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헤티 (Kakheti) 지역은 조지아 와인산지로 상징되는 곳이다. 코카서스(Caucasus) 산맥의 비옥한 토양과 흑해에서 불어오는 수분이 많은 바람 덕분에 품질이 뛰어난 포도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8000년의 와인 제조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고, 크베브리(Qvevri)라 불리는 토기에 와인을 숙성하는 와인제조법이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하니 여기 온 김에 와이너리 방문이 빠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조지아 와인이 널리 알려진 이유는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Joseph Stalin)과 러시아 대문호 푸쉬킨(Aleksandr Pushikin)의 영향이 컸다고 본다. 카레바(Khareba) 와이너리를 오는 데는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난 카레바를 오고 싶어 이 와이너리를 방문한다고 적어놓은 여행사 프로그램을 예약했다. 그런데 바로 투어가이드로부터 카레바 대신 다른 소규모 와이너리로 변경해 진행한다는 메세지가 왔다. 그래서 예약을 취소하고 다른 여행사를 통해 예약을 했더니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내용으로 또 연락을 해왔다. 결국 두 번째 예약도 취소하고 운전기사를 포함한 전세 차량으로 카레바 와이너리를 찾게 되었다.
카레바 와이너리는 2차 대전 후 냉전 시기에 핵전쟁 대피시설로 만든 7.7km 길이의 동굴을 와인 저장고로 쓰는 와이너리다. 입장권을 끊고 동굴 입구로 향했다. 입구엔 5인조 악단이 조지아 전통음악을 노래하고 있었다. 입장 시각이 되자 가이드 한 명이 나와 10여 명의 인원을 이끌고 터널로 들어갔다. 터널 안은 의외로 서늘하다고 담요 한 장씩 나눠준다. 걸어가는 중에, 가끔은 멈춰서 많은 설명이 이어졌다. 터널 안은 연중 섭씨 15도로 기온이 유지된다는 것과 모든 와인을 크베브리로 만들지는 않는다는 설명은 귀에 쏙 들어왔다. 유럽 방식으로 만드는 클래식 와인도 함께 생산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방문객에겐 극히 일부만 터널을 개방하고 있어 깊이 들어가진 않았다. 얼마를 들어가서는 크베브리에 대한 설명을 하고는 와인을 시음하는 시간을 가졌다.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세 종류를 따라줬다. 시음용이라 그런지 어느 것도 맛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터널을 빠져 나오면서 입구에 있는 매장에서 저녁에 마실 와인을 두 병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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