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천문을 지나면서 길이 상당히 가팔라졌다. 그만큼 계단의 각도가 급해진다는 이야기다. 몸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중국 사람들은 타이산 오르는 것을 등산으로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보통은 운동화 차림이었고 어떤 사람은 구두를 신고 오기도 했다. 산길 여기저기에 무슨 사원, 사당은 그리 많은지 들르는 곳마다 향을 사라, 돈내고 복을 빌어라며 온통 돈타령이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길 양쪽으론 기념품 가게와 식당, 호텔들이 곳곳에 나타나 여기가 산중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산행을 시작한지 4시간이 지나 남천문에 도착했다. 남천문을 지나니 천가가 나온다. 온통 상점과 식당, 호텔로 가득한 산상마을이었다. 계단을 따라 앞만 보고 올라오던 풍경이 일순 바뀌며 전망이 좋아졌다. 우리가 올라온 길이 한 줄기 하얀 선으로 보였다. 타이산 정상인 옥황정(玉皇頂)까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것은 등산이라고 하기보단 경사가 급한 계단을 끊임없이 오르는 극기훈련 같았다. 무려 7,412개의 계단을 걸어오르려니 비슷한 높이의 산을 오르는 것보다 더 힘이 드는 것 아닌가 싶었다. 땀은 꽤 났지만 그래도 무사히 끝까지 올랐다.

 

타이산의 정상석은 의외로 옥황전 앞에 세워져 있었다. 하얀 비석에 빨간 글씨로 1,545m라 높이가 적혀 있었다. 옥황상제를 모시는 도교 사원인 옥황전이 왜 타이산 정상에 세워져 있는 것일까? 정상석 앞에 섰지만 여기가 타이산 정상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 옆에 있는 일출봉이 조망도 있어 정상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산은 곤돌라와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돌계단을 오르느라 고생한 무릎이 은근히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곤돌라와 버스를 타는데 또 한 사람에 120위안을 내야 했다. 천외촌에서 버스를 내려 타이산 산행을 마쳤다.

 

타이산은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현장이고 지질학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1987년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타이산을 오른 내 느낌은 등산이라기보다는 그저 유원지를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시작하는 양사언의 시조만 아니었다면 직접 타이산 오를 명분은 별로 없어 보인다. 한 번 오르면 10 장수한다는 이야기도 관광 수입을 노린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이렇게 해서 타이산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소득이라면 소득 아니겠는가.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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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5.05.06 09: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태산을 갔다와서 뜻깊었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하늘이 뿌옇고 특히 정상이 산같지가 않아 보통이었습니다.

    • 보리올 2015.05.07 00: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산행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 버킷 리스트에서 타이산을 지울 수 있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다시 가기는 어려울 것 같지 않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