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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BC) – 8

산에 들다 - 히말라야

by 보리올 2013. 7. 7.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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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이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BC)까지 가지는 못하더라도 여기 고락셉까지 온 것만 하더라도 대단한 기록이라 생각한다. 히말라야가 초행인 사람들이 많았는데도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여기까지 오지 않았던가. 고락셉도 해발 5,140m의 고지에 있으니 말이다.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고락셉에서 전체 인원을 세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운행하기로 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세 명은 말을 이용해 로부체로 이동해 헬기로 하산하고, 다른 한 그룹은 걸어서 페리체로 바로 하산하기로 했다. 컨디션이 좋은 그룹은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를 갔다가 페리체로 내려가기로 했다. 나는 당연히 베이스 캠프에 오르는 9명에 속했다.     

 

쿰부 빙하엔 찬 바람이 씽씽 불어오고 그늘에는 냉기가 가득했다. 해가 뜨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난 추위에 대한 준비가 그리 좋지 않았다. 너무 이른 아침이라 열심히 걸어도 추위를 쉽게 떨칠 수가 없었다. 병미가 촬영을 부탁한 캠코더는 2~3분만에 밧데리가 없다고 경고등이 들어온다. 모두 날씨가 추워서 그런 것이다. 몸이 힘들다고, 호흡이 가프다고 한가롭게 쉴 수가 없었다. 계속 움직이면서 몸의 열기로 추위를 버티는 수밖에.  

 

드디어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5,364m) 도착했다. 카트만두를 출발한지 8일만이다. 여기가 세계 최고봉을 오르는 기점이라니 신기하기도 했다. 얼마나 많은 원정대가 여기서 환호하고 탄식을 내뱉었을까. 그들의 함성이, 한숨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베이스 캠프에 진을 친 원정대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제 동계 시즌으로 들어갔으니 다들 철수를 한 모양이다. 해가 눕체 위로 불쑥 솟아 올랐다.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여전히 싸늘했지만 햇살에 담긴 온기가 퍼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기탁 형님은 이 따스한 햇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지옥에서 천당으로 옮겨 간 기분이라 표현을 했다.

 

에베레스트는 정작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에선 볼 수가 없다. 에베레스트로 오르는 아이스폴 지대 뒤로 보이는 봉우리는 에베레스트 서봉이다. 베이스 캠프를 돌아다니며 빙하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살아 움직이는 빙하는 매매일 모양새를 바꾸며 이동을 한다. 배낭에 넣어온 프래카드를 꺼내 들고 기념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빙하에 취한 몇 명은 아이스폴 지대까지 접근하는 바람에 모두가 함께 찍을 수는 없었다. 하산길에 다시 찍기로 했다.  

 

고락셉에 도착하니 정오가 되었다. 베이스 캠프까지 왕복하는데 5시간 조금 덜 걸렸다. 찐감자로 간단히 요기를 했다. 이제 페리체로 본격 하산하는 일만 남았다. 이틀에 걸쳐 오른 거리를 서너 시간에 내려가게 된다. 고소에서는 산을 오르는 일과 내려가는 일이 이렇게 차이가 난다. 후미에 서서 기탁 형님과 사카이 다니씨를 모시고 걸었다. 하산길에도 먼지가 많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번 트레킹에서 가장 큰 적은 고산병도, 추위도 아닌 먼지였다. 날이 건조해 대지가 바싹 말라 있기 때문에 앞사람이 걸어가는 뒤를 따르다 보면 엄청난 먼지를 마신다. 눈이 쌓여 있어야할 산길에 눈이 사라진 탓이다

 

로부체에서 볶음밥으로 요기를 했다. 무척 허기지던 차에 다행이었다. 먼저 하산한 일행들이 헬기로 후송되었는지 로지 주인에게 물었다. 누가 탔는지는 모르지만 헬기가 두 번이나 내려 앉았다고 한다. 헬기가 두 번 왔다면 우리 일행을 태우고 간 것은 확인된 셈이다. 우리만 빨리 페리체로 내려가면 된다. 투크라 로지에서 병현이와 광식이를 먼저 출발시켰다. 둘다 발걸음이 빠르니 먼저 내려가 기다리는 일행들을 안심시키라 했다.

 

가파른 경사를 내려서니 평탄한 강변길이 나타났다. 어둠이 내려 앉아 헤드램프를 꺼내 불을 밝혔다. 페리체에서 몇몇 젊은 친구들이 마중을 나왔다. 우리 배낭을 건내주고 함께 밤길을 걸었다. 히말라야 호텔 밖으로 일행들이 모두 나와 박수로 우릴 맞는다.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를 다녀온 우리가 마치 개선장군같아 보였다. 기분이 좋았다. 저녁 식사 후에 봉주 형님이 맥주를 돌렸다. 얼마나 먼지를 마셨는지 목이 칼칼하고 콧물도 나온다. 맥주를 마신 취기 핑계 삼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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