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걍진곰파'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3.10.06 랑탕 트레킹 - 5
  2. 2013.10.05 랑탕 트레킹 - 4 (2)
  3. 2013.10.04 랑탕 트레킹 - 3 (4)

 

해발 3,800m의 걍진곰파에서 보낸 하룻밤이 녹녹치 않았던 모양이다. 아니면 어제 마신 맥주 때문일까? 다들 약한 고소증세를 보이고 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안영숙 회장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코피도 터지고 아침 먹은 것을 토한다. 바로 약을 복용시키고 출발을 서둘렀다. 고소증세엔 하산이 최고라 하지 않던가. 마침 우리는 라마호텔로 하산해 다른 목적지인 고사인쿤드로 향할 예정이었다.

 

고산병을 걱정하며 천천히 올라온 길을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내려갔다. 길 가운데 돌무더기로 쌓아올린 마니석들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물줄기를 호스로 연결해 마니차를 돌리는 장면도 가끔 눈에 띈다. 마니차가 한 바퀴 돌 때마다 청명한 종소리가 나게끔 설계가 되어 있었다. 이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르막 길에 비해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이리라.

 

한 대장이 포터 한 명과 먼저 내려간 탓에 일행이 단출해졌다. 우리 일행 넷에 가이드, 요리사 그리고 포터 5명으로 줄었다. 운이 좋게도 트레킹 첫날부터 날이 좋았다. 눈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밴쿠버 지인에게 아이젠 사진을 찍어주겠다 약속한 것을 지키기 어려울 것 같았다. 고사인쿤드를 지나 4,600m 지점에 있는 라우레비나(Laurebina) 패스가 남았으니 그때를 기약하는 수밖에.   

 

해발 고도 3,000m 아래로 내려오니 숲도 나오고 그늘이 생겨 햇빛을 피할 수 있었다. 라마호텔에 여장을 풀고 오랜만에 온수로 샤워도 했다. 고사인쿤드로 올라야 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는 없지만 오늘같은 날 맥주 한 잔이 빠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저녁 식사 때는 반주 삼아 소주에 맥주를 섞은 폭탄주가 한 잔씩 돌았다. 그래야 10~11시간씩 자야하는 현실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히말라야에선 시간이 참 늦게 흐른다. 히말라야의 하루는 먹고 걷고 잠자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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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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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진곰파까지는 완만한 길을 따라 오른다. 빠른 걸음이면 2시간이면 충분할 것이지만 쉬면서 천천히 걸어 3시간이 걸렸다. 가끔씩 들판에 한가롭게 풀을 뜯는 야크들이 눈에 띈다. 야크란 히말라야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이니 이 또한 히말라야 고유의 풍경이라 할만 하다. 하늘을 나는 패러글라이더들의 모습도 보였다.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희열은 과연 어떨까?

 

점심 식사를 마치고 한 대장이 먼저 하산을 하겠다 한다. 특식으로 라면을 끓였다. 사실 한 대장 가기 전에 닭도리탕을 대접하려 했지만 너무 바가지를 씌우려해서 그만 두었다. 보통 닭 한 마리에 600루피면 살 수 있었는데, 여기선 숫제 팔지 않겠다는 집도 있고 어느 집은 한 마리에 2,000루피를 달라고 한다. 닭도리탕 좋아하는 한 대장이 섭섭해 해도 이런 금액으로는 살 마음이 조금도 없다. 

 

가벼운 허그로 작별을 마치곤 한 대장은 올라온 길로, 우리는 걍진리(Kyanjin Ri)를 오르기 위해 길을 나섰다. 미리 받은 트레킹 정보로는 걍진리의 고도가 4,100m라 해서 300m만 오르면 되는 줄 알았는데 가이드 지반은 고도를 4,500m라 하고 지도에는 4,770m라 적어 놓았다. 오르막 경사도 만만치 않았다.

 

걍진곰파에서 두시간 반을 올라 걍진리 정상에 섰다. 걍진곰파에서 무려 730m나 올라온 것이다. 손목시계에 있는 고도계로는 4,582m가 나온다. 고소증세로 걱정이 앞섰지만 일행들 컨디션이 그리 나쁘지 않다. 나를 빼곤 4,500m가 넘는 높이를 처음 경험하는데 다들 발걸음이 가벼워 걱정을 덜었다. 걍진리에 오를 수 있었던 행운에 가벼운 허그로 서로를 축하했다.  

 

걍진리에서 바라본 파노라마 풍경은 단연 일품이었다. 찬바람이 쌩쌩 불어오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우리는 이 장관에 넋이 팔려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랑탕 계곡 트레킹이 유명한 이유가 바로 이 풍경 때문 아니겠는가. 사실 걍진곰파까지 이르는 트레킹 코스가 그리 뛰어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누군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이라 칭송했다는데 당시엔 그랬을지 모르지만 잘못 와전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걍진리에서의 조망은 이런 생각을 다소 떨쳐 버리게 했다.

 

무사히 4,500m 지점을 찍고 온 기념으로 로지로 돌아와 맥주 한 잔씩을 돌렸다. 가이드가 내일 아침 출발을 30분 늦추자고 한다. 당연히 기상 시각도 30분 순연될터. 그러면 장장 11시간을 잠자리에서 버텨야 하는데 이 고역을 어찌 할꼬? 하루 종일 걷거나 산을 올라 몸은 고단하지만 11시간을 딱딱한 침대에서 버티는 것은 장난이 아니다. 전기라도 있으면 책이라도 읽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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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영숙 2013.10.11 10: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곳, 강진리 정상의 풍광이 제일 으뜸이었다, 이곳을 보러 며칠간 고생한것 같았다.
    그래서 기분이 너무좋아 못하는 맥주와 pop corn이 유달리 맛있어 과음에? 꽁치
    김치찌게 과식에 고산증이 왔나 모르겠다. 어째든간에 걸음만은 뒤지지 않고
    잘 걸었던것은 사실이고,이남기님의 위로와 간호로 빨리 쾌유해서 남은 여행이 즐거웠읍니다.

  2. 보리올 2013.10.11 15: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걍진리의 경치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덕분에 통과의례로 고산증세가 스쳐 지나갔고요. 맥주, 김치찌개는 고산병과 아무 상관없을 겁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로지의 잠자리 풍경은 늘 비슷하다. 좁고 딱딱한 나무 침대에서 잠이 들면 그 때부턴 무슨 의미인지도 헤아리기 어려운 묘한 장면들이 영화처럼 수시로 바뀌다가 잠에서 깬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거의 없다. 가끔은 꿈인지 생시인지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아마 이것도 히말라야 신들을 만나는 신나는 경험 중 하나 아닐까 싶다.

 

밤부라는 단어를 쓴 마을답게 주변에 대나무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그렇다고 엄청난 숲을 이룰 정도는 아니었다. 히말라야에도 대나무가 자란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시켜 주는 정도라고나 할까. 나무숲을 관통하는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히말라야에서는 흔치 않은 길이다. 맞은 편에서 내려오던 독일 아가씨 한 명이 매직 포리스트(Magic Forest)!’라고 표현한 것을 듣고 보아서 그런지 숲길이 더 매력적이었다. 숲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낮은 관목을 통과하자, 숲이 사라지며 풍경이 트이기 시작한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해발 고도를 1,000m나 올린다. 연이틀 1,000m씩을 올리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해발 고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더 높은 고도였더라면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점심은 리마가 수제비를 준비했다. 히말라야 산속에서 먹는 수제비라 더 맛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 밴쿠버 한인 산우회 회장을 역임한 최정숙, 안영숙 두 여걸은 이런 호사가 어디 있냐고 연신 감탄을 거듭한다.

 

해발 고도가 3,430m인 랑탕(Langtang)에 도착했다. 마을이 제법 크다. 랑탕 문화 센터란 건물에 학교를 파한 아이들이 모여 장난을 치고 있었다. 어딜 가나 개구장이들은 근심 걱정없이 활달하기만 하다. 문화 센터란 건물이 낮에는 학교 건물로 쓰이는 모양이었다. 학생들이 모두 빠져 나간 건물에선 무슨 종교 의식을 준비하는지 여자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해질녘 랑탕 구경에 나섰다. 코흘리개 아이들을 구슬려 사진 몇 장 찍고는 학교 건물로 들어갔다. 할머니 한 분이 자리에 앉으라 하더니 자꾸 차를 권한다. 처음엔 괜찮다 손사래를 쳤지만 나중엔 반쯤 강요에 가깝게 변했다. 결국 차를 한 잔 마셨다. 차값으로 100루피를 시주했더니 그것은 사찰에 내는 것이고 차값은 별도로 자기에게 달란다. 대꾸도 않고 그냥 100루피만 주고 밖으로 나왔다.  

 

랑탕의 높이면 고소증세를 걱정할 때가 된 것이다. 하지만 한 대장이 내일 걍진곰파(Kyanjin Gompa)까지만 갔다가 먼저 돌아서겠다 한다. 맥주로 간단한 송별식을 치뤘다. 고산병 때문에 한 잔씩으로 미리 못을 박아야 했다. 이제 또 10시간의 기나긴 취침에 들어가야 한다. 방을 함께 쓰는 후배 김정의 씨와 침대에 누워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를 논하다 잠이 들었다. 화제가 너무 무거워 잠이 쉽게 온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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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영숙 2013.10.04 14: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산증으로 토하고 설사하고 코피까지 동반했던 그때 처량했던 나의 모습도 이젠
    과거로 그리움으로 가물 가물 꿈처럼 한 모퉁이에 남았네요. 랑탕의 추억으로.......

  2. 보리올 2013.10.04 15: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랑탕의 추억이라... 멋진 말이네요. 고산병이야 고산에 들면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이지요. 그래도 심하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3. 설록차 2013.10.06 08: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추억을 공유하는 두 분이 나누는 대화가 정겨워요...흔한 경험이 아니지요...^*^

  4. 보리올 2013.10.06 09: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 랑탕을 함께 갔던 분입니다. 산을 엄청 잘 타는 여걸인데 연세가 드셨다고 생각하셔서 요즘은 힘든 산행에 나서길 꺼리는 것 같습니다. 세월 앞에선 장수가 없다지만 그래도 자신감을 잃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