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3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5시에 일어났다. 예약은 되어 있었지만 아차 하면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단다. 다와같은 친구가 급히 자리를 내놓으라 하면 항공사에선 절대 거절을 하지 못한단다. 일찍 공항에 나가 눈도장을 찍는 것이 좋다고 해서 그러자 했다. 다행히 비행기 네 대가 비슷한 시각대에 들어와 우리 일행 모두는 인원을 나눠 타고 루크라를 떠날 수 있었다.

 

카트만두에 도착해 야크 앤 예티 호텔에 잠시 짐을 맡겼다. 오후 늦게 카트만두 외곽에 있는 리조트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다들 사우나를 간다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사진 분류 작업을 하기 위해 정모네 집으로 갔다. 점심은 정원이란 한식당에 집결해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곁들였다. 전에도 자주 왔던 곳이라 눈에 익었다. 트레킹을 무사히 마친 것을 자축하는 건배도 했다. 오후 시간은 자유 시간을 갖기로 했다.

 

카트만두로 다시 돌아옴으로써 우리의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트레킹은 끝이 났다. 이번 트레킹에는 묘하게도 히말라야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사람이 절반을 차지했고 나머지 절반은 초행자였다. 솔직히 초행자 중에 몇 명은 중도에 탈락할 것이라 예상을 했었다. 하지만 우리는 한 명도 낙오없이 모두가 해발 5,140m의 고락셉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난 이 기록도 무척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 모임에 탄탄한 팀워크와 훌륭한 팀닥터가 있었기 때문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2002년 백두대간 종주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멤버들 간에 불협화음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큰 소리 한 번 난 적이 없는, 정말 믿기지 않는 팀워크다. 허 대장의 은근한 카리스마, 기탁 형님과 인당 형님의 헌신적인 후배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우리 모임엔 기탁 형님과 같은 훌륭한 팀닥터가 계시고, 이번에는 부인까지도 함께 활약을 해주셨다. 이들 부부 약사의 손길에 고산병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우리가 이 지구상에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 에베레스트를 오른 것은 물론 아니다. 기껏 고락셉까지 오르고 이런 자랑을 한다는 것이 살짝 창피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환상적인 멤버들과 함께 한 시간은 정상에 오른 것보다도 더 소중하고 행복한 것이었다. 어디를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와 가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언제쯤 다시 이런 산행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트레킹 개요>

 

2007 11 23일부터 12 4일까지 <침낭과 막걸리>란 산꾼들의 모임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를 찾았던 12일간의 트레킹 기록이다. 만화가 허영만 화백을 중심으로 산행과 막영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원래는 2002년에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 산행이 모태가 되었다. 이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트레킹 기록은 월간마운틴 2008 2월호에 소개한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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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테레비소녀 2013.07.11 14: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포스팅 잘보고갑니다..간접체험 잘하고 가요~~감사~

  2. 보리올 2013.07.11 15: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별말씀을요. 고맙긴 제가 오하려 더 고맙지요. 근데 연예게 소식통이시네요. 놀랍습니다.

  3. 설록차 2013.08.13 06: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예로운 최후의 9인 중 한분이셨네요... 나이가 들어서인지 모르는 사이라도 젊은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듭니다...*** 추가) 지구절경기행 35회:네팔-히말라야의 빛,에베레스트 가도

  4. 보리올 2013.08.13 10: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건 운이 좀 좋았다던가, 컨디션이 좋았다는 의미지, 영예라는 표현은 낯이 간지럽네요. 처음 가는 사람도 잘 올라가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건 체력의 문제가 아니라 체질에 따라 고소 적응이 많이 다릅니다. 직접 가서 한번 체험해 보세요.

 

전원이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BC)까지 가지는 못하더라도 여기 고락셉까지 온 것만 하더라도 대단한 기록이라 생각한다. 히말라야가 초행인 사람들이 많았는데도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여기까지 오지 않았던가. 고락셉도 해발 5,140m의 고지에 있으니 말이다.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고락셉에서 전체 인원을 세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운행하기로 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세 명은 말을 이용해 로부체로 이동해 헬기로 하산하고, 다른 한 그룹은 걸어서 페리체로 바로 하산하기로 했다. 컨디션이 좋은 그룹은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를 갔다가 페리체로 내려가기로 했다. 나는 당연히 베이스 캠프에 오르는 9명에 속했다.     

 

쿰부 빙하엔 찬 바람이 씽씽 불어오고 그늘에는 냉기가 가득했다. 해가 뜨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난 추위에 대한 준비가 그리 좋지 않았다. 너무 이른 아침이라 열심히 걸어도 추위를 쉽게 떨칠 수가 없었다. 병미가 촬영을 부탁한 캠코더는 2~3분만에 밧데리가 없다고 경고등이 들어온다. 모두 날씨가 추워서 그런 것이다. 몸이 힘들다고, 호흡이 가프다고 한가롭게 쉴 수가 없었다. 계속 움직이면서 몸의 열기로 추위를 버티는 수밖에.  

 

드디어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5,364m) 도착했다. 카트만두를 출발한지 8일만이다. 여기가 세계 최고봉을 오르는 기점이라니 신기하기도 했다. 얼마나 많은 원정대가 여기서 환호하고 탄식을 내뱉었을까. 그들의 함성이, 한숨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베이스 캠프에 진을 친 원정대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제 동계 시즌으로 들어갔으니 다들 철수를 한 모양이다. 해가 눕체 위로 불쑥 솟아 올랐다.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여전히 싸늘했지만 햇살에 담긴 온기가 퍼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기탁 형님은 이 따스한 햇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지옥에서 천당으로 옮겨 간 기분이라 표현을 했다.

 

에베레스트는 정작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에선 볼 수가 없다. 에베레스트로 오르는 아이스폴 지대 뒤로 보이는 봉우리는 에베레스트 서봉이다. 베이스 캠프를 돌아다니며 빙하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살아 움직이는 빙하는 매매일 모양새를 바꾸며 이동을 한다. 배낭에 넣어온 프래카드를 꺼내 들고 기념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빙하에 취한 몇 명은 아이스폴 지대까지 접근하는 바람에 모두가 함께 찍을 수는 없었다. 하산길에 다시 찍기로 했다.  

 

고락셉에 도착하니 정오가 되었다. 베이스 캠프까지 왕복하는데 5시간 조금 덜 걸렸다. 찐감자로 간단히 요기를 했다. 이제 페리체로 본격 하산하는 일만 남았다. 이틀에 걸쳐 오른 거리를 서너 시간에 내려가게 된다. 고소에서는 산을 오르는 일과 내려가는 일이 이렇게 차이가 난다. 후미에 서서 기탁 형님과 사카이 다니씨를 모시고 걸었다. 하산길에도 먼지가 많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번 트레킹에서 가장 큰 적은 고산병도, 추위도 아닌 먼지였다. 날이 건조해 대지가 바싹 말라 있기 때문에 앞사람이 걸어가는 뒤를 따르다 보면 엄청난 먼지를 마신다. 눈이 쌓여 있어야할 산길에 눈이 사라진 탓이다

 

로부체에서 볶음밥으로 요기를 했다. 무척 허기지던 차에 다행이었다. 먼저 하산한 일행들이 헬기로 후송되었는지 로지 주인에게 물었다. 누가 탔는지는 모르지만 헬기가 두 번이나 내려 앉았다고 한다. 헬기가 두 번 왔다면 우리 일행을 태우고 간 것은 확인된 셈이다. 우리만 빨리 페리체로 내려가면 된다. 투크라 로지에서 병현이와 광식이를 먼저 출발시켰다. 둘다 발걸음이 빠르니 먼저 내려가 기다리는 일행들을 안심시키라 했다.

 

가파른 경사를 내려서니 평탄한 강변길이 나타났다. 어둠이 내려 앉아 헤드램프를 꺼내 불을 밝혔다. 페리체에서 몇몇 젊은 친구들이 마중을 나왔다. 우리 배낭을 건내주고 함께 밤길을 걸었다. 히말라야 호텔 밖으로 일행들이 모두 나와 박수로 우릴 맞는다.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를 다녀온 우리가 마치 개선장군같아 보였다. 기분이 좋았다. 저녁 식사 후에 봉주 형님이 맥주를 돌렸다. 얼마나 먼지를 마셨는지 목이 칼칼하고 콧물도 나온다. 맥주를 마신 취기 핑계 삼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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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이 많은 사람들에게 고비였던 모양이었다. 하긴 해발 5,000m 가까운 지점에서 하룻밤을 잤으니 몸이 이 고도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몇 명이 구토를 했다 하고 많은 사람이 약한 고소 증세를 보이는 것 같았다. 이러다가 하산조를 하나 꾸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순간적인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어제 협의된 대로 일단 고락셉까지는 모두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다행히 먼저 하산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정모는 우리 팀웍에 대해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한다.

 

아침 식사에 우럭젓국이 나왔다. 가뜩이나 식욕이 떨어진 대원들로부터 엄청난 환영을 받았다. 예전에 백두대간 종주할 때나 <침낭과 막걸리>의 비박 모임이면 어김없이 서산 광식이 내외가 준비해 왔던 메뉴라 우리 입맛에 친숙하기도 했다. 짭짤한 국물이 오히려 식욕을 돋구는 것 같았다. 이번에도 광식 내외가 30인분의 우럭젓국을 준비해오는 정성을 보였다.  

 

쿰부 빙하를 따라 고락셉으로 오르는 길은 무척 지루하고 힘든 여정이었다. 다리는 무거운데 가도가도 끝이 없어 보였다. 빙하가 만든 모레인 지역도 황량하긴 마찬가지. 너무 삭막한 풍경에 약간 실망스럽기도 했다. 눈 앞에 버티고 선 설산들도 꽤나 위압적으로 다가왔다. 고도를 5,000m로 올라서면서 걷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나도 머리가 띵해지며 다리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50보 걷고는 그 자리에 서서 여러 차례 심호흡을 하는 방식으로 고소 증세에 대항을 했다. 크게 속도가 나진 않았지만 그리 심한 고산병도 없었고 딱히 어디가 고통스럽지도 않았다.

 

뒤따른던 정원이가 컨디션 난조로 돌아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힘들어 해서 페리체로 돌아가 있으라 했단다. 하지만 아래로 먼저 내려간다던 정원이가 다시 발길을 돌려 올라온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첫 히말라야 도전에 지친 심신을 다시 싸잡은 모양이었다. 그 용기 참으로 가상했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걸어 고락셉 로지에 도착, 짐을 풀었다.

 

각자의 컨디션에 따라 칼라파타르(5,550m)에 오르기로 했다. 일찍 도착한 다섯 명은 이미 칼라파타르로 출발했단다. 오후 2시에 나도 그들 뒤를 따랐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온전히 보려면 칼라파타르를 올라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왜냐 하면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에선 에베레스트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고도를 높일수록 설산 뒤에 숨은 검은 암봉 에베레스트가 자태를 드러낸다.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봉우리를 이렇게 지척에서 볼 수 있다니이 감격을 뭐라 해야 하나.

 

중간쯤 올랐을까, 먼저 오른 다섯 명이 내려오고 있었다. 세계의 지붕이라는 곳에서 걸음을 빨리 할 필요는 없었다. 쉬엄쉬엄 칼라파타르로 오르며 해질녁의 설산 풍경에 완전히 매료가 되었다. 사카이 다니씨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에베레스트를 감싼 일련의 산군들이 위용을 자랑하며 우리 앞에 나타났다. 풀모리와 창제, 에베레스트 서봉, 에베레스트, 눕체 등이 우리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우리가 보려던 것이 바로 이 광경 아닌가. 감격도 잠시.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고 바람도 거세져 하산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저녁 식사를 하러 오지 않는 사람이 늘어났다. 허 대장을 비롯해 두 명의 여성 대원의 상태가 특히 좋지 않았다. 이런 사람을 위해 PAC(Potable Altitude Chamber)라 불리는 감호백을 가져왔다. 이 속에 사람을 넣고 가압을 해서 기압이 높은 지대에 있는 것처럼 만드는 것이다. 세 명을 차례로 시도해 보았지만 상태가 그리 좋아지진 않았다. 오늘 밤을 지켜보고 그래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내일 아침 말을 타고 로부체로 먼저 하산시키기로 했다. 로부체까진 말 한 마리에 200불을 달라고 한다. 원가도 크게 들지 않는 괜찮은 장사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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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3.07.31 09: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발 밑에 있는 돌멩이 하나하나 신경쓰면서 걷자면 무상무념 구도의 길이 될것 같아요...^^

  2. 보리올 2013.07.31 10: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념무상 구도의 길이라... 꿈보다 해몽이 더 좋습니다. 솔직히 너무 힘이 들어 아무 생각이 없으니 무념무상의 경지라고 해도 좋을 것 같네요. 한 번 구도의 길 떠나 보시죠.

 

호텔 밖의 분위기가 어수선한 느낌에 잠을 깼다. 간밤에 엉뚱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 짐을 나르던 야크 여덟 마리가 밤새 어디론가 도망을 쳤다고 한다. 로부체로 도망을 간 것 같다고 몰이꾼이 그 방향으로 쫓아간 사이 우리 팀의 사다인 옹추가 짐을 지키는 묘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별난 일이 다 벌어진다 싶었다. 단조로운 트레킹에 변화를 주려는 야크의 충정으로 여기기로 했다.  

  

페리체를 출발해 계곡을 따라 완만한 경사를 치고 올랐다. 오늘은 고도 700m를 올려 해발 4,900m까지 오르니 다들 긴장이 되는 하루리라. 얕은 개울을 건널 때는 살얼음 위를 조심조심 건너야 했다. 11월 말이면 얼음이 꽁꽁 얼어붙어야 하는 것 아닌가. 더구나 산길에도 눈을 전혀 볼 수가 없으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눈과 얼음이 없는 초겨울의 히말라야를 어찌 상상할 수 있을까? 여기도 지구 온난화는 피해갈 수가 없는 모양이다.

 

어제 저녁까지는 식사를 거르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정모는 우리의 팀웍을 무척 부러워했다. 30여 명 일행 중에 아직까지 고산병으로 뻗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오늘 구간에선 고도를 높일수록 힘에 겨워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늘이 고비다. 조금만 더 힘내라 서로를 격려하면서 이 난관을 헤쳐나가는 수밖에.

 

세 시간을 꾸준히 오른 다음에 투크라(Thukla, 4620m)에 도착해 휴식을 취했다. 오늘은 유독 문경 형수와 진원 부부가 힘들어 한다. 투크라 로지에선 촐라체가 바로 코앞에 우뚝 버티고 있다. 우직한 성격의 경상도 산사나이, 박정헌 대장이 올랐던 등반 루트를 어림짐작으로 더듬어 보았다. <>이란 책에서 생사의 기로에 섰던 원정 기록을 읽었는데 그 현장에 내가 서 있다니 이 감격을 뭐라 표현할까.

 

투크라에서 세르파 무덤에 이르는 오르막에서 대부분 녹초가 되었다.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점점 넓어진다. 세르파 무덤엔 여기저기 탑이 세워져 있어 산에서 죽어간 영혼들을 기리고 있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산에서 유명을 달리한 현장을 보니 마음이 짠해졌다. 죽음을 돈과 명예로 바꿀 수는 없을텐데고도를 높이면서 다리가 풀리고 때론 구토까지 하는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팀닥터 기탁 형님의 손길이 무척 바빠졌다.

 

쿰부 빙하 하단에 해당하는 모레인 지역을 따라 걸었다. 돌과 모래로 덮여 있어 빙하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저 돌이 많은 너덜지대라고나 할까. 로부체의 칼라파타르 로지에 들었다. 로지 앞으로 메라 피크(Mehra Peak, 5820m)가 자리잡고 있었고, 그 왼쪽엔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눕체가 버티고 있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아직 에베레스트와 로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원래 주인공은 늘 뒤에 나오는 법 아닌가?

 

아직까진 큰 사고없이 어려움을 헤쳐 나왔다. 인원이 많음에도 특유의 팀웍으로 힘든 상황을 잘 이겨내고 있었다. 팀에 흐르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한 몫을 했다. 허 대장의 은근한 카리스마가 작용한 탓일 게다. 저녁 식사 전에 대원들이 모여 일정을 협의했다. 고락셉(Gorakshep)까진 모두가 함께 운행을 하고, 내일 오후 칼라파타르(Kala Patthar)와 모레 오전에 갈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BC)는 각자의 컨디션에 따라 다녀오기로 했다.

 

칼라파타르 로지는 지금까지 묵었던 로지에 비해 시설이 형편 없었다. 아예 밖에서 비박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생수 한 병에도 280루피를 달란다. 산 아래에 비해선 거의 7배 수준이다. 야크 똥을 태우는 난로 주변에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소에서의 잠은 꼭 환각 상태와 비슷해 별 희한한 꿈을 꾸게 된다. 그것이 싫어 가능하면 늦게 자려고 일부러 밤늦게까지 버틴다. 열심히 야크 똥을 난로에 부었다. 이 야크 똥도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똥도 돈을 주고 사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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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3.07.30 16: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웅장한 에베레스트를 보니 벤쿠버 주위의 산이 귀엽게 보이네요...실제 눈으로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상상도 할 수가 없습니다.ㅠㅠ 맥주값은 고도와 비례해서 올라간다 하셨지요...그럼 물값도 마찬가지...^^

  2. 보리올 2013.07.30 23: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히말라야의 산들, 그 중에서 에베레스트의 위용은 대단합니다. 무척 위압적이라고 할까요. 열심히 운동하시고 체력 키우셔서 직접 한번 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