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퍼를 출발해 오로라를 보러 가는 길이다. 우리가 갈 브리티시 컬럼비아(BC) 주와 유콘 준주의 접경 지역까지는 운전에만 꼬박 이틀을 잡고 있다. 도상 거리로는 편도 1,280km가 나오지만 눈길 운전이라 속도를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재스퍼에서 16번 하이웨이를 타고 에드먼튼을 가다가 힌튼(Hinton) 직전에서 40번 도로로 좌회전을 했다. 본격적으로 북상을 시작했다. 그랜드 캐시(Grande Cache)를 지날 때는 함박눈이 내려 시야를 가렸다. 노엘스 카페(Noelles Café)에서 점심을 하면서 잠시 눈을 피했다. 그랜드 프레리(Grande Prairie)에서 43번 도로를 타고 서진해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로 들어섰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도슨 크릭(Dawson Creek)에 닿았다. 공식적으로 알래스카 하이웨이(Alaska Highway)가 시작되는 곳이다. 알래스카 하이웨이는 여기를 출발해 유콘의 화이트호스를 지나 알래스카 페어뱅크스(Fairbanks)까지 연결된 도로를 말한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에 놀란 미국이 알래스카 침공을 대비해 캐나다 협조를 얻어 8개월만에 일사천리로 건설했다. 총 길이 2,232km 2차선 도로를 8개월이란 기간에 건설했다니 그 속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포트 세인트 존(Fort St. John)에 모텔을 잡고 밖으로 나가 저녁 식사를 했다. 그 다음 날도 종일 운전으로 보냈다. 두 팔과 어깨에서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 도로 위는 제설작업을 마쳤다 하지만 곳곳에 미끄러운 구간이 있어 마음대로 속력을 올릴 수 없었다. 하얀색 일색인 눈천지에 도로 옆으로 눈을 뒤집어쓴 나무와 숲이 나타나 잠시 지루함을 잊을 수 있었다.




재스퍼에서 북상하다가 그랜드 캐시의 카페에서 케사디야로 점심 식사를 했다.




알래스카 하이웨이가 시작되는 도슨 크릭은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 속한다.



어둠이 내려앉은 하이웨이를 달려 도슨 크릭에서 포트 세인트 존으로 이동했다.



포트 세인트 존에 있는 <93번가 식당>은 음식도 형편없었지만 가격 또한 꽤나 비쌌다.






제설작업을 한 도로 여기저기에 잔설이 남아 있어 조심해서 운전을 해야 했다.

본래 교통량이 많지 않은 도로지만 한겨울이라 오고가는 차량이 거의 없었다.





가지마다 눈을 뒤집어 쓴 나무들이 휙휙 차창을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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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olt 2018.02.07 14: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겨울에 오로라를 찾아 떠나는 여행...정말 멋지네요. 가는 여정이 쉽지는 않아 보이지만 그 또한 여행의 운치가 아닐까합니다. 좋은 구경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언젠간...^^

    • 보리올 2018.02.07 19: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로라가 목적이었습니다만 오고가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습니다. 5,000km를 운전하며 설경은 정말 많이 보았죠.

  2. 뭥미뭥미헤어 2018.02.07 18: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설경 너무나 아름답고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사진 공유 감사합니다... ^.^ 좋네요

  3. justin 2018.02.28 11: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외곽이고 차도 많이 다니는 것 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제설작업이 잘 이뤄지네요~저런 곳을 장거리 운전하는 것이 정말 만만치 않겠어요!

    • 보리올 2018.03.05 02: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워낙 눈이 많은 지역이라 겨울엔 도로 제설작업이 무척이나 중요한 일 아니겠냐. 저런 길을 한 겨울에 다시 가라면 이젠 안 갈 것 같다.

 

유콘 여행을 마무리할 시각이 다가왔다. 며칠을 운전하고 올라온 댓가로 우린 유콘의 때묻지 않은 대자연을 접할 수 있었다. 여건만 허락한다면 매년 한 차례씩은 유콘의 청정한 대자연에 안겨 호젓함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 툼스톤 주립공원을 출발해 밴쿠버까지 3,000km 거리를 운전하는데 이틀로는 부족해 하루를 더 잡았다. 뎀스터 하이웨이를 빠져나와 클론다이크 하이웨이를 달렸다. 이미 한 번 지났던 길이라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 사진을 찍겠다고 차를 세우는 일도 없었다. 그만큼 호기심이 사라졌다는 의미고,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주유나 식사를 위해 잠시 멈추는 일 외에는 줄기차게 차를 몰았다.

 

우리 걱정거리 중에 하나가 차에 부딪히는 돌멩이였는데 드디어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보면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에서 잔돌이 날아와 유리창을 때리는 경우가 잦다. 툼스톤 주립공원으로 올라오는 길에도 몇 차례 작은 흠집을 내더니 뎀스터 하이웨이를 달리는 대형 트레일러가 뿌리는 돌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유리창이 몇 군데나 파이고 갈라지는 불상사가 발생을 했다. 우리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테고 이 도로를 달리는 차량에겐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일텐데 이들은 운명이라 생각하고 그냥 넘어간다 말인가? 깨진 유리창 때문에 속상한 마음을 부여잡고 유콘을 떠났다.

 

화이트호스의 팀 홀튼스에서 커피 한 잔을 했다. 화이트호스 위로는 팀 홀튼스를 보지 못했으니 이 커피 한 잔이 우리의 문명세계 귀환을 의미하는 셈이었다. 테슬린(Teslin) 호수에 있는 캠핑장에 텐트를 쳤다. 장작이 없어 불은 피우지 못했다. 날씨가 푹해 그리 춥지는 않았다. 일부러 바깥 온도를 체크해 보았더니 영상 18도가 나온다. 반달이 떴다. 저 달이 차면 우리의 명절, 추석이다. 왓슨 레이크 직전에 있는 갈림길에서 BC 37번 하이웨이로 들어섰다. 이제 유콘 주와 작별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이 하이웨이는 여기서 16번 하이웨이를 만나는 키트완가 정션(Kitwanga Junction)까지 725km를 달린다. 알래스카 하이웨이에 비해 산악 지형이 더 많았다. 길도 좁고 중앙 차선이 그려져 있지 않은 구간도 많았다. 시골의 한적한 도로라고나 할까. 마주오는 차량도 거의 없는 도로를 무려 10시간이나 달려야 했다.  

 

남으로 내려올수록 햇빛은 쨍쨍 내리쬐고 날씨는 더워졌다. 한낮 기온이 섭씨 25도까지 올라가는 여름 날씨를 보인다. 확실히 유콘과는 기온 차이가 많이 났다. 여긴 단풍도 너무 일렀다. 연두색으로 색깔이 좀 변하긴 했지만 단풍이 절정에 오르려면 아직 멀었다. 37번 하이웨이에서 두 차례나 흑곰을 만나는 행운이 있었다. 한 녀석은 도로로 뛰어 들었다가 달려오는 차량을 보고 재빨리 돌아섰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 차와 충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하이웨이 막바지에선 그리즐리도 출현을 했다. 길가에서 먹이를 찾던 녀석을 발견하곤 차에서 창문을 열고 사진 몇 장 찍을 수 있었다. 16번 하이웨이를 만나면서 37번 하이웨이와도 작별을 했다. 뉴 헤즐톤(New Hazelton)이란 곳에 텐트를 쳤다. 내일이 생일인데 아무에게도 이야기 못하고 텐트에서 아침을 맞게 되었다. 올해도 길바닥에서 미역국 없이 생일을 맞게 된 것이다.

 

 

 

 

<사진 설명> 밴쿠버로 돌아오면서 하룻밤을 묵은 테슬린 호수. 남북으로 뻗은 길이가 무려 120km에 이르는 이 호수는 BC 주와 유콘 준주에 걸쳐 있다.

 

 

 

<사진 설명>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달려 BC 주로 내려가는 37번 하이웨이 갈림길에 닿았다.

 

 

 

 

 

 

 

 

<사진 설명> 37번 하이웨이는 유콘으로 올라가는 두 개 하이웨이 중의 하나다. 해안에서 가까운 내륙을 관통한다. 해안 산맥(Coast Mountains)과 나란히 달린다 보면 된다. 산악 지형이 많아 차창으로 보는 풍경도 아름다웠다.

 

 

<사진 설명> 우리 여행의 대미를 장식한 그리즐리 곰. 흑곰과 그리즐리 곰이 많은 캐나다지만 그리즐리를 보기는 그리 쉽지 않다. 우리를 배웅 나온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사진 설명> 16번 하이웨이를 만나는 키트완가 정션. 37번 하이웨이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기도 하다. 여기서 왼쪽으로 꺽어 또 줄기차게 달려야 했다.   

 

 

[여행 개요]

 

2013 9 3일에 출발해 9 13일 돌아왔으니 10 11일의 여정이었다. 유콘의 클루어니 국립공원과 툼스톤 주립공원이 우리의 주된 목적지였다. 밴쿠버 지인 세 명과 함께 팀을 이뤄 네 명이 차 한 대로 움직였다. 우리가 달린 전체 거리가 7,100km였다. 잠은 주로 캠핑장에서 야영을 했고 전체 일정 중 이틀은 모텔에 투숙을 했다. 식사는 대부분 취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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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03.01 07: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룹이 아니면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 아니네요...거리도 그렇고 ~~
    겨울엔 눈과 얼음 천지겠지요?

    • 보리올 2014.03.01 09: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혼자 다녀오긴 무리가 따르겠지요. 운전하는 거리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저희도 한 분이 가끔 운전을 도와주셔서 장거리를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2. 설록차 2014.04.02 07: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벽에 비오는 소리에 잠을 깨어 유콘시리즈를 다시 보았습니다...
    보리올님의 유콘 여행기를 읽기 전에는 유콘이 얼음으로 뒤덮힌 춥고 삭막한 곳인줄 알았어요...좀 무식하죠?
    지도를 보면 아무것도 없어보이는데 사람이 살고있다는것과 가을 단풍에 놀랐습니다...
    넓은 땅에서 넓게 보면서 살면 마음도 대범해질것 같아요...
    캐나다 로키, 그랜드 캐년, 영화 Castaway 마지막 장면처럼 사방에 아무런 곳도 보이지 않는 확 트인 곳...이 세 곳이 제일 가보고 싶은 곳이에요...
    열심히 걷고 있으니 언젠가는 ~~~

    • 보리올 2014.04.02 11: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유콘 다녀온 기록이 유용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저도 초행이었지만 감동이 컸습니다. 언제 시간이 되면 다시 한번 다녀오고 싶은 곳이지요.

 

뎀스터 하이웨이(Dempster Highway)는 도슨 시티에서 클론다이크 하이웨이를 타고 화이트호스 방향으로 40km를 가다가 좌회전을 해야 했다. 도중에 주유소가 있겠지 했는데 갈림길이 가까워졌는데도 나타나지 않아 도슨 시티까지 돌아가야 했다. 뎀스터 하이웨이에서는 사람사는 마을이 수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제때 주유소를 찾기가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 바이저를 내렸음에도 정면으로 비추는 아침 햇살에 운전하기가 어려웠다. 뎀스터 하이웨이로 들어서서야 정면 빛을 피할 수 있었다.

 

뎀스터 하이웨이는 클론다이크 하이웨이에서 갈라져 북극해에 가까운 노스웨스트 준주의 이누비크(Inuvik)까지 가는 736km 길이의 도로를 말한다. 이누비크까진 보통 16시간을 운전해야 한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북극권(Arctic Circle)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하이웨이로 유명하다. 전구간이 비포장이긴 하지만 그래도 캐나다 하이웨이에 속한다. 이 도로가 직접 북극해에 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아이스 로드(Ice Road)를 만들기 때문에 북극해에 면한 툭토약툭(Tuktoyaktuk)까지 194km를 더 연장해 달릴 수 있다. 이 마을은 첫 음절만 따서 툭(Tuk)이라 부르기도 한다. 얼음으로 길을 만든다는 발상이 우리에겐 신기하게 여겨지지만, 북극권에선 그리 생소한 개념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북극권은 북위 66 33분 이북의 지역을 말한다.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는 백야(白夜)와 겨울에는 해가 뜨지 않는 극야(極夜) 현상이 있는 남쪽 한계선을 말한다.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지역이지만 캐나다 북극권에는 이누이트(Inuit) 족이 수 천년을 살고 있다. 사실 우리는 북극권까지는 올라가지 않았다. 북위 64도에 있는 도슨 시티보다 더 북쪽에 있는 툼스톤 주립공원(Tombstone Territorial Park)을 다녀왔는데, 우리가 갔던 지점을 지도에서 확인해 보았더니 대략 북위 65도에 걸쳐 있었다. 그러니 우리는 북극권에 다녀온 것이 아니라 북위 60도 전후를 말하는 아북극(亞北極) 지역을 다녀온 셈이다.

 

우리가 달리는 뎀스터 하이웨이 양쪽으로 툼스톤 주립공원이 펼쳐진다. 동토의 땅이라 부르는 툰트라 지대에도 나무와 풀이 자라고 있었다. 다양한 야생동물들도 여기에 둥지를 틀고 살고 있다. 한 마디로 이 황량한 불모지대에도 생명이 넘쳐나는 것이었다. 차창 밖을 둘러보는 우리 시선이 바빠졌다. 도로 양쪽으로 산악 지형이 나타나더니 산비탈과 들판에 온통 붉은 색조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푸른 하늘을 빼곤 이 세상을 모두 붉게 물들인 것 같았다. 참으로 묘한 가을색을 지니고 있었다. 캐나다에 이런 곳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유콘까지 올라온 우리의 노고에 대자연이 보답하는 것이리라 생각하기로 했다.

 

 

<사진 설명> 클론다이크 하이웨이에서 갈라져 북극권으로 향하는 뎀스터 하이웨이를 만났다. 그 시발점을 알리는 표지판이 우리를 반긴다.

 

 

 

 

<사진 설명> 뎀스터 하이웨이를 따라 북으로 올라갈수록 노란색이 점점 붉은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사진 설명> 산악 지형을 관통하는 뎀스터 하이웨이에서도 가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우리 나라 가을과는 다른 단풍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 설명> 툼스톤 주립공원 북쪽 경계에서 만난 채프먼 호수와 투 무스 호수. 하늘과 호수는 파랗고 대지는 붉었다. 거기에 하얀 구름까지 더해져 세 가지 색깔이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듯 했다.

 

<사진 설명> 툼스톤 주립공원의 북쪽 경계를 표시하는 표지판. 우리가 달린 뎀스터 하이웨이의 가장 북쪽 지점이었다. 북위 65도에 인접한 지역으로 북극권이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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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식전당포 2014.02.21 15: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보리올 2014.02.21 16: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인삿말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님의 블로그에 들렀더니 유용한 정보들이 많더군요. 언제 그렇게 다양한 정보를 구하셔서 보기좋게 정리를 하시는지 절로 감탄이 앞섭니다.

  2. 설록차 2014.02.28 06: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도 붉고 나무도 붉고~ 파란 하늘과 호수와 대비되어 더욱 붉게 보입니다...
    인구가 적어서 다행이지 아님 개발한다고 자연을 망쳤을거에요...

    • 보리올 2014.02.28 09: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죠. 인구가 많으면 이런 청정 자연을 유지할 수가 없겠지요. 유 콘 준주는 땅덩이는 남한의 몇 배나 되면서 인구는 겨우 4만 명도 되지 않습니다. 자연이 살아있을 수밖에 없겠지요.

 

유콘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도슨 시티로 들어섰다. 도슨 시티는 화이트호스에 주도의 역할을 넘겨준 1953년까지 55년간 유콘 준주의 주도였다. 1898년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당시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곳이 바로 이 도슨 시티였다. 무스 사냥에 나섰던 세 명의 남자가 클론다이크 강의 지류인 래비트 크릭(Rabbit Creek)에서 야영을 하다가 사금을 발견한 것이 골드러시의 시초였다. 나중에 래비트 크릭은 보난자(Bonanza) 크릭으로 이름을 바꿨다. 도슨 시티에서 불과 5Km 떨어진 곳이었다.

 

보난자 크릭에서 금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금세 퍼져나갔다. 세계 각지에서 수 만 명의 탐광꾼들이 불나방처럼 몰려 들었다. 멀리 호주나 남아공에서도 일확천금을 노려 바다를 건너왔다니 말하면 뭐하랴. 그런 사람들이 몰려들어 한때는 40,000명이 북적대던 곳으로 변모한 것이다. 무도장이나 살롱, 극장, 호텔 등의 건물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 이 동토의 땅에 번잡한 도시가 생겨났으니 이 모두가 금이 선물한 것이었다. 하지만 세월 앞에 영원한 것이 뭐가 있을까. 금의 열기가 사라진 오늘날은 인구 1,300명을 가진 조그만 도시로 변해 버렸다. 옛날의 영화를 모두 잃은 유령도시가 된 것이다.   

 

차를 세우고 시내 구경에 나섰다. 옛 영화를 지닌 가옥이나 가게가 나에겐 정겹게 다가왔다. 그래서 사람들이 도슨 시티를 캐나다 북부의 파리라 부르는 모양이었다. 새로 단장한 팰리스 그랜드 극장에서 가스라이트 폴리스(Gaslight Follies)를 구경하거나 다이아몬드 투스 거티스(Diamond Tooth Gertie’s)의 도박장에도 가보고 싶었으나 시즌이 지나 이도 문을 닫아 버렸다. 도슨 시티 관광 안내소 안에 진열된 자료와 전시물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과일과 식품을 구입하기 위해 글로서리에도 잠시 들렀다. 가게에서 파는 물품 가격이 장난이 아니었다. 밴쿠버에 비해 과일은 두 배에 가까웠고, 생수는 거의 5배나 비싸게 판다. 운송비가 비싸서 그렇겠지만 그래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미드나이트 돔(Midnight Dome)에 올랐다. 해발 887m의 높이에서 도슨 시티와 유콘 강을 내려다보기 좋은 곳이었다. 원래 이곳은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에는 자정에도 해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석양 또한 유명한 곳이라 일몰을 촬영하겠다고 삼각대에 커다란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기다리는 친구들이 몇 명 보였다. 우리도 여기서 일몰까지 기다릴까 했지만 날씨가 너무 쌀쌀해 내려가자는 의견이 많았다. 도슨 시티에 있는 모텔에 짐을 풀었다. 와이파이가 연결은 되지만 위성 사용료가 비싼 탓인지 인터넷 속도가 엄청 느렸다. 프론트에서 왜 봉지 커피를 잔뜩 안겨주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느린 인터넷 속도에 열 받지 말고 커피나 마시며 느긋하게 기다리라는 그 깊은 속내를 말이다.

 

 

<사진 설명> 캐나다 국가 유적지로 지정된 케노(Keno)는 마요(Mayo)에서 채굴한 광물을 실어나르던 증기선이었다. 1922년에 지어져 1951년 퇴역하였다. 1960년 도슨 시티로 옮겨진 후 유콘 강가에 전시되어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사진 설명> 도슨 시티 관광 안내소에서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당시에 사용하던 용품과 각종 자료를 볼 수 있었다.

 

 

 

 

 

 

 

 

 

 

 

 

<사진 설명> 도슨 시티는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당시의 옛 영화를 잘 간직하고 있어 사람들을 불러 들인다. 역사적인 건물들이 보존되어 있어 제법 고풍스럽기는 했지만 어째 유령도시같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사진 설명> 낮이 가장 긴 하지면 해가 지지 않는다는 미드나이트 돔은 유콘 강과 도슨 시티를 조망하기 아주 좋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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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멋대로~ 2014.02.18 10: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슨시티.. 여긴 서부개척시대 분위기가 나네요..

    • 보리올 2014.02.18 11: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도슨 시티를 돌아볼 때 그런 생각을 했더랍니다. 미국에 있는 어떤 도시보다 더 서부시대의 분위기를 풍기더군요. 캘리포니아 골드러시의 영향 때문인지도 모르죠.

 

화이트호스 직전에서 좌회전하여 클론다이크 하이웨이(Klondike Highway)로 올라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타키니(Takhini) 온천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만났다. 여기서 하루 묵기 위해 캠핑장을 찾았다. 우선 텐트부터 치고 이른 저녁을 준비했다. 그리곤 캠핑장과 붙어있는 온천으로 갔다. 캠핑장에 묵는 손님에겐 할인 혜택도 있었다. 이 온천은 유황 냄새가 없었다. 칼슘이나 마그네슘, 철분과 같은 미네랄이 많은 온천이라고 하는데, 그 때문에 물이 붉은 색을 띠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물은 그리 깨끗하지도, 뜨겁지도 않았다. 솔직히 본전 생각이 좀 났다. 한겨울에 온천에 몸을 담그고 오로라를 볼 수 있다면 그나마 괜찮을 것이란 생각은 들었다. 캠핑장으로 돌아와 불을 피우고 거기에 감자를 구워 먹었다. 야영을 하면서 구워 먹는 감자는 한 마디로 별미 중의 별미다.   

 

다시 클론다이크 하이웨이로 나와 도슨 시티로 향했다. 이 하이웨이는 원래 알래스카의 스캐그웨이(Skagway)에서부터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당시 금이 발견되었던 도슨 시티(Dawson City)까지 연결하는 도로로 총 712km를 달린다. 우리는 그 중에서 화이트호스에서 도슨 시티에 이르는 526km의 구간을 지날 뿐이다. 대략 여섯 시간 걸리는 거리였다. 그래도 예전에 마차로 5일이나 걸렸던 거리를 이렇게 빨리 갈 수 있다니 그것만 해도 어딘가. 중간에 왓슨 레이크로 가는 캠벨 하이웨이(Campbell Highway)가 갈라져 가고, 스튜어트 크로싱(Stewart Crossing)에선 은 광산으로 유명한 마요(Mayo)와 케노(Keno)로 가는 11번 하이웨이가 갈렸다. 유콘은 땅덩이에 비해 워낙 도로망이 드물어 이런 비포장도로도 모두 간선도로 역할을 한다.        

 

우리가 타고 가는 2차선 도로는 포장은 되어 있지만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지금까지 달려온 어느 도로보다도 노면 상태가 열악했다. 그만큼 교통량도 적었다. 하지만 차창을 스치는 풍경은 훨씬 선명한 가을색을 띠었고 자연 자체가 날것같다는 느낌이 강했다. 야생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인가? 점점 짙어지는 노랑색에 진짜 가을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그라벨(Gravel) 호수에서 잠시 차를 세웠다. 짙푸른 하늘이 우리 발목을 잡은 것이다. 연잎이 무성하게 자란 수면 위에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내려 앉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숨어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한 느낌이 이럴 것이다. 유콘에는 이런 곳이 도처에 깔려 있을 테지만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멋진 풍경을 두고 그냥 가려니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사진 설명> 타키니 온천 풍경. 온천 그 자체는 별로였지만 이 주변에 온천이 없으니 그저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수심이 깊은 곳은 내 머리가 잠길 정도였다.

 

 

 

<사진 설명> 야영의 매력은 자연의 숨결을 느끼며 잠들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캠프파이어도 야영의 매력 중에 하나다. 불을 가운데 두고 둥그렇게 둘러앉아 밤늦게까지 이야기하는 것도 좋고, 불이 사그라지면 거기에 감자를 구워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진 설명> 클론다이크 하이웨이에 가을이 내려 앉았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 가거나 마차를 이용했던 구간을 우리는 차를 타고 편하게 지날 수 있었다. 도로 상태가 좋지는 않았지만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사진 설명> 그라벨 호수에서 만난 풍경에 시종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대자연이 살아있는 유콘의 가공하지 않은 매력에 가슴이 떨렸다.

 

 

 

<사진 설명> 사람들이 길가에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따기에 다가가 보았다. 빵에 넣기 위해 야생 크랜베리를 따고 있다고 했다. 진짜 자연에서 먹을 것을 구하고 있었다. 야생 장미(Wildrose)의 열매도 많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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