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딸들의 제안에 따라 당일치기 가족여행으로 시애틀(Seattle)을 다녀오기로 했다. 기온은 영하를 가르켰지만 모처럼 날씨가 맑아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지만, 딸아이들은 내심 시애틀이 자랑하는 카페와 맛집을 둘러보고 싶어 했다. 아이들이 이끄는대로 코스를 잡았다. 시애틀이 가까워질수록 길가에 쌓였던 눈이 사라지더니 시애틀 인근은 눈이 내렸던 흔적조차 없었다. 밴쿠버에 비해서 날씨도 훨씬 온화했다. 오전 시간은 몇 군데 공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그린 호수(Green Lake)였다. 호수 자체는 그다지 특징이 있어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꽤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걷거나 뛰면서 호수를 한 바퀴 돌고 있었다. 4.5km라는 호수 한 바퀴를 모두 돌면 대략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이 걸린다 하지만 우리는 맛보기로 30여 분 걷고는 차로 돌아왔다.

 

그 다음으로 가스 워크스 공원(Gas Works Park)을 찾아갔다. 유니언 호수(Lake Union) 북쪽에 자리잡은 이 공원은 1906년부터 50년간 가스 공장으로 쓰였던 곳이다. 1962년 부지를 매입해 유명 건축가의 설계로 공장지대에서 공원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는데, 신기하게도 공장에서 쓰던 가스 설비를 그대로 남겨둔 것이 아닌가. 푸른 녹지와 묘한 대조를 이루는 가스 설비가 흉물스럽다기보단 멋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나에겐 무척이나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그레이트 마운드(Great Mound)라 불리는 언덕 위로 오르면 공원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호수 건너편으론 시애틀의 스카이라인도 즐길 수 있었다. 솔직히 이렇게 멋진 곳을 처음 온다는 사실에 좀 놀라기도 했다. 워싱턴 호수(Lake Washington)를 지나 레드몬드(Redmond)로 갔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있기 때문인데, 신정 연휴 기간이라 근무를 하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진 못 하고 차로 돌면서 건물 외관만 둘러보았다.

 

 

 

 

그린 호수는 시민들의 휴식처로 제격이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호수 주변에서 조깅이나 산책을 하고 있었고, 물 위에선 오리들이 한가로이 유영을 즐기고 있었다.

 

 

 

 

 

가스 워크스 공원의 한 축을 이루는 가스 설비를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둔 것이 오히려 공원의 운치를 더했다.

이런 식의 재개발이 난 너무 맘에 든다.

 

 

 

 

 

 

 

그레이트 마운드에선 멀리 시애틀의 스카이라인이 한 눈에 들어온다. 조망이 좋아 시민들 사랑을 받을만 했다.

 

공원 초입에 있는 시멘트 구축물은 아이들 놀이터였다. 그 위에 커다란 배관이 놓였던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엔 방문자 센터가 있어 초기 컴퓨터부터 그들이 이룬 결과물을 볼 수가 있다고 하는데

휴일이라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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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moon 2017.01.09 11: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이 아닌 벤쿠버에 사시는가요?
    시애틀에 당일여행을 다녀오셨다니.. ^^
    가스워크스공원이 참 특이하군요. 공장시설물을 그냥두고도 멋진 공원이 되었네요.
    서울에 있는 공원도 몇군데 일부만 시설물을 그냥 둔곳도 있습니다만..

    • 보리올 2017.01.09 17: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밴쿠버에 산지는 좀 됐습니다. 그 때문에 이 블로그에 캐나다나 미국에 대한 포스팅이 많은 편이지요. 그래도 매년 한 차례씩은 고국에 갑니다.

  2. kimchicheese2016 2017.01.10 04: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토론토보다 벤쿠버에 사는 분들이 부러운 이유 (순서의 중요성은 없음):
    1) 캐나다 로키 주말마다 하이킹 갈 수 있다. 매주 하이킹 가면 살 찔 일이 없겠어요.ㅋ
    2) 맘만 내키면 미국 워싱턴 주와 캘리포니아 주로 주말여행이나 단기여행 갈 수 있다. 우리는 비싼 항공료 내고 뱅기 타고 가야해서 작정을 하고 가야 합니다.ㅎ
    3) 겨울에 눈이 아닌 비가 온다. 저는 눈이 정말 싫어요. 차라리 비가 낫습니다.
    4) 호수가 아닌 바다를 매일 볼 수 있다. 저는 원래 바닷가 출신이라 생동감 넘치는 바다를 좋아합니다.

    올해가 정유년이군요.^^
    새해를 맞이하여 시애틀로 가족여행도 다녀오시고, 아, 부럽습니다 :)

  3. 김치앤치즈 2017.01.10 04: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해부터 정신이 가출을 했는지 위의 긴 댓글을 쓰고 보니, 제가 로그인을 안하고 댓글을 달았더군요.^^
    혹시 이름이 달라서 누군가 할까봐서요. 보리올님, 접니다.ㅎㅎ

    • 보리올 2017.01.10 05: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영어로 쓰던, 우리 말로 쓰던 누구신지 다 압니다. 괜한 걱정을 하셨네요. 그래도 너무 친절하십니다. 근데 맨 처음 단 댓글에는 아래와 같이 반박문을 언론에 공개해야겠네요.

      1) 캐나다 로키는 밴쿠버에서 1,000 km나 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해안 산맥이 있어 한 시간만 나가면 멋진 산이 부지기수입니다.
      2) 워싱턴 주는 당일에 다녀올 수 있지만 캘리포니아는 하루 종일 운전해야 겨우 닿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행기를 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3) 비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요. 그런데 여기 교민들은 우울증 걸리겠다고 하소연하기도 합니다.
      4) 토론토 온타리오 호수는 바다 같지만 밴쿠버 앞바다는 호수 같습니다. 밴쿠버 아일랜드가 태평양의 거친 파도를 막고 있기 때문이죠.

      이것도 너무 친절한 반박이죠? 제가 좀 그렇습니다. 명문 댓글이라 호승심이 쪼깨 일었습니다. ㅎㅎ

    • 김치앤치즈 2017.01.10 08: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렇게 명문중의 명문 반박글을 달아서 할 말 없게 만드시는 얄미운(?) 보리올님... 아무래도 보리올님 아내분에게 저 대신 여기저기 마구 꼬집어 달라고 부탁 좀 해야겠어요...ㅋㅋ
      허나 남의 소중한 남편님을 감히 꼬집으라는 망언을 한다고 오히려 욕 한바가지 들을 것 같은데요.ㅋㅋㅋ
      오늘은 더 이상 생각나지 않지만, 언젠가는 보리올님의 반박글에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래 봅니다 :)

    • 보리올 2017.01.10 09: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렇게 유쾌한 공방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유쾌한 공방은 우리 나라 정치판이 배워야할 스킬이지만요.

  4. justin 2017.04.22 12: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문가는 전문가인가 봅니다! 온고지신 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어요~ 정말 참신합니다! 저도 처음 보는 곳인데 나중에 꼭 들러야겠어요!

    • 보리올 2017.04.27 05: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문가? 재개발 방식을 이야기하는 거겠지? 옛것을 단지 낡고 누추하다고 쓸어버리는 것은 우리 과거를 부인하는 것 아닐까 싶다. 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게 좋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