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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섬, 포트 렌프류(Port Renfrew) ①

여행을 떠나다 - 캐나다

by 보리올 2014. 3. 2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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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섬(Vancouver Island) 서쪽 해안에 자리잡은 포트 렌프류(Port Renfrew)로 가는 길이다. 포트 렌프류를 둘러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베이스를 치고 후안 데 푸카 마린 트레일(Juan de Fuca Marine Trail)을 걷기 위해 그곳으로 가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밴쿠버에서 밴쿠버 섬으로 가려면 BC 페리를 타야 한다. 모두 네 명이 팀을 이룬 우리는 츠와센(Tsawwassen)에서 빅토리아(Vicoria)로 가는 페리에 올랐다.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얻으려는 갈매기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손바닥에 과자 부스러기를 올려놓고 갈매기를 유인하는 사람들의 교성에 시끄러운 갈매기 울음 소리까지 더해져 갑판이 꽤나 시끌법적했다.

 

 

 

 

 

포트 렌프류는 빅토리아에서 차로 두 시간 정도 걸린다. 페리에서 내려 빅토리아를 지나 14번 하이웨이를 타고 해안가를 달렸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밴쿠버 섬 남단에 위치한 수크(Sooke)에 닿았다. 잠시 차에서 내려 바닷가를 거닐까 하다가 조금 더 올라가 프렌치 비치(French Beach)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프렌치 비치는 여름 시즌이 끝난 때문인지 인적이 끊겨 쓸쓸하기만 했다. 캠핑장도 텅 비어 있었다. 적막강산이란 단어는 이런 때 써야 어울리지 않을까. 해변에서 가장 가까운 피크닉 테이블을 찾아 점심을 먹은 후에 잠시 해변을 거닐었다. 1.6km에 이른다는 자갈밭 해변에는 달랑 우리만 있었다. 태평양의 한 부분인 후안 데 푸카 해협이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다시 14번 하이웨이를 타고 북서쪽으로 달리다가 조던 리버(Jordan River)에서 차를 멈췄다. 커피 한 잔이 생각나던 차에 도로 옆에 자리잡은 시골 카페가 우리 발목을 잡은 것이다. 데자 뷰(Déjà Vu)란 이름을 가진 이 조그만 카페는 모든 것이 여유로웠다. 혼자 카페를 지키고 있던 여주인은 손님이 없어도 아무 걱정이 없어 보였다. 주인이 직접 만들었다는 시나몬 번스(Cinnamon Buns)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사실 시나몬 번스의 달콤한 맛이 쌉쌀한 커피와 좋은 궁합을 보여 평소에도 좋아했지만, 한적한 시골 카페에서 이렇게 훌륭한 시나몬 번스를 맛볼 줄이야 어찌 알았겠나. 일행들도 카페 분위기에, 시나몬 번스의 달콤한 맛에 다들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다. 이런 분위기를 가진 카페를 우연히 발견하는 것도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차이나 비치(China Beach)에도 잠시 들렀다. 여기가 47km에 이르는 후안 데 푸카 마린 트레일의 남쪽 기점이기 때문이다. 1994년 빅토리아에서 열린 영연방 대회를 기념해 1996년에 이 트레일을 만들었다고 적힌 기념 동판도 세워져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부터 트레일을 걷는 것이 아니라 포트 렌프류 인근에 있는 북쪽 기점으로 올라간다. 차이나 비치 바닷가로 내려서 한가롭게 해변을 거닐었다. 바삐 움직일 일이 없어 우리 발걸음도 여유롭기 짝이 없었다. 해변엔 다시마 줄기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원통형 줄기의 크기도 대단했지만, 공 모양의 머리에 머리카락이 뻗친 모양새가 신기했다. 하지만 이 머리같이 생긴 부분이 뿌리로 바위에 붙어 몸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고 들었다.

 

 

 

 

 

 

너무 여유를 부렸던 모양이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포트 렌프류에 닿았다. 마을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바로 캠핑장으로 이동했다. 파치다트(Pacheedaht) 캠핑장은 여기에 사는 원주민 부족이 관리하고 있는 듯 했다. 아무리 둘러봐도 돈 받는 사람이 없었다. 캠핑장을 한 바퀴 둘러보았지만 자진 등록하는 서류조차도 찾을 수 없었다. 일단 사이트를 정하고 텐트부터 쳤다. 만일 관리인이 있다면 나중에 돈을 받으러 오겠지 하고 편하게 마음 먹었다. 하지만 끝내 돈을 달라는 사람은 없었다. 이틀을 무료로 묵는 횡재를 한 것이다. 캠핑장은 바닷가 모래사장과 붙어 있어 해변으로 나가기가 편했다. 해가 저물며 노을이 내려 앉았다. 캠프 파이어를 둘러싸고 밤늦게까지 이야기 꽃을 피웠다. 가을이 한창인 10월인데도 날은 그리 춥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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