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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BC) – 1

산에 들다 - 히말라야

by 보리올 2013. 6. 2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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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 야크 앤 예티(Yak & Yetti) 호텔이 새벽부터 부산스러워졌다. 우리 일행이 루크라(Lukra)로 가는 오전 6 3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4시부터 설쳤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침낭과 막걸리>라는 모임 아래 뭉친 산꾼들. 만화가 허영만 화백을 대장으로 40여 명의 산사람들이 매달 비박을 하며 우의를 다지다가 이렇게 EBC 트레킹까지 나선 것이다. 2002년에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가 모태가 되었다.

 

이번 트레킹에는 우리 나라 산악계를 대표하는 박영석 대장이 참가해서 의미를 더했다. 솔직히 꽤나 신경 쓰이는 거물이긴 하지만 우리의 백두대간 종주에도 자주 얼굴을 내밀어 서로 흉허물이 없는 사이였다. 박 대장은 이번 트레킹에 좀 무거운 마음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지난 5월에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겠다고 도전했다가 산화한 두 명의 후배, 오희준과 이현조를 기리는 추모탑을 세우기 위해 동판을 만들어 우리 EBC 트레킹에 동참한 것이다.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는 네팔에 있는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 중에서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랑탕과 더불어 가장 유명한 코스에 속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에베레스트를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가는 여정이니 얼마나 가슴이 설렐까. 트레킹은 경비행기를 이용해 루크라에 내리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조그만 비행기로 단번에 해발 2,840m 되는 지점에 내리기 때문에 어지럼증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루크라에 도착하니 카트만두완 달리 날씨가 쌀쌀해 옷깃을 여미게 된다.  

 

루크라 공항 옆에 있는 로지에서 밀크티 한 잔씩 하면서 울렁이는 속을 다스렸다. 기념 사진 한 장 찍자고 30명이 넘는 대식구가 줄을 서니 엄청 길다. 현지인들이 몰려 들어 우리 모습을 구경한다. 졸지에 동물원 원숭이가 되었다. 히말라야를 경험했던 선험자들이 고산병에 대해 얼마나 겁을 주었던지 일행들 걷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그것이 무슨 대수랴. 여기까지 와서 빨리 서두를 일이 대체 뭐란 말인가.  

 

고산병 걱정 때문에 속도를 늦추었다 생각했는데 가만히 보니 일행들이 몇 발짝 걷고는 그 자리에 멈춰서는 끊임없이 수다를 떠느라 속도가 나질 않는다. 20여 분 걷고 20여 분을 떠드니 걷는 시간보다 수다떠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았다. 히말라야를 트레킹한다는 흥분에다 모처럼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게 되니 풀어놓을 이야기 보따리가 얼마나 많았을까. 난 멀리 캐나다에서 이 모임에 참가를 했으니 근황을 묻는 사람도 많았다.

 

길은 대체로 내리막길이라 부담이 없어 좋았다. 김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우리 행사를 맡은 네팔 현지 대행사 장정모 사장의 부인이 밤새도록 준비했다고 한다. 30명이 먹을 김밥을 홀로 쌌으니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그 정성이 대단하다. 2시간 30분이면 도착한다는 팍딩(Phakding, 2610m)을 우리는 5시간이나 걸려 도착했다. 팍딩 스타 로지에 들었다. 방 배정을 받고 오후 대부분 시간은 휴식을 취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수다와 해바라기로 시간을 보냈다. 해가 서산으로 저물자, 이젠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수다를 이어간다. 다들 대단한 정력이다.

 

트레킹 첫날의 저녁 메뉴는 닭도리탕. 잘 먹고 열심히 걸으라는 의미에서 영양식을 준비했으리라. <클린 마칼루 캠페인>에 요리사로 참여했던 펨바를 다시 만났다. 이 친구는 카트만두의 소문난 주먹이라 하는데, 네팔에 있는 한식당 주방에서 한식을 배워 이제는 요리사로 원정대를 따라 다닌다. 식사를 마치곤 각자 방으로 흩어질 줄 알았는데, 젊은 친구들은 달밤에 맥주 한 잔 더 하겠다고 밖으로 나선다. 과감하게 젊은 피를 따라 나서질 못했다. 젊은 축에 속하기엔 내가 나이를 먹은 모양이다. 난로 주변에서 수다를 떨며 두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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