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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1.30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WCT) ⑤ (2)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하는 오늘 구간은 이 트레일의 백미에 해당한다. 나름 기대를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하지만 어제부터 시작된 비가 오늘 그 피크를 이뤘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비를 맞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날씨가 좋지 않았다. 처음엔 해안을 걷다가 41km 지점 표식이 있는 곳에서 숲으로 들어서 데어 포인트(Dare Point)까지 걸었다. 가끔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포인트가 나왔으나 비 내리는 바다는 좀 칙칙했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37km 지점에서 다시 해변으로 나와 치와트 강(Cheewhat River)까지 걸었다. 바위 위에 한 무리의 가마우지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대책 없이 비를 맞는 모습이 안쓰러웠지만 그게 자연스러운 모습이니 어쩌랴. 치와트 강은 서스펜션 브리지로 건넜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졌다. 클로오즈(Clo-oose)까지는 숲길이 계속되었다. 여긴 과거 백인 정착민이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지만 현재는 인디언 보호구로 지정된 곳이라 그 안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오리엔테이션 때 경고를 받았던 곳이었다. 하지만 굵은 빗방울을 피해 잠시 쉴 곳을 찾다가 폐허가 된 집을 발견했다. 집기가 엉망으로 흩어져 있었다. 문도 떨어져 나가 흉가 같았지만 이 안에서 하루 묵고 갈까 했는데 아들은 썩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기왕 젖은 김에 좀 더 가기로 했다. 클로오즈를 지나면 높지 않은 절벽 위로 오른다. 바다를 바라보는 경치가 좋다고 하는 곳인데 빗줄기에 그냥 지나쳐야 했다. 곧 트레일을 정비하는 현장이 나왔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너댓 명이 팀을 이뤄 보드워크를 새로 깔고 있었다. 30km 지점엔 디티다트(Ditidaht) 원주민 부족이 운영하는 숙소가 있었는데, 천막으로 임시 캐빈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하루 90불인가를 달라고 해서 그냥 나와 버렸다.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니티나트 내로우즈(Nitinat Narrows)에 있는 휴게소에 도착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이라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음식과 맥주도 팔고 보트로 강을 건네주기도 한다. 연어 스테이크를 시키고 맥주 한 캔씩 했다. 난롯가에 앉아 옷도 말렸다. 보트를 타고 강을 건넜다.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었고 숲길을 걸었다. 간간이 조망이 트이는 곳이 나왔지만 역시 빗줄기에 경치가 가렸다. 29km 지점 표식이 있는 곳에서 해변으로 나와 수지아트 폭포(Tsusiat Falls)로 향했다. 수지아트 포인트의 바위 아래로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어 그 속을 통과했다. 하루 종일 비를 맞아 컨디션도 많이 떨어지고 기분도 울적해 수지아트 폭포까진 가지 않았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에서 가장 붐빈다는 수지아트 폭포에서 캠핑하는 것을 포기하고 30분 거리에 있는 개울 옆에 호젓하게 텐트를 쳤다. 우리 텐트만 달랑 하나였다. 텐트에서 취사를 하고 환기를 위해 텐트 문을 열었더니 그 사이 비도 그치고 하늘엔 노을이 좀 보였다. 내일은 날씨가 좋아질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 좀 풀렸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새로운 하루를 시작했다. 트레일은 전에 비해 많이 편해졌다.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다양한 형태로 침식된 바위를 만날 수 있었다.

 

해안에서 숲으로 드는 지점엔 어김없이 나무에 부표가 매달려 있어 그 위치를 알려줬다.

 

 

 

꽤나 운치가 있어 보이는 숲길도 빗줄기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 못 하고 지나쳐야 했다.

 

 

트레일에서 멀지 않은 곳에 귀신이 나올 법한 폐가가 한 채 있었다. 비를 피해 안으로 들어가 잠시 휴식을 취했다.

 

원주민들도 포함된 트레일 정비팀이 오래된 보드워크를 들어내고 새로 보드워크를 깔고 있었다.

 

 

 

니티나트 내로우즈에 있는 휴게소에서 난로를 쬐며 옷을 말리곤 다시 빗속으로들어가 강을 건넜다.

 

수지아트 포인트에는 바위 아래 뚫린 공간이 있어 사진 배경으로 아주 좋았다.

 

 

칙칙한 바다에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거센 파도도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존재였다.

 

오랜 기간 파도에 의해 침식된 절벽에 자연이 묘한 그림을 그려 놓았다.

 

 

하루 묵으려 했던 캠프 사이트까진 가지 못 하고 개울 옆에 홀로 텐트를 쳤다.

서쪽 하늘에 나타난 한 줌의 노을로 날씨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를 갖게 되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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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02.17 11: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를 아주 시원하게 맞은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해안가를 걷다가 밀물이 차올라 파도로부터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야하는 스릴도 즐길 수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해가 지기전에 날씨가 개는 것을 보고 아주 기쁜 마음으로 잠을 청했던 것도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