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뚜르 드 몽블랑에서 이 구간이 가장 아름다웠었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풍경을 보고 느끼는 방식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갖게 만든 한 마디가 아닐 수 없다. 쿠르마이어를 벗어난 버스는 우리를 조그만 다리 앞 공터에 내려주었다. 상큼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산행을 시작한다. 한 시간은 족히 숲길을 오른 것 같았다. 숲을 빠져 나오자, 우리 뒤로 몽블랑이 흰 눈을 뒤집어 쓴 채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앞으론 알프스 3대 북벽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그랑 조라스(Grandes Jorasses, 4208m)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산허리를 에두르는 산길을 걸으며 두 봉우리를 보고 또 보았다. 이런 행운이 주어진 것에 절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탈리아의 유명 산악인 월터 보나티(Walter Bonatti)의 이름을 딴 보나티 산장은 페레 계곡(Val Ferret)을 사이에 두고 그랑 조라스와 마주보는 위치에 있었다. 바깥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맥주 한 병 시켜놓고 마냥 그랑 조라스를 올려다 보았다. 다시 산길을 걷다가 급하게 고도를 낮춰 계곡 아래로 내려섰다. 아르프 누바(Arp Nouva)란 마을엔 쿠르마이어 가는 버스가 있었다. 여기 냇가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었다. 막간을 이용해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는 사람도 있었다. 이제 마지막 경사가 남았다. 오전에 내려온 고도만큼 다시 치고 올라야 했다. 젖소 방목지를 지나는데 소똥이 여기저기 널려있어 지뢰를 피하듯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한 시간 정도 걸려 엘레나(Elena) 산장에 도착했다. 150명을 동시에 수용하는 시설이라 커다란 방에는 이층 침대가 가득했다. 숙박 인원 전부가 7시에 모여 함께 저녁을 먹었다.

 

길이 여러 갈래 얽혀 있어 트레일 상에 있는 이정표는 꽤나 복잡했다. 돌에 그려진 TMB 표식이 오히려 이해가 쉬웠다.

 

 

숲을 벗어나면서 우람한 산괴가 나타나더니 그 뒤로 몽블랑 정상이 시야에 들어왔다.

 

 

7~8월의 알프스엔 온갖 야생화가 피어있어 다채로운 색깔을 뽐낸다.

 

 

 

수많은 클라이머들의 투혼을 불태우게 만든 그랑 조라스가 우리에게 민낯을 보여주었다.

 

 

보나티 산장은 그랑 조라스를 보기엔 아주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었다.

 

여기서도 말을 이용해 짐을 나르고 있다. 계류 위 좁은 다리는 사람이 다니고 말은 그냥 물 위를 걸어 건너야 했다.

 

울퉁불퉁한 산세를 바라보며 산 중턱을 에둘러 가는 산행이 무척 여유로웠다.

 

얼마 있으면 UTMB라는 산악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까닭인지 이렇게 연습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아르프 누가 마을까진 버스가 들어오는 데다 산장과 식당 등이 있어 휴양지로 좋을 것 같았다.

 

오전에 낮춘 고도만큼 다시 올라야 했다.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며 걷는 길이라 피곤을 느낄 새가 없었다.

 

여기도 산악자전거 행렬이 이어져 트레일을 나누어 써야 했다.

 

 

아르프 누가 마을에서 엘레나 산장까진 고도 300m를 올리는 데도 고산을 오르는 느낌을 풍겼다.

 

 

해발 2,061m에 위치한 엘레나 산장 또한 장엄한 풍경을 선사했다.

시설도 본옴므 산장에 비해선 훨씬 깔끔하고 현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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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6.11.09 08: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 ㅑ~ 그랑 조라스를 바라보면서 맥주 한잔이란~ 가본 적은 없지만 그 느낌이 너무 실감나듯이 상상이 갑니다!

    • 보리올 2016.11.10 13: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상상만 해도 분위기 너무 좋지 않냐? 우리 언제 맥주 한잔 앞에 놓고 산봉우리 보면서 30분간 멍때리기 하자꾸나. 몽블랑이나 그랑 조라스면 더 좋겠고. 맥주값은 물론 아들이... 맥주 맛 정말 끝내주겠다.

 

알프스 산군 가운데 몽블랑 둘레를 도는 뚜르 드 몽블랑은 경치가 뛰어난 곳이다. 날카롭게 하늘로 치솟은 봉우리와 깊게 패인 계곡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고, 산자락에 펼쳐진 푸른 초원 사이로 이리저리 에둘러 가는 산길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트레킹 도중에 만나는 산장도 이 몽블랑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잠자리와 식사 등 많은 편의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 산자락에 너무 많은 케이블카와 곤돌라, 산악철도를 부설해 놓았다. 산속 깊은 곳까지 사람이 살아가는 흔적이 있고, 푸른 초원엔 소와 양이 배설한 오물이 지천이었다. 캐나다 로키에선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의외로 많았다.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지 않은 배경엔 이런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 인간들이 저지른 자연 파괴 현장을 많이 보게 되어 입맛이 좀 씁쓸했다. 그럼에도 뚜르 드 몽블랑은 아름다운 풍경을 지니고 있었고 절로 벌어지는 입을 도무지 닫을 수가 없었다.

 

차를 타고 콩타민(Contamines)으로 이동해 노틀담 성당(Norte Dame de la Gorge)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몽블랑의 남서부를 도는 일정인데 아쉽게도 하루 종일 몽블랑을 볼 수는 없었다. 처음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나타났다. 이 구간은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로만 로드(Roman Road)라고 했다. 발므(Balme) 산장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초원에서 풀을 뜯는 소떼가 나타나 전형적인 알프스 풍경을 보여줬다. 본옴므 고개(Col du Bonhomme, 2,329m)까진 꽤 길게 올라야 했다. 출발점이 해발 1,210m였으니 벌써 고도를 1,000m 이상 올린 것이다. 하지만 우린 거기서 다시 고도를 올려 본옴므 십자가 고개(Col de la Croix du Bonhomme, 2479m)까지 내처 올랐다. 십자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돌로 쌓은 탑 하나만 덜렁 놓여 있었다. 그것도 조만간 무너질 듯 위태롭게 보였다. 해발 2,443m에 위치한 본옴므 산장은 바로 그 너머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 위치가 아름다운 경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라 진짜 산장에서 묵는 기분이 들었다.

 

콩타민에 자리잡은 노틀담 성당을 둘러보고 산행에 나섰다.

 

 

 

초원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알프스 산악 풍경을 만끽하곤 발므 산장에 도착했다.

여기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본옴므 고개로 오르기 시작했다.

 

 

초원의 푸르름 외에도 여기저기 이름 모를 야생화가 피어 있어 눈을 즐겁게 했다.

 

 

 

드디어 본옴므 고개에 올랐다. 여기서 바라보는 풍경도 장관이었다.

 

 

 

본옴므 고개에서 본옴므 십자가 고개까진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지만 줄곧 바위 구간을 걷는 탓에

고산에 오른 느낌을 주었다.

 

본옴므 십자가 고개엔 쓰러질 듯 보이는 돌탑 하나와 시원한 파노라마 조망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산기슭에 그림처럼 자리잡은 본옴므 산장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내려섰다.

 

 

 

 

본옴므 산장에서 창문을 열고 바라본 풍경에 넋을 잃을 뻔했다.

서둘러 밖으로 나와 저녁을 먹으러 나온 아이벡스 무리를 만났다.

 

 

 

산장에서 저녁으로 소고기 스튜와 조로 만든 죽이 나왔다. 양이 좀 적어 아쉬웠지만 맛은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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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치앤치즈 2016.10.28 01: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으로 볼 땐 완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 것 같은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도 인간이 남긴 좋지못한 흔적들이 있다니 참 안타깝습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서 국가에서 관리하면 훨씬 더 나은 모습을 간직할 수 잇을 것 같은데, 그렇게 안한다니 그것도 좀 안타깝고요.
    그나저나 저 산장에선 고기를 먹지 않는 저같은 사람은 죽만 먹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네요.^^

    • 보리올 2016.10.28 04: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알프스 도처에 사람의 흔적이 너무 많습니다. 18세기 말부터 시작된 등반, 휴양, 관광 때문에 유럽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 탓이지요 거꾸로 되돌리긴 어렵지만 앞으로라도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더군요.

  2. justin 2016.11.05 19: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이외네요~ 유럽이라 자연 보호가 뛰어날 줄 알았는데 관광 명소여서 영락없이 인간의 손때가 탔네요. 그래도 본옴므 산장 경관은 장관이네요!

 

마우나 로아로 오르는 길은 참으로 지루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황무지를 걷는 느낌이었다. 급하게 치고 오르는 구간은 없어 그리 힘들지는 않았지만 고산에 왔다는 징후는 간간히 전해졌다. 사진 한 장 찍는다고 숨을 참으면 머리가 띵해 오는 것부터 시작해 잠이 올 시간도 아닌데 연신 하품이 났다. 역시 고소는 속일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저 앞에 정상이 보이는 듯 했지만 그렇게 쉽게 닿을 것 같지는 않았다. 고도를 높일수록 발걸음에 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 검은 화산암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살갗에 살짝 스치기만 해도 피가 흘렀다. 그렇게 쉬엄쉬엄 걸어 마우나 로아 정상에 있는 모쿠아웨오웨오 칼델라(Mokuaweoweo Caldera) 위에 섰다.

 

우리 눈 앞에 펼쳐진 광활한 분화구를 보고 무척 놀랬다. 세상에 이렇게 커다란 분화구가 있을까 싶었다. 분화구 길이가 4.8km나 되고 그 폭은 2.4km에 이른다고 한다. 축구장 수 십 개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에 하얀 눈까지 쌓여 있어 묘한 풍경을 연출했다. 흑백의 강렬한 대조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처럼 말이다. 분화구 이름이 무슨 의미인가 궁금했는데 나중에 알아보았더니 하와이 말로 붉게 불타는 지역이라고 한다. 용암이 분출할 때 온천지가 붉게 물든 상황을 묘사한 것이리라. 1935년 분화 당시는 용암이 사람 사는 마을을 위협해 미육군이 폭탄을 투하해 진로를 바꾸기도 했다고 한다. 이 화산은 1984년 분출 이후론 잠잠하다고 하지만 지표 아래선 여전히 활동을 하고 있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산을 오르며 소비한 시간도 많았고 촬영까지 겹쳐 예상보다 많이 늦어졌다. 기념사진을 몇 장 찍곤 하산을 서둘렀다. 정상에 오래 있을수록 고산병 증세로 힘들어 하는 사람이 나오기도 했다. 행여 넘어지기라도 하면 많이 다칠 수도 있어 발걸음에 더욱 신경을 쓰면서 산을 내려섰다. 일행들 하산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해가 완전히 지고 깜깜해져서야 주차장에 내려섰다. 헤드램프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이파이브로 무사히 내려선 것을 자축했다. 마우나 로아 산행은 참으로 묘한 경험이었다. 해발 4,000m가 넘는 산을 당일에 다녀온다는 것도 그렇고, 마치 혹성 탈출에나 나올 법한 지역을 내내 걸었다는 것도 특이한 체험이었다. 산행 자체는 호락호락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무사히 잘 마쳐 다행이었다.

 

 

 

 

 

 

 

 

 

 

 

 

 

 

 

 

 

 

 

 

[이 산행을 촬영해 2015517KBS2 <영상앨범 산>에서 방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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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백운산은 치악산의 유명세에 가려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해발 고도 1,087m면 높이도 넉넉한 편이고 제법 고산다운 면모도 갖추고 있지만 여길 찾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다. 산림청에서 백운산 언저리에 자연휴양림을 만들어놓아 그나마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백운산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었다. 농가주택을 개조한 동생네 서곡리 별장에서 묵을 때 시간을 내어 올랐어야 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그러지를 못했다. 주말에 원주로 내려갔다가 동생과 의기투합하여 둘이서 백운산을 오르기로 하였다. 마침 동생도 초행길이라 해서 더 의미가 있었다.

 

자연휴양림을 들어가기 때문인지 한 사람에 입장료 1,000원씩을 받았다. 휴양관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했다. 처음엔 순환임도를 타고 오르다가 바로 숲길로 들어섰다. 숲 특유의 비릿한 내음이 풍겨와 정신을 맑게 한다. 개울을 하나 건넜더니 제법 단풍다운 단풍을 만날 수 있었다. 숲을 빠져 나와 다시 임도를 만났다. 이 임도는 산악자전거를 타기엔 너무 좋을 것 같았다. 울긋불긋 산자락을 물들인 단풍을 보면서 산책하듯이 호젓하게 걸었다. 어린 학생들 서너 명이 보이기에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어 보았다. 원주에 있는 어느 중학교에서 자연보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대답이 들어왔다. 임도 상에 있는 조망대에선 꽤나 많은 선생님과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백운산 정상으로 오르는 산길은 조망대를 지나서 갈라진다. 임도를 벗어나 가파른 산길을 2.3km 치고 오르면 정상에 닿게 된다. 이 구간에도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꽤 많았다. 백운산 정상에 섰다. 원주시 정상석과 제천시 정상석이 따로 세워져 있었다. 이것도 분명 세금으로 세웠을 터인데 한 봉우리에 두 개의 정상석이라니 이게 말이 되나 싶었다. 난 정상석 세우는 것도 자연훼손이라 생각하는 사람인데 그것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산은 소용수골 방향으로 내려서 순환임도롤 다시 만났다. 구불구불 휘도는 임도를 따라 5km를 걸어서 수양관으로 내려섰다. 이 임도는 참으로 산책하기 좋은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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