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리왁(Chilliwack)에 있는 해발 1,630m의 써스톤 산(1630m). 써스톤에 오르면 케스케이드(Cascade) 산맥에 속하는 봉우리들이 캐나다와 미국 국경선 상에 넓게 포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그것들이 펼치는 파노라마 풍경에 덤으로 하얀 빙하까지 한 눈에 볼 수가 있다. 밴쿠버 인근에선 파노라마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유명 산행지 중 하나다. 써스톤은 엘크 산(Elk Mountain) 정상을 지나서 가야 한다. 물론 엘크만 올라도 아름다운 풍경이 시야에 들어오지만, 웬만하면 조금 더 힘을 내 써스톤까지 다녀오길 권한다. 아름다운 파노라마를 각도를 바꿔가며 오래 즐기라는 의미다. 써스톤까진 왕복 15km에 약 7시간이 소요된다. 등반고도도 1,030m로 그리 낮은 편은 아니다.
처음에는 숲길을 따라 한 동안 걷는다. 경사가 장난이 아닌 구간이라 숨이 턱턱 막힌다. 흘러내리는 땀을 몇 번이나 훔쳐낸 뒤에야 시야가 확 트이는 바위 전망대에 닿는다. 칠리왁과 프레이저 밸리(Fraser Valley), 그 뒤로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며 늘어선 해안산맥의 준봉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고개를 남쪽으로 돌리면 컬터스(Cultus) 호수와 베더 산(Vedder Mountain)이 자리를 잡고 있다. 여기서 사람을 도통 무서워하지 않는 새들을 만나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손바닥에 빵이나 땅콩 조각을 올려 놓으면 어디선가 날아와 냉큼 물어가 버린다.
엘크에 오르면 남쪽으로 칠리왁 강이 흐르는 깊은 계곡이 있고, 그 건너편으론 날카로운 봉우리와 빙하를 마주하게 된다. 이 정도면 땀 흘려 올라온 보람을 느끼기엔 충분하지 않은가. 베이커 산(Mt. Baker)과 토미호이 봉(Tomyhoi Peak), 보더 봉(Border Peaks), 슬레시 산(Mt. Slesse), 렉스포드 산(Mt. Rexford) 등을 눈으로 헤아릴 수 있다는 자체가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르겠다. 보더 봉은 국경을 사이에 두고 미국 보더 봉과 캐나다 보더 봉이 따로 있어 복수형 s를 붙였다.
엘크에서 써스튼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8월경에 찾는 것이 시기적으론 가장 좋다. 산상 초원을 덮은 야생화 군락이 합창을 하듯 일제히 꽃을 피워 올리고 산들바람에 춤을 추는 곳이 바로 여기다. 별유천지 꽃밭을 산책하는 기분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야생화뿐만 아니라 땅바닥에 낮게 깔려 자라는 산딸기를 따먹을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 엘크에서 써스튼까지는 1시간 이상 발품을 팔아야 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에 정신이 팔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걷다가 써스톤 정상에 세워진 작은 돌탑을 보고서야 제 정신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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