명예(?)도 얻었다. 우리가 데스밸리를 방문한 시점이 한겨울인 1월이었음에도 여긴 전혀 춥지가 않았다. 배드워터 지표를 하얗게 덮고 있는 것은 바로 소금이다. 오래 전에는 바다였던 지역이 지각 변동으로 솟구쳐 올라 육지로 변했고 그 안에 갇혀 버린 바닷물이 이렇게 소금으로 변한 것이다. 자연의 신비란 늘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배드워터에서 차를 돌려 아티스트 팔레트(Artists Palette)에 닿았다. 도로는 일방통행으로 운용되고 있었다. 화산암과 퇴적암이 뒤엉켜 있는데 색상이 서로 달라 묘한 색깔 조합을 이루고 있었다. 암석 안에 있는 금속 성분이 공기 중의 산소를 만나 산화하면서 다른 색깔로 바뀐 것이다. 철이 산화하면 붉은색이나 핑크색, 노란색을 띄고 운모가 분해되면 초록색, 망간은 자주색을 띈다. 이런 결과물이 모여 지표면에 다채로운 색상의 조합을 만든 것이다. 다시 차를 움직여 골든 케니언(Golden Canyon)에 도착했다. 엄청난 규모의 협곡은 아니었지만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 만난 풍경에 시종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자연의 손길에 의해 조각된 대지의 붉은 속살이 우리 눈 앞에 펼쳐지는데, 이 세상 어느 누가 이런 걸작을 흉내낼 수 있단 말인가.

 

 

 

 

북미에서 가장 낮고 가장 더운 지역이라는 배드워터는 하얀 소금으로 뒤덮여있었다.

 

 

 

데스밸리에 놓인 도로는 마치 자연의 일부인 것처럼 두드러지지 않아 눈에 거슬리지 않았다.

 

 

 

 

아티스트 팔레트는 지표의 암석 성분이 공기와 만나 다양한 색채감을 선보였다.

 

 

 

 

 

 

 

 

대지의 붉은 속살을 드러낸 골든 캐니언도 내 눈엔 무척 아름답게 다가왔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농돌이 2016.08.25 14: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곳 다녀오셨습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2. 시애틀 2016.08.26 0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92년도 여름에 데스벨리에서 렌트카 기름떨어질까봐 조마조마하며 달렸던 적이 있습니다. 아내와 두살된 딸아이 때문에 더 걱정 이었지요.

    호기심에 지금은 포장된 도로이지만 그때 흙길을 지도만 믿고 들어갔다가 오르막 내리막 꼬불꼬불 길이라 속도를 못내 기름이 빨리 떨어지더군요.

    하와이 살때 여행왔는데 빌린 링컨 타운카는 기름을 마구먹고 온도는 화씨 110도 정도로 기억 하는데 내생에 가장 무모한 짓이었습니다.

    스카티스 케슬에 도착해 간신히 주유소에 들릴수 있었지요.

    제가 생각하기에 다양한 생태 환경을 보기에는 옐로우스톤만한곳도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보리올님은 당연히 가 보셨을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저는 4번 가보았는데 이번에 시카고 다녀올때 지나치기만 했습니다. 노스다코타와 사우스다코타도 의외로 볼게 많아서 놀랬습니다.

    너무 길이 글어서 죄송하군요.. 건강하세요.^^

    • 보리올 2016.08.26 02: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역마살이 많은 분들의 애환이라고 봐야죠. 저도 그 과에 속하기 때문에 그 심정 이해합니다. 그 때 두 살이었던 따님은 지금 성인이 되었겠네요. 여행을 하면 이런 따뜻한 기억이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저도 옐로스톤의 생태 환경을 무척 좋아합니다. 이 세상에 그런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3. justin 2016.08.29 15: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그러고보니까 도로가 자연의 일부인마냥 잘 어우러져있습니다!

    • 보리올 2016.09.04 17: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리는 요즘 도로를 직선화하면서 운치를 많이 잃고 있는 느낌이 들더라. 높은 교량에 터널까지 마구 뚫고 있으니 솔직히 걱정이다.

 

마우나 로아로 오르는 길은 참으로 지루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황무지를 걷는 느낌이었다. 급하게 치고 오르는 구간은 없어 그리 힘들지는 않았지만 고산에 왔다는 징후는 간간히 전해졌다. 사진 한 장 찍는다고 숨을 참으면 머리가 띵해 오는 것부터 시작해 잠이 올 시간도 아닌데 연신 하품이 났다. 역시 고소는 속일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저 앞에 정상이 보이는 듯 했지만 그렇게 쉽게 닿을 것 같지는 않았다. 고도를 높일수록 발걸음에 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 검은 화산암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살갗에 살짝 스치기만 해도 피가 흘렀다. 그렇게 쉬엄쉬엄 걸어 마우나 로아 정상에 있는 모쿠아웨오웨오 칼델라(Mokuaweoweo Caldera) 위에 섰다.

 

우리 눈 앞에 펼쳐진 광활한 분화구를 보고 무척 놀랬다. 세상에 이렇게 커다란 분화구가 있을까 싶었다. 분화구 길이가 4.8km나 되고 그 폭은 2.4km에 이른다고 한다. 축구장 수 십 개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에 하얀 눈까지 쌓여 있어 묘한 풍경을 연출했다. 흑백의 강렬한 대조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처럼 말이다. 분화구 이름이 무슨 의미인가 궁금했는데 나중에 알아보았더니 하와이 말로 붉게 불타는 지역이라고 한다. 용암이 분출할 때 온천지가 붉게 물든 상황을 묘사한 것이리라. 1935년 분화 당시는 용암이 사람 사는 마을을 위협해 미육군이 폭탄을 투하해 진로를 바꾸기도 했다고 한다. 이 화산은 1984년 분출 이후론 잠잠하다고 하지만 지표 아래선 여전히 활동을 하고 있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산을 오르며 소비한 시간도 많았고 촬영까지 겹쳐 예상보다 많이 늦어졌다. 기념사진을 몇 장 찍곤 하산을 서둘렀다. 정상에 오래 있을수록 고산병 증세로 힘들어 하는 사람이 나오기도 했다. 행여 넘어지기라도 하면 많이 다칠 수도 있어 발걸음에 더욱 신경을 쓰면서 산을 내려섰다. 일행들 하산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해가 완전히 지고 깜깜해져서야 주차장에 내려섰다. 헤드램프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이파이브로 무사히 내려선 것을 자축했다. 마우나 로아 산행은 참으로 묘한 경험이었다. 해발 4,000m가 넘는 산을 당일에 다녀온다는 것도 그렇고, 마치 혹성 탈출에나 나올 법한 지역을 내내 걸었다는 것도 특이한 체험이었다. 산행 자체는 호락호락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무사히 잘 마쳐 다행이었다.

 

 

 

 

 

 

 

 

 

 

 

 

 

 

 

 

 

 

 

 

[이 산행을 촬영해 2015517KBS2 <영상앨범 산>에서 방영을 하였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화와이 화산 국립공원에서 가볍게 산행할 수 있는 트레일을 찾다가 이 킬라우에아 이키 트레일(Klauea Iki Trail)을 발견했다. 한 바퀴 돌 수 있는 루프(Loop) 트레일로 그 거리가 4마일, 6.4km밖에 되지 않았다. 보통은 두 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우리는 촬영팀과 보조를 맞추느라 세 시간 이상 걸었던 것 같다. 킬라우에아 이키는 킬라우에아 화산의 주분화구인 할레마우마우(Halemaumau) 바로 옆에 있는 새끼 화산을 일컫는다. 그 크기가 할레마우마우에 비해선 아주 작은 편이다. 그래도 괜찮았다. 지금은 사화산이라 해도 한때 뜨거운 용암을 분출했던 분화구 위를 걷는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가슴 떨리는 일인가 말이다.

 

산행 기점을 출발해 바로 숲속으로 들어섰다. 제법 나무가 울창해 정글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얼마를 걸었더니 122m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1959년에 용암을 내뿜었던 분화구 바닥으로 내려가는 계단이었다. 눈 앞에 검은색 일색인 화산암이 넓게 펼쳐졌다. 아스팔트 포장길이 지진으로 너덜너덜해진 모양과 유사했다. 여기저기 쩍쩍 갈라진 바위들이 마치 거북의 등짝을 보는 듯 했다. 사람들이 지나다닌 자국만 그 위에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아무 것도 자랄 수 없을 것 같은 황량함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현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헬로 베리(Ohelo Berry)와 오히아 레후아(Ohia Lehua)라는 식물이 화산암 위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참으로 신기한 장면이었다.

 

용암이 흘러나오진 않았지만 바위 틈새에선 끊임없이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얼굴에 닿는 순간 그 열기에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금세 안경이 뿌옇게 되어 시야를 가린다. 수증기 안에는 유황 냄새가 배어 있었다. 분화구에서 올라오면서 이상하게 생긴 고사리도 보았다. 땅에서 얕게 자라는 우리네 고사리와는 달랐다. 하푸우 풀루(Hapuu Pulu)라는 고사리과 식물이라는데, 이것은 사람보다 훨씬 큰 고사리 나무였다. 이것도 설마 먹을 수 있는 건 아니겠지. 주차장으로 가기 전에 써스톤 라바 튜브(Thurston Lava Tube)에도 들렀다. 시뻘건 용암이 흘러갔던 곳이 이제는 동굴로 남은 것이다. 화산 지대에 이렇게 다양한 지형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