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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여행 ③] 순천 선암사

여행을 떠나다 - 한국

by 보리올 2014. 12. 1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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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선암사로 가는 길에 가는 빗줄기가 차창을 때렸다. 어제 내릴 비가 뒤늦게 오는 모양이라 생각했다. 선암사 주차장은 아침부터 인파로 붐볐다. 대형버스가 속속 들어와 울긋불긋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들을 마구 토해냈다. 이곳 또한 사시사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고즈넉한 산사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사실 선암사는 이런저런 이유로 여러 번 다녀간 곳이다. 올 때마다 늘 사람들로 붐볐던 기억이 났다. 부슬비를 맞으며 사람들을 따라 나섰다. 길 양쪽에 세워진 장승이 우릴 반긴다. 아니, 절에 사천왕상은 보이지 않고 웬 장승이 대신 서있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 선암사는 조계종에 속하는 절이 아니라 태고종의 총본산이라 했다. 그러면 이 절에 계시는 스님들은 모두 대처승이란 말인가?

 

가을빛이 물씬 풍기는 오솔길을 1km 정도 걸어 승선교에 닿았다. 보물 400호라는 승선교는 선암사와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일 것이다. 이 아름다운 승선교가 있어서 선암사가 더욱 유명세를 타는 지도 모른다. 승선교 위를 지나는 스님을 찍은 사진 한 장을 보고 선암사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실제 이 무지개 다리를 사진에 담기 위해 이곳에 왔었던 적이 있을 정도니 말해 무엇 하랴. 승선교 아래로 내려서 가을 분위기 풍기는 장면을 찾았지만 주변의 단풍이 그리 화려하지는 않았다. 승선교 아치 사이로 보이는 강선루를 넣어 사진 몇 장을 찍었다. 근데 또 다른 궁금증이 일었다. 선암사, 승선교, 강선루 등의 명칭에 왜 신선을 의미하는 선() 자를 썼느냐 하는 것이었다. 설마 스님들이 해탈의 경지보다는 신선이 되고 싶다는 의미는 아닐테지. 그런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갔지만 어느 누구에게 물어보지는 못했다.

 

삼인당이라 불리는 조그만 연못 주위가 그래도 가을 분위기를 가장 많이 풍겼다. 연못을 돌며 나름 가을 정취에 취해 보았다. 육조고사(六朝古寺)란 현판을 달고 있는 만세루를 지나 대웅전 앞에 섰다. 두 개의 삼층석탑이 좌우 균형을 맞춘 듯 마당에 세워져 있었다. 대웅전도, 삼층석탑도 모두 보물에 해당한단다. 템플스테이를 하고 있는 푸른 눈의 외국인들이 몇 명 보였다. 이들 눈에는 한국 불교의 위상이 어떻게 보일까 궁금했다. 선암사의 또 하나 명물인 해우소를 찾았지만 보수 중이라고 출입을 금지시켜 놓았다. 대웅전을 둘러싼 전각들을 돌며 산사에 남아있는 가을의 흔적을 찾아 다녔다. 아직 추색이 완연하진 않았지만 이 정도면 멀리 남도까지 내려온 보람은 있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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