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에서 ICE 고속 열차를 타고 뮌헨(München)으로 내려갔다. 30년 전에 경험했던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의 낭만을 아내와 막내딸에게도 소개한다는 마음이었다. 옥토버페스트는 9월 말에 시작해 10월 초까지 16일에서 18일 동안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맥주 축제다. 올해는 9월 21일에 시작해 10월 6일에 끝났다. 매년 날짜가 조금씩 바뀐다. 이 기간에 전세계에서 6백 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온다니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요즘엔 세계 각국에서 이 옥포버페스트를 흉내내서 또 다른 옥토버페스트를 연다. 기차에서 내린 뮌헨역은 엄청난 인파로 붐볐고, 뮌헨 시내 어디서나 옥토버페스트의 열기가 느껴졌다. 렌터카를 인수해 행사장으로 차를 몰았다. 행사장은 그리 멀지 않았지만 길이 막히고 주차장을 찾는다고 빙빙 도느라 시간만 허비했다. 행사장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행사장까지 걸어가야 했다. 처음부터 진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행사장 입구를 찾아 안으로 들어섰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찾았지만 옥토버페스트는 예전과 같은 낭만을 느낄 수가 없었다. 세상에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사람 외에는 구경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면 과장일까. 이름깨나 있는 빅텐트는 사전 예약이 없으면 들어갈 수가 없었다. 스몰텐트로 가서 입장이 가능한지 물어보았더니 귀찮다는 표정으로 손을 내젖는다. 어느 곳이나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이 길었다. 텐트 입장을 포기하고 큰길을 따라 걸으며 옥토버페스트 분위기나 맛보는 것이 전부였다. 길거리에서 커리 부르스트와 브라트 부르스트를 먹은 것이 그나마 기억에 남았다. 술에 취한 젊은이들 사이에 주먹질이 오가는 상황이 되자 금방 경찰이 달려왔다. 다시는 올 곳이 아니구나 싶어 오래 머물지 않고 행사장을 떠났다.
행사장 밖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손님들은 행사장의 무질서와 혼잡을 피해 나온 사람들이 아닌가 싶었다. 행사장에서 마시려 했던 맥주도 여기서 마셨다. 1리터 잔으로 기분을 내고 싶었지만 운전을 해야 해서 파인트 한 잔으로 만족해야 했다. 맥주는 역시 뮌헨 맥주가 맛있었다. 이렇게라도 한 잔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옥토버페스트에 대한 미련이 남아 대낮에 뮌헨 시내에 있는 뢰벤브로이켈러(Löwenbräukeller)를 찾아갔다. 뮌헨 여행을 시원한 뢰벤브로이 맥주로 마감하기 위함이었다. 대낮이라 그런지 차분한 분위기에 사람도 많지 않았다. 뢰벤브로이에서 직접 만든 맥주에 비엔나 슈니첼, 커리 부르스트를 시켜 안주로 했다. 이제 뮌헨을 뜬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격의없이 어깨동무를 하고 테이블에 올라 밴드의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지는 못 했지만 솔직히 아쉬움이 크진 않았다.
행사장 입구를 들어서면 옥토버페스트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대관람차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옥토버페스트 행사장에서 맥주 한 잔 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엄청난 인파에 파묻혀 제대로 길을 걷는 것도 쉽지 않았다.
중앙대로 양쪽에 자리잡은 기념품 가게나 소세지를 파는 가게도 넘치는 인파에 성업 중이었다.
호프브로이, 뢰벤브로이, 아우구스티너 등 옥토버페스트에 참여하는 14개 빅텐트는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들어갈 기회조차 없었다.
뮌헨 시내에서 만난 뢰벤브로이 맥주 공장
뢰벤브로이켈러에서 호젓하게 뮌헨 맥주를 맛보는 시간을 따로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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