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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여인의 섬, 이슬라 무헤레스(Isla Mujeres)

여행을 떠나다 - 중남미

by 보리올 2013. 7. 2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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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에 일어나 해변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동녘 하늘엔 커다란 뭉게구름이 자리잡고 있었다. 오늘 일출도 범상치 않을 듯 했다. 해변으로 떠내려온 해초를 걷어내는 인부들 손길이 바쁘다. 오늘 일정은 이슬라 무헤레스를 다녀오는 것이 전부. 이슬라 무헤레스는 칸쿤 앞바다에 떠있는 조그만 섬이다. 후아레스 항(Puerto Juarez)과 호텔 존에 있는 몇 군데 선착장에서 이 섬으로 가는 페리를 탈 수 있다.

 

 

버스를 타고 호텔 존에 있는 선착장 플라야 토르투가스(Playa Tortugas)로 갔다. 새로운 하루를 열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해변에 탁자, 의자를 나르고 배에도 생수와 음료를 싣는다. 배를 닦고 물을 뿌리는 사람들도 만났다. 호객꾼이 길거리로 나와 칸쿤에서 즐길 수 있는 각종 투어를 소개한다. 바삐 사는 것은 좋지만 아침부터 너무 소란스런 분위기에 마음이 불편해진다. 내가 왜 이렇게 시끄러운 곳으로 여행을 왔단 말인가. 산속 텐트 안에서 따끈한 커피 한 잔 마시며 조용히 아침을 맞을 걸 하는 후회도 좀 들었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였지만 아침부터 강렬한 직사광이 장난이 아니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흐르고 몸이 끈적끈적하니 기분도 좀 눅눅한 것 같았다. 울트라마르(Ultramar) 페리 보트에 올랐다. 9시에 출항한 페리는 20분을 달려 이슬라 무헤레스에 닿았다. 바다를 가르며 달리는 페리 선상에서 내려다 본 바다 빛깔은 실로 환상적이었다. 머리 속에 각인된 카리브 해의 바다색이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를 비취색이라 해야 하나, 아니면 에메랄드? 평생에 한 번은 꼭 보자고 마음 먹었던 이 옥빛 바다가 눈에 들어오자, 텐트에서의 커피 한 잔도 점차 잊혀졌다.

 

 

 

 

  

먼저 다운타운과 노스 비치를 걸으며 구경을 했다. 형형색색의 조그만 마을이 마음에 들었다. 마을은 걸어 다녀도 충분했다. 하지만 섬 남쪽에 있다는 푼타 수르(Punta Sur)까지 가려면 뭔가 교통수단이 필요했다. 페리에서는 울트라마르 로고를 단 사람들이 골프 카트 예약을 받았었다. 섬의 길이가 자그마치 10마일이나 된다고 겁을 주며 하루 45불에 골프 카트 렌탈을 권했다. 하지만 섬에 내려 수많은 골프 카트 렌탈 하우스르 지나쳤고 그들 대부분은 하루 30불을 달라 했다.

 

 

 

 

 

 

난 자전거를 빌리기로 했다. 스쿠터를 빌릴까 잠시 고민하다가 내 튼튼한 두 다리를 믿기로 했다. 하루 100페소를 주고 자전거를 건네 받았다. 좀 투박한 자전거긴 했지만 옛날 어릴 적 생각을 하면서 오랜만에 페달을 밟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힘들게 고개를 오르는 나를 보고 골프 카트나 스쿠터를 몰고 가던 사람들이 불쌍하다는 듯 쳐다보는 것 같았다. 나도 살짝 웃으며 소리쳤다. 당신들보다 두 다리가 튼튼하니까 이렇게 자전거를 타는 것이라고. 물론 속으로 말이다. 그들이 부럽진 않았지만 땀은 무척 흘렸다.

 

섬의 남쪽 끝단인 푼타 수르에 도착했다. 옷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매점에서 시원한 음료부터 꺼내 들었다. 이첼(Ixchel) 여신상 앞에서 사람들이 기념사진 찍는다 난리다. 이 이첼이란 달의 여신 때문에 여인의 섬이란 이름이 얻은 모양이었다. 바닷가 바위에서 바람을 쐬며 한가롭게 쉬고 있는 이구아나도 보았고, 그 옆에 세워진 이구아나 동상도 구경했다. 마야 유적과 조각품을 전시한 공원도 있었지만 따로 입장료를 받아 들어가진 않았다. 식당 정원에 있는 벤치에 앉아 바다 건너 칸쿤 호텔 존을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겼다. 여기서 바라보는 바다 색깔도 일품이었다

 

 

 

 

     

서쪽 해안을 따라 삭 바호(Sac Bajo)에도 들어가 보았다. 먼지 폴폴 날리며 도로 끝까지 가보았지만 호텔과 리조트만 있었고 도로 공사중이라 여기저기 파헤쳐 놓은 곳이 많았다. 자전거를 돌려 바로 나왔다. 거북이 박물관도 잠시 들렀다. 바다 사진을 먼저 찍고 뒤로 돌아왔더니 입장료 받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입장을 했다. 멕시코에 서식하는 거북 여섯 종을 수족관에서 키우고 있었다. 스쿠터나 골프 카트를 타고 오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 중엔 수영복 차림으로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운타운으로 돌아와 이번엔 자전거로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화려한 색깔을 칠한 집들, 호객꾼이 사람을 끄는 상가도 지났다. 조그만 마을이었지만 그래도 활력이 넘쳐 흐른다. 아담한 크기의 공동묘지도 들어가 보았다. 마치 사람이 사는 것처럼 사자를 위해 조그만 집도 지어 놓았다. 공동묘지란 스산한 느낌은 별로 없었다. 이제 섬을 떠날 시간이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페리 터미널로 갔다. 칸쿤으로 돌아오는 페리 위에서 일몰을 맞았다. 뱃전에 기대 저녁 노을을 감상하느라 자리에 앉지도 않았다. 저녁을 먹으러 칸쿤 센트로로 향했다. 마침 성탄절 퍼레이드가 벌어지고 있어 엄청난 교통 체증이 발생했다. 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기 가스에 코를 막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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