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 적응을 위해 남체에서 하루 쉬기로 했다. 그렇다고 그냥 로지에 머무르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에베레스트 뷰 호텔을 지나 쿰중(Kumjung)까지 갔다오기로 하고 8시 30분에 로지 앞에 집결했다. 박 대장과 정상욱 상무는 로지에 남겠다 한다. 가벼운 고소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이 몇 명 나왔지만 전반적으로 다들 컨디션은 좋은 듯 했다. 각자의 능력에 따라 속도를 달리해 오르막길을 오른다. 어제와는 사뭇 다른 남체 마을 모습에 카메라를 꺼내는 횟수가 늘어났다.
수목한계선에 위치한 파노라마 뷰 로지에 닿았다. 파란 하늘 아래 웅장한 봉우리들이 도열해 있었다. 에베레스트뿐만 아니라 로체(Lhotse)와 눕체(Nuptse)같은 높고 웅장한 봉우리들이 우리 시야에 들어왔고, 그 오른쪽에 아마다블람(Ama Dablam)도 보였다. 거리가 가까워서 그런지 아마다블람이 오히려 더 웅장하게 다가온다. 다들 예기치 못한 엄청난 풍경에 연신 감탄사를 쏟아낸다. 히말라야의 위압적인 풍경에 압도되었다고나 할까.
파노라마 뷰 로지에 근무하는 한 현지 여성이 유창한 우리 말로 인사를 건넨다. 어떻게 한국말을 배웠냐고 물었더니 한국에서 몇 년간 근무한 적이 있단다. 그래도 너무 잘 한다. 점심은 에베레스트 뷰 호텔에서 먹기로 했다. 음식을 시켰는데 인원수가 많아서 그런지 시간이 너무 걸린다. 땀이 식어 추위를 느낄 때가 되어서야 음식이 나왔다. 한 시간이 더 걸린 것 같았다. 여기 사람들 너무 느긋한 것 아니야? 호텔 매니저에게 항의를 한 후에야 요리사와 웨이터들 동작이 좀 빨라졌다.
대부분은 여기서 돌아서기로 했고 나를 포함한 아홉 명은 쿰중을 들려 다른 길로 내려가기로 했다. 좀 돌아가기는 하지만 에베레스트 초등자 힐러리 경이 쿰중에 세웠다는 학교를 들러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쿰중엔 모양새가 비슷한 집들이 성냥갑처럼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힐러리 학교는 산 속에 있는 학교치고는 시설이 꽤 좋았다. 운동장에서 술래잡기를 하고 있는 학생들도 만났다. 아, 컴퓨터 교실도 들어가 보았는데, 한국산악회의 실버 원정대에서 지어주었다고 적어 놓아 내심 자랑스러웠다.
쿰중에서 남체로 내려가는 길에 옛 공항을 지났다. 루크라에 새로 비행장이 들어서기 전에는 여기를 이용했다고 한다. 카트만두에서 바로 이 고도까지 올라오면 고소 증세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루크라에 새로 공항을 지었을까? 여기서 바라보는 조망도 무척 훌륭했다. 푸른 잔디가 깔린 사면에서 산악 마라톤을 하는 사람도 만났다. 나로선 숨 쉬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 고도에서 마라톤이라니? 우리로선 상상도 못할 일이라 그저 어리벙벙해졌다.
로지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또 수다를 떨었다. 수다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미국의 한 TV 방송국에서 예티 촬영을 나왔다고 부산했다. 촬영 장비에 인원까지 그 규모가 엄청났다. 그나저나 예티에 대한 소문만 분분했지,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직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이렇게 대규모 촬영팀을 보내다니 돈이 넘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디 가서 예티를 찍을 것인지는 직접 물어보지 못했다. 하여간 그네들 때문에 로지가 무척 시끄러웠다. 시끌법적한 분위기를 피해 몇 명 데리고 밖으로 맥주 한 잔 하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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