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LA에서부터 타고 올라온 101번 도로는 캘리포니아에서 오레곤 주와 워싱턴 주까지 연결되는 장거리 해안 도로다. 도로에 인접한 캘리포니아 해안 풍경도 아름답지만 아무래도 오레곤 해안이 더 아름답다는 평판이 많다. 이 도로를 따라 수많은 주립공원과 유원지가 포진해 있는 것도 그 까닭이다. 장장 584km에 이르는 오레곤 코스트(Oregon Coast)를 차로 달리며 경치가 좋다는 몇 군데를 거쳐 밴쿠버로 올라왔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말이다. 바닷가 산책까지 나서진 못 했지만 이런 궂은 날도 나름 낭만적이란 생각을 했으니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더구나 초행길도 아니었으니 경치를 보지 못한 섭섭함도 그리 크진 않았다.

 

웨일헤드 전망대(Wahlehead Viewpoint)와 아치락 포인트(Arch Rock Point)를 지나 페이스 락(Face Rock)에서는 좀 오래 머물렀다. 우산을 폈지만 바람이 거세 쉽게 뒤집히곤 했다. 오레곤 듄스(Oregon Dunes)로 불리는 모래 언덕은 오랜 기간 바람과 태양, 그리고 물에 의해 침식된 고운 모래가 바닷가에 차곡차곡 쌓인 것인데 그 높이가 150m에 이르는 곳도 있다고 한다. 헤세타 헤드 등대(Heceta Head Lighthouse)가 멀리 보이는 지점에서 바다사자 무리를 보는 행운을 얻었다. 이 근방에 바다사자를 보기 위해 돈을 내고 입장하는 동굴이 있는 곳인데 우린 공짜로 구경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수 십미터 절벽 아래에 있던 바다사자 무리에게서 그 특유의 비린내가 풍겨왔다. 야키나 베이에서 날이 어두워졌다. 비가 좀 누그러진 틈을 타서 등대를 구경하고 바닷가로 잠시 내려섰다.

 

 

 

오레곤 주의 브루킹스(Brookings)란 곳에 여장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현지인 추천으로 찾아간 식당, 헝그리 크램(The Hungry Clam)에서 브레드 볼(Bread Bowl)에 담아주는

차우더 수프를 시켰는데 맛도 좋았지만 빵 속을 파내고 그 안에 담아주는 방식이 무척 신기했다.

 

 

101번 도로를 달리는 동안 오레곤 코스트를 알리는 표지판을 자주 만났다.

유명 관광지임에도 표지판이 요란하지 않아 좋았다.

 

날씨만 좋았더라면 멋진 풍경을 선사했을 웨일헤드 전망대도 눈길 한 번 주고는 그냥 지나쳤다.

 

아치락 포인트엔 바위에 구멍이 뚫려 있어 마치 코끼리 모양을 한 바위가 있었다.

 

 

 

 

페이스 락에도 파도는 엄청 드셌다. 그 파도를 온몸으로 막아내는 바위들이 가상해 보였다.

 

 

 

쿠스 베이(Coos Bay)에서 프로렌스(Florence)까지 80km에 걸쳐 길게 형성된 오레곤 듄스에선

사람들이 ATV나 버기, 샌드레일 등을 즐긴다.

 

 

 

헤세타 헤드 등대에 도착하기 직전, 절벽 아래에 모여있던 바다사자 무리를 볼 수 있었다.

꽤 많은 바다사자가 비를 맞으며 바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1871년에 세워진 야키나 베이 등대는 3년간 활동을 하곤 바로 퇴역하는 비운을 겪었으나 아직까지 잘 견뎌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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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6.07.28 16: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오는 날씨도 운치가 있지만 날씨가 더 좋았으면 정말 멋있었을 것 같아요! 저도 한두번 들렀는데 항상 비가 왔었습니다.

 

캘리포니아를 벗어나기 전에 레드우드 국립공원(Redwood National Park)에 들렀다. 101번 도로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를 지나 계속 북상한 이유는 사실 이 국립공원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레드우드 국립공원은 그 인근에 있는 세 개의 주립공원과 함께 레드우드란 거목을 보호하고 있었다. 그래서 국립공원을 알리는 표지판에 주립공원의 로고도 함께 붙여 놓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날씨가 도와주질 않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늘에선 장대비가 쏟아졌고, 도로 일부가 침수되어 우회를 해야만 했다. 다행히 레드우드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갈 수는 있었다. 하늘 높이 솟은 레드우드 때문에 숲 속은 어두컴컴했지만 그 사이를 누비는 도로엔 약간의 빛이 들어왔다. 비에 젖은 숲에서 나는 옅은 비린내가 코를 간질렀다. 굵은 빗줄기를 뚫고 감히 숲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저 레드우드 숲 속에 잠시 머물렀던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이 지역엔 레드우드가 엄청 많이 자란다. 태평양에서 생성된 안개와 풍부한 강수량 덕분에 광활한 지역에 숲을 이루며 살아간다. 1851년부터 시작된 대규모 벌목으로 한 세기에 이르는 1965년까지 90% 이상의 레드우드가 사라졌다. 레드우드가 남벌되는 것을 걱정하던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 1968년 국립공원이 지정되고 그 주변에 세 개의 주립공원까지 생겨 벌목에서 살아남은 레드우드를 보호하게 된 것이다. 레드우드는 본래 껍질이 두꺼워 웬만한 산불이나 곤충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어 오래 사는 수종에 속한다. 여기 서식 중인 나무들은 대략 500년에서 700년 수령으로 보고 있지만, 어떤 나무는 2000년을 버틴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내륙에 있는 세쿼이아 국립공원(Sequoia National Park)의 세쿼이아는 세계에서 가장 덩치가 큰 나무라 불리고, 여기 레드우드는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란 명예를 얻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크다는 나무는 키가 무려 112m가 넘고 줄기의 지름도 4m나 된다고 하니 좀처럼 믿어지지 않았다.

 

레드우드 국립공원을 알리는 표지판에 주립공원의 로고도 함께 붙어있다. 레드우드를 공동으로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드우드 국립공원 방문자 센터에 들러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 비가 내리고 있어 방문자를 찾기 어려웠다.

 

 

 

 

 

 

빗줄기를 개의치 않고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섰으나 차에서 내리지도 못한 채 드라이브만 즐겼다.

 

 

 

 

며칠간 계속된 비로 도로 일부가 침수되어 다른 곳으로 우회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공원 북쪽에 있는 방문자 센터에서 잠시 쉬면서 비를 피했다. 여기서 엄청난 크기의 레드우드를 만나는 기회를 얻었다.

 

다시 길을 나서 101번 도로를 타고 오레곤으로 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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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6.07.26 08: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곳을 지나쳤을때 비가 하도 많이 와서 제대로 구경도 못 해보고 지나쳤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구경오라는 뜻이 아닐까요?

 

오레곤 코스트(Oregon Coast) 하면 태평양 연안을 따라 나 있는 해안도로를 말한다. 흔히 101번 도로라 불리는데, 이 도로는 워싱턴 주에서부터 오레곤 주를 거쳐 캘리포니아 주까지 연결된다. 그 중에서 오레곤 주에 있는 이 오레곤 코스트가 가장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컬럼비아 강 하구에서 시작해 남으로 오레곤 주와 캘리포니아 주 경계선까지 뻗쳐 있는 이 오레곤 코스트는 장장 584km에 이른다. 해안선을 따라 80여 개의 주립공원과 유원지가 있어 볼거리도 무척 많다.

 

오레곤 코스트를 따라 이 마을 저 마을 들르면서 볼거리를 찾아 나서면 사흘 일정도 모자란다고 한다. 일정이 바쁘면 대부분 마을은 그냥 지나치고 만다. 그래서 나름대로 절충이 필요했다. 우리가 꼭 보고 싶었던 세 가지, 즉 사구라 불리는 모래 언덕(Sand Dunes)과 헤세타 헤드 등대(Heceta Head Lighthouse), 캐넌 비치(Cannon Beach)의 헤이스택 락(Haystack Rock)을 위주로 하되, 나머지 볼거리는 시간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들르기로 했다.

 

38번 도로를 타고 서진한 끝에 리드스포츠(Reedsport)에 도착해 처음으로 오레곤 코스트와 조우했다. 이 지역은 오레곤 듄(Oregon Dunes) 유원지에 속한다. 바닷가라 쓰나미 대피 요령이 적힌 표지판이 가끔 눈에 띈다. 해질 무렵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다. 모래밭과 무성한 숲을 지나서야 해변에 닿았다. 이 모래 언덕은 수백만년 동안 바람과 태양, 비에 침식된 고운 모래가 바닷가에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높은 곳은 150m에 이른다고 한다.

 

카터(Carter) 호수 캠핑장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도 사람이 없어 조용했다. 이제 휴가철도 비시즌으로 들어선 것 같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일찍 잠을 청했지만 만월에 가까운 달빛이 잠을 방해한다. 결국 매트리스와 침낭만 들고 나와 호숫가 모래밭에서 홀로 비박을 했다. 밝은 달과 잔잔한 호수, 서걱거리는 나무들이 어울려 황홀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나 혼자 보기 아까운 경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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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3.05.16 03: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사진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시각이 변한것 같아요.

  2. 보리올 2013.05.19 03: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변화로구나. 나도 그런 변화를 조금은 감지하고 있었지. 앞으로 좀 더 공부하면 네 영역을 구축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열심히 해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