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동부에서 공부하고 있는 막내딸이 겨울방학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 김에 집사람과 딸아이 둘을 데리고 1박 2일의 가족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출발 전날에 저녁을 먹으며 갑작스레 결정된, 조금은 즉흥적인 여행이었다. 시애틀을 가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내 제안에 따라 밴쿠버에서 멀지 않은 골드 컨트리(Gold Country)를 다녀오기로 했다. 700km의 거리를 이틀에 걸쳐 차로 한 바퀴 도는 것이라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BC주 내륙에 있는 골드 컨트리는 산악 지형과 준사막 지형이 적절히 섞여 있어 묘한 감흥을 주는 풍경을 가지고 있다. 1858년엔 이 지역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카리부 골드러시(Cariboo Gold Rush)의 주무대가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밴쿠버란 도시도 이 골드러시 덕분에 탄생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트랜스 캐나다 하이웨이를 타고 홀슈베이를 향해 서진하다가 사이프러스 주립공원(Cypress Provincial Park)으로 가기 위해 하이웨이를 빠져 나왔다. 스키나 스노보드를 즐기려는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첫 번째 급커브에 자리잡은 전망대에 차를 세웠다. 밴쿠버 도심을 내려다 보려고 찾았건만 높은 건물 꼭대기만 조금 보일뿐 도시 전체는 짙은 안개 속에 숨어 버렸다. 그래도 눈 앞에 펼쳐진 하얀 풍경은 참으로 멋졌다. 휘슬러를 향해 99번 하이웨이, 일명 시투스카이 하이웨이(Sea to Sky Highway)를 달렸다. 이 하이웨이는 2006년 영국 가디언지에서 세계 최고의 로드트립 대상지로 다섯 곳을 꼽았는데, 그 중의 하나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포르토 코브(Porteau Cove)에 들러 바닷가를 잠시 걸은 후에 스쿼미시 하버(Squamish Harbour)로 갔다. 여기 가면 정박 중인 요트도 볼 수 있지만 내가 여길 자주 찾는 이유는 스타와무스 칩(Stawamus Chief)이라는 거대한 화감암 바위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이머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거벽이 우리 시야를 꽉 메웠다. 아이들은 거벽엔 그리 관심이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휘슬러 빌리지(Whistler Village)는 워낙 자주 찾은 곳이라 호기심은 전혀 없었지만, 그래도 여기가 북미를 대표하는 스키 리조트 아닌가.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 표정과 분주한 길거리 풍경을 보고 싶었다. 역시 아이들은 자연 풍경보단 이런 북적스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휘슬러 빌리지를 가로질러 오륜 마크가 세워진 광장까지 다녀왔다.
사이프러스 주립공원 초입에 있는 전망대에서 안개 가득한 밴쿠버를 내려다 보았다.
스쿠버 다이빙과 캠핑으로 유명한 포르토 코브를 잠시 걸었다.
스쿼미시 하버에선 요트 계류장 건너편으로 거대한 암벽을 자랑하는 스타와무스 칩을 조망할 수 있다.
전세계에서 몰려든 방문객들로 붐비는 휘슬러 빌리지
휘슬러 빌리지 북쪽에 있는 그린 호수(Green Lake)는 휘슬러 인근에선 가장 큰 호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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