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호수 주변에 있는 또 다른 산행지, 센티널 패스를 오르려면 모레인 호수(Moraine Lake)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모레인 호수는 루이스 호수에서 그리 멀지 않은데, 텐 피크스 계곡(Ten Peaks Valley) 안에 있어서 루이스 호수 못지 않은 뛰어난 경치를 선사한다. 산행은 왕복 11.6km 거리에 등반고도가 725m. 보통 5시간 정도 소요가 된다. 우리에겐 초등생 꼬마가 있어 산행 시간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아이가 힘들어 하면 수시로 쉬어 가고 투정을 부리면 한대장이 등에 업고 가곤 했다. 더 이상 못가겠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처음부터 지그재그 오르막 길이 지루하게 펼쳐졌다. 가끔 나무 사이로 보이는 모레인 호수의 비취색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루이스 호수와는 또 다른 색깔이었다. 히말라야를 제 집 드나들듯 했던 한대장도 로키의 울창한 숲과 셀 수 없이 많은 호수에 대해서는 부러운 기색이 역력한 듯 보였다. 2.4km 지점에서 갈림길을 만나는데 오른쪽으로 가야 라치 계곡(Larch Valley)을 경유해 센티널 패스에 닿는다. 라치 계곡은 9월이면 온통 오렌지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데, 이 또한 로키가 자랑하는 장관 중 하나이다. 흔히 단풍하면 활엽수를 생각하는데 라치는 단풍이 드는 침엽수다. 우리 말로 하면 낙엽송에 해당한다. 바늘같은 침엽들이 노랗게 변해 벌써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라치 계곡을 지나면 고산 특유의 초원지대가 나타난다. 여러가지 색깔의 야생화가 만발한 평원을 지나면 센티널 패스가 손에 잡힐 듯 눈 앞에 보인다. 왼쪽으로는 열 개 봉우리가 우리를 호위하듯 따라오고, 오른쪽은 템플 산(Mt. Temple, 3,543m)이 빈 공간을 꽉 채워놓고 있었다. 이 템플 산은 캐나다를 동서로 횡단하는 1번 하이웨이에서도 확연히 눈에 띄는 산이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방향이 하이웨이에서 보는 방향과 정반대라서 느낌이 좀 다를 뿐이다. 저절로 휘파람이 나올 정도로 풍경에 취해 걸었다.
센티널 패스 아래에 있는 미네스티마 호수 가장자리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했다. 급경사를 오르는 지그재그 길이 우리 눈 앞에 훤히 드러났다. 한 걸음에 닿을 것 같아 보이지만 여기서 다시 30분 발품을 팔아야 패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침부터 흐렸던 날씨가 구름이 걷히며 푸른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센티널 패스에선 사람을 무서워 않는 다람쥐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센티널 패스는 템플 산과 피나클 산의 안부에 위치해 있다. 해발 고도는 2,611m. 건너편으로 파라다이스 계곡이 펼쳐졌다. 오랜 시간 풍화작용을 겪은 듯 송곳처럼 뾰족한 바위들이 눈에 띄었다. 유난히 눈에 띄는 촛대바위에는 몇 명의 클라이머들이 개미처럼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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