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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

산에 들다 - 한국

by 보리올 2014. 7. 3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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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있는 산행이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 봉화산역 근방에 얻은 오피스텔은 에어컨도 고장나 너무나 더웠다. 우선 살고 보자는 심정으로 산으로 피서를 간 곳이 바로 불암산이었다. 피서로 가는 산행이니 실제 산행 시간보다 오래 산에 머물 생각이었다. 내가 염두에 두었던 코스는 보통 3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보았는데 나는 7시간에 걷기로 했다. 하산 시각은 무조건 오후 5시 이후로 정한 것이다. 큰 물병 하나를 배낭에 넣고 김밥 두 줄을 사서 봉화산역을 출발했다. 조금 멀기는 했지만 그래도 걸어서 원자력병원까지 가기로 했다. 원자력병원 후문에 도착해 산행을 준비했다. 배낭을 메지 않고 그냥 온 사람도 제법 많았다.

 

공릉산 백세문을 지나 철망을 쳐놓은 길을 따라 걸었다. 군부대가 있어 여기저기 경고 표시판이 세워져 있었다. 철망이 많았고 나무로 계단을 만들어놓아 운치가 별로였다. 능선길에 서있는 소나무까지 없었으면 정말 삭막할 뻔 했다. 맨발로 산길을 걷는 사람도 있었다. 산에서 내려다 보는 조망도 스모그 때문인지 뿌옇게 보여 영 시원치 않았다. 수십 킬로 밖의 봉우리도 볼 수 있는 밴쿠버의 맑은 공기가 그리웠다. 거기에 시원한 여름 날씨는 또 어떤가. 땀이 엄청 흘렀다. 상의가 땀에 완전히 젖어 옷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릴 판이다. 그래도 방 안에서 땀을 흘리는 것보단 기분은 상큼했다.

 

불암산 정상 직전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입에 물었다. 갑자기 어떤 젊은이가 다가오더니 선생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하며 인사를 건넨다. 누군지 기억이 전혀 나지를 않았다. 작년에 <영상앨범 산> 프로그램 촬영하러 캐나다에 왔던 조연출이라고 소개를 한다. , 맞아! 근데 이름도 생각나지 않아 염치 불구하고 또 물어보아야 했다. 그 친구는 먼저 내려가고 난 정상에서 한 시간이 넘게 누워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여유롭고 편할 수가 없었다. 총각 하나에 아가씨 둘이 조를 이룬 필리핀 젊은이들이 엄청 시끄럽게 정상 오른 것을 자축하는 것 외에는 눈에 거슬리는 것이 없었다. 하산은 당고개역 쪽으로 했다. 미리 정해놓은 오후 5시 하산 시각을 맞추기 위해 내려오면서도 일부러 몇 차례 쉬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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