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렌터카 유리창이 깨지고 배낭까지 도난당해 조금은 황망한 상태로 포트 엘리자베스(Port Elizabeth)를 떠나야 했다. 렌터카 회사에 제출할 서류를 받기 위해 경찰서에 들렀다. 이것이 영어인가 싶게 발음이 무척 어려웠던 중년 여경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사건 경위를 듣더니 한 시간 걸려서 단편소설 같은 사건 보고서를 작성해 주었다. 사건 번호는 다음 날 이메일로 통보해주겠다고 하더니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내가 보기엔 부지기수로 일어나는 이런 사건들을 일일이 접수하기 싫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어쨌든 우리는 경찰서에서 받은 사본을 렌터카에 제출하고 유리창 깨진 것은 해결할 수 있었다. 요하네스버그로 출발하기에 앞서 가까운 주유소에 들러 깨진 창문을 막을 방법이 없냐고 물었더니 종업원이 비닐과 테이프를 가져와 유리창을 막아주었다. 차량에 속도가 붙으면 비닐이 요란하게 펄럭이며 소리를 냈지만 그래도 끝까지 잘 버텨주었다.
요하네스버그로 바로 올라갈까 하다가 이만한 일로 여행을 망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아도 엘리펀트 국립공원(Addo Elephant National Park)으로 향했다. 포트 엘리자베스 북쪽으로 70km 떨어져 있는 곳이다. 밀렵으로 급격하게 줄어든 코끼리를 보호하기 위해 1931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였다. 그 당시 남아 있던 11마리가 현재는 600마리로 불어났다고 한다. 셀프 게임 드라이브(Self Game Drive)를 신청해 코끼리를 찾아 나섰다. 우리 눈에 띈 것은 쓸쓸히 혼자 초원을 거니는 코끼리 서너 마리가 전부였다. 다른 동물들도 그리 많지 않아 약간은 본전 생각이 났다. 크래독(Cradock)에 있는 B&B에서 하루 묵었다. 하지만 숙소에서 카메라 대용으로 쓰던 아이폰을 분실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하루에 불운이 연달아 겹친 것이다. 숙소 주인의 추천으로 찾아간 버펄로 댄스(Buffalo Dan’s)란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시켜 기분을 풀어야 했다. 남아공은 여타 아프리카 국가완 다를 것이라 봤는데 남아공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하루였다. 다음 날 하루 종일 운전을 해서 요하네스버그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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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2021.01.19 10: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러 유용한 정보 잘 보고가요 :)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댓글 고맙습니다.
따뜻한일상 & 독서 , 여행과 사진찍는 삶 :) 2021.01.19 13: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프리카라는 대륙은 저에게 미지의 땅인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호기심도 많고 여행을 즐겨하기에 써주신 글에 많이 공감합니다 ㅎㅎㅎㅎ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고마운 댓글에 힘이 나네요. 아무래도 검은 대륙 아프리카는 큰 맘을 먹고 가야지, 동남아처럼 쉽게 발길이 떨어지진 않을 겁니다. 그래도 계획 잘 세우셔서 언제 꼭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파라다이스블로그 2021.01.19 16: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광활한 자연이 정말 그림 같이 느껴지네요! 코로나19가 종식돼 하루빨리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시간 되시면 저희 파라다이스 그룹 블로그에도 방문 부탁드려요. :)
어찌된 일인지 요즘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종식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글쓰는아빠 2021.01.19 17: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친구 분께서 여권과 여행 경비는 따로 두셨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창에 비닐을 두른 사진이.. 정말 평생 기억될 만한 경험을 하셨네요.
아름답고 멋진 추억이 담긴 사진이어야 하는데 이 사진은 보면 볼수록 그 때 받은 황당함이 생각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과거 일이 되어 이젠 웃으며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