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에 걸쳐 케이프타운(Cape Town)으로 이동해야 했다. 남아공 내륙 지방의 시골 풍경을 원없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지만, 장거리 운전에서 오는 지루함까지 모두 떨칠 수는 없었다. 블라이드 리버 캐니언을 빠져나와 라이덴버그(Lydenburg)를 지나다가 빌통(Biltong)을 파는 가게가 보여 잠시 차를 세웠다. 빌통은 소나 타조, 영양 등의 살코기를 양념에 절였다가 말린 것으로 우리의 육포와 비슷하다. 주인장이 친절하게도 가게 뒤편에 있는 가공 공장도 보여주었다. 장시간 운전에 잠을 쫓을 간식으로 빌통 한 봉지를 구입했다. N4 고속도로를 타고 요하네스버그 방향으로 달리다가 미델버그(Middelburg) 못 미처 알주 페트로포트(Alzu Petroport)란 휴게소에 들렀다. 휴게소 뒤로 코뿔소와 버팔로를 가둬 놓은 초원이 펼쳐져 있어 공짜로 동물을 볼 수 있었고, 선진국 이상으로 깨끗하게 관리하는 화장실이 내겐 퍽 인상적이었다. 소시지 살롱(Sausage Saloon)이란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로 점심을 때웠다.
요하네스버그를 우회해 N12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계속 남서쪽으로 달렸다. 가우텡(Gauteng) 주를 벗어나 노스 웨스트(North West) 주로 들어섰다. 웬만하면 노던 케이프(Northern Cape) 주에 있는 킴벌리(Kimberley)까지 가려 했지만, 밤이 너무 늦어 중간에 숙소를 구해야 했다. 마침 블룸호프(Bloemhof) 외곽에 있는 알마 익스클루시브 게임 랜치(Almar Exclusive Game Ranch)에 방이 있어 거기서 하루를 묵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숙소를 찾아가는 길은 비포장도로에 30분이 훨씬 더 걸렸다. 손님은 우리만 있는 듯했다. 규모는 크지 않았으나 시설은 엄청 좋았다. 거실과 부엌이 있고 방이 네 개에 침대가 여덟 개나 되었다. 각자 방 하나씩을 차지하고 편히 쉬었다. 동물 목장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게임 랜치엔 여러 종의 영양류가 있고 얼룩말과 타조도 있다고 한다. 게임 드라이브도 즐길 수 있는 곳인데, 일정이 바빠 아침 일찍 떠난 것이 좀 아쉬웠다.
다시 운전대를 잡고 N12 고속도로로 올라섰다. 노던 케이프 주로 들어선지 얼마 안 되어 킴벌리에 도착했다. 킴벌리는 다이아몬드로 인해 태어난 도시다. 1866년 야곱이란 소년이 오렌지 강가에서 반짝이는 돌을 발견한 것이 시초인데, 이 돌이 ‘유레카(Eureka)’라는 21.25캐럿 다이아몬드 원석으로 판명되었다. 그 후 호프타운의 한 농부는 ‘남아프리카의 별’로 알려진 83.5캐럿의 다이아몬드를 발견했다. 이 소식이 퍼지자, 전세계에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탐광꾼 5만여 명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다이아몬드 러시(Diamond Rush)가 시작된 것이다. 1871년 킴벌라이트 지층이 발견된 콜스버그 코피(Colesberg Kopje) 언덕에서 노천 채굴이 이루어졌고, 그 잔재가 오늘날의 빅홀(Big Hole)이다. 그 옆에는 킴벌리 광산 박물관이 있고, 다이아몬드 러시 당시의 시가지 모습을 재현한 거리엔 교회나 펍, 다이아몬드 거래소, 사진관 등이 늘어서 있어 예전의 영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다시 케이프타운을 향해 차를 몰았다. 빅토리아 웨스트(Victoria West)를 지나 웨스턴 케이프(Western Cape) 주로 들어선 후 N1 고속도로를 타고 줄곧 남서쪽으로 달렸다. 어둠이 깔릴 즈음, 와인랜드에 있는 스텔런보시(Stellenbosch)에 도착해 깔끔한 게스트하우스에 여장을 풀었다.
블라이드 리버 캐니언을 빠져나와 라이덴버그를 지나다가 빌통을 파는 가게가 있어 한 봉지 구입하였다.
N4 고속도로 상의 알주 페트로포트 휴게소. 코뿔소와 버팔로, 영양을 멀리서 바라보곤 햄버거로 점심을 해결했다.
알주 페트로포트 휴게소에서 그 날 저녁에 묵을 숙소 안내 포스터를 발견했다.
킴벌리에는 다이아몬드 채굴 현장인 빅홀이 남아 있는데, 그 깊이가 240m, 폭은 463m, 둘레는 1.6km나 된다.
현재는 그 안에 40m 깊이의 물이 채워져 있다.
와인랜드의 중심지인 스텔런보시에 도착해 패트 부처(Fat Butcher)라는 식당에서 와인을 곁들여 저녁 식사를 했다.
스텔런보시에서 하루 묵은 게스트 하우스는 시설이 깨끗하고 친절해 인상이 무척 좋았다.
종류가 많진 않았지만 조식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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