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엔 영릉이 두 개나 있다. 물론 한자로는 다르게 쓴다. 위치로는 바로 붙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에게 더 많이 알려진 영릉(英陵)은 조선조 4대 임금인 세종대왕의 무덤이고, 그 옆에 있는 또 하나의 영릉(寧陵)은 조선조 17대 임금 효종대왕의 무덤이다. 사실 세종대왕의 영릉은 한두 번 다녀갔지만 효종대왕의 영릉은 그 옆에 있는지도 몰랐다. 두 분 다 조선조 임금이었는데 업적이나 유명세에 따라 우리가 차별을 하는 것 같아 속이 편치는 않았다. 여주를 지나는 길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세종대왕이나 만나고 가자고 영릉으로 방향을 틀었다. 주말을 맞아 가족 단위로 소풍을 나온 사람들과 뒤섞여 예상치 못한 효종의 능까지 돌아 보았다.
조선왕릉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을 받아 관리가 예전보다 훨씬 철저해진 것 같았다.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세종대왕상이 세워져 있다. 역사적으로 워낙 유명한 인물이고 지폐에서 자주 접했던 왕이라 내심 친근함이 느껴졌다. 왼쪽으론 유물전시관인 세종관이 자리잡고 있고, 건물 밖에는 해시계와 자격루, 측우기, 혼천의, 간의 등 세종대의 과학기구를 전시해 놓고 있었다. 홍살문과 정자각, 비각을 둘러보고 영릉 앞에 섰다. 문인석과 무인석이 내 눈길을 끈 것 외에는 별다른 감흥은 일지 않았다.
효종대왕의 영릉은 700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오솔길을 따라 조그만 능선을 하나 넘어가야 했다. 효종의 무덤은 위에 있었고 그 아래 좀 떨어져 인선왕후의 무덤을 따로 썼다. 세종은 소헌왕후와 합장을 했다고 하는데, 효종은 왜 부인과 따로 쌍릉을 썼는지 모르겠다. 왕릉의 규모도 세종의 영릉에 비해 좀 작지 않나 싶었다. 세종의 영릉에 비해 사람들도 적었다. 효종대왕은 지하에서 섭섭할지 모르겠지만 난 한산해서 더 좋았다. 여유롭게 영릉을 둘러 보았다. 바쁠 것 없이 천천히 걸어 두 개의 영릉을 돌았더니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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