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시장은 마포 공덕동 로타리에 있다. 공덕역에서 가깝다. 마포나루에서 가까웠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조선 시대부터 시장이 형성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전에 서울역 앞에서 근무할 때 자주 찾았던 최대포집이 새로 자리를 잡은 곳도 공덕시장 옆이었다. 공덕시장엔 무엇을 사러 간 것은 아니었다. 그 안에 있는 전 골목과 족발 골목이 워낙 유명하다고 해서 후배와 거기서 만나기로 하였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오랜 세월 장사를 해왔다는 것은 그 안에 필시 무엇인가가 있다는 이야기 아니겠는가.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는지 궁금해서 그곳을 찾은 것이다.
전 골목은 두 집이 골목 한 쪽씩을 맡아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청학동과 마포할머니란 상호를 쓰고 있었다. 갖가지 전을 진열해 놓은 곳에서 먹고 싶은 것을 골라 바구니에 담아 계산대로 가져가면 된다. 화려한 색깔, 다양한 모양으로 진열해 놓은 전과 부침개가 손님들 입맛을 돋운다. 가격은 그리 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가 비싼 것만 골라서 그런가. 몇 가지 전을 고르고 막걸리를 시켰다. 기름에 지지고 튀긴 음식들이라 그리 썩 마음에 닿지는 않았다. 여러 종류의 전들을 조금씩 맛본다는데 의미를 찾기로 했다. 족발 골목도 사람들로 붐비긴 마찬가지였다. 족발을 한 접시 시켰더니 순대국이 무료로 먼저 나온다. 쫀득쫀득한 족발 맛은 여전했다. 얼마만에 맛보는 족발이던가. 예전에 장충동에서 먹던 족발이 떠올랐다. 추억 속의 옛맛과 비교하며 소주 한 잔씩 곁들였다.
요즘 한국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맛집 소개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았다. 예전엔 맛집에 대한 글은 맛칼럼리스트나 쓰던 분야였는데, 요즘 인터넷에는 어느 누구나 자유롭게 맛집을 소개한다. 솔직히 너무나 많은 정보가 인터넷 공간에 떠돈다. 쉽게 음식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는 있지만 그들이 평가한 맛에 대해선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꽤 많았다. 음식맛이란 극히 주관적인 것이라 맛이 좋다, 나쁘다를 함부로 말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도 맛있는 음식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 그만큼 음식은 우리에게 중요한 삶의 요소이기 때문이다. 잔뜩 기대를 가지고 찾은 공덕시장의 먹자 골목에서 전과 족발로 나름 가슴 설레는 시간을 가졌다. 맛보다는 추억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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