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하이웨이는 잠시 BC 주를 들렀다가 다시 유콘 땅으로 진입했다. 주 경계선에 유콘 준주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어 모처럼 차에서 내려 포즈를 취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왓슨 레이크로 들어섰다. 유콘 준주의 관문 도시에 해당하는 이 도시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사인 포스트 포리시트(Sign Post Forest)로 꽤나 유명한 곳이다.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하나 둘씩 여기에 사인 포스트를 붙이기 시작해 오늘날엔 하나의 숲이 형성된 것이다. 세계 각국의 사인 포스트 속에 한글로 표시된 표지판도 보여 반가운 마음이 일었다.

 

여기에도 재미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건설하고 있던 1942, 미 공병대 소속 병사였던 칼 린들리(Carl Lindley)가 부상을 입어 왓슨 레이크로 후송되었다. 큰 부상은 아니었던지 칼에게 도로 표지판을 보수하라는 명이 떨어졌다. 표지판을 정비하면서 그는 자기 고향마을이었던 일리노이 주 댄빌(Danville)을 적은 표지판을 하나 추가하였다. 한 젊은이의 향수병이 오늘날 사인 포스트 포리스트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때 걸었던 사인 포스트 원본은 사라져 버렸지만, 1992년 알래스카 하이웨이 건설 50주년을 기념해 칼이 왓슨 레이크를 방문했을 때 복제판을 만들어 현재는 방문자 센터에 보관하고 있었다.  

 

왓슨 레이크를 떠나 화이트호스로 향했다. 차로 족히 대여섯 시간은 걸리는 거리였다. 도로 상태는 점점 더 나빠졌다. 차량 통행도 현저히 줄었다. 우리가 한적한 동토의 땅에 들어온 것이 확실해 보였다. 유콘 준주의 면적은 482,000 평방킬로미터로 남한의 5배 크기인데 반해, 인구는 겨우 36,000명이 산다. 그 중에 28,000명이 화이트호스에 산다고 하니 이동 인구는 꽤 있을텐데 도로는 한적한 시골길 같았다. 하이웨이 상에 있는 몰리 리버(Morley River)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자고 차를 세웠다. 꽃이 진 파이어위드(Fireweed)에서는 하얗게 부풀은 솜털 씨앗이 세상으로 날아 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유콘에도 파이어위드가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이제 화이트호스가 멀지 않았다.

 

 

 

 

 

 

 

 

 

 

<사진 설명> 세계 각지에서 이곳을 방문해 걸어놓은 사인 포스트가 75,817개에 이른다고 방문자 센터에 적혀 있었다. 한 젊은이의 단순한 발상이 오늘날 왓슨 레이크에 엄청난 컨텐츠를 선사한 셈이다.

 

 

 

 

 

 

<사진 설명> 유콘의 하늘은 더 청명한 것 같았다. 구름 또한 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듯 했다.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속으로 내가 풍덩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유콘의 첫 인상이 꽤나 강렬하게 다가왔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설록차 2014.02.10 04: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에 유콘 여행을 꿈꾸는 분은 필히 한글 표시판을 지참하세요...
    저기서 자기 고향, 나라 표지판을 발견하면 얼마나 기쁘겠어요...확대경이 없어 한글 표지판 찾기는 실패했습니다..엉엉 ㅠㅠ 왕년에 *지도에서 지명찾기* 베테랑이였는데 세월이ㅠㅠ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 보리올 2014.02.10 08: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혹시나 해서 일견해 보았는데 사진 속에 한글 표지판은 없더군요. 실제로 두 개인가 보기는 했지만 우리 나라 지명을 적은 것이 아니고 다녀간 분들 이름만 적어놓아 일부러 찍지를 않았습니다. 다음에는 한글로 된 지명에 거리까지 표기해 하나 가지고 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