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니보인과 함께 하루를 보내곤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 하루 더 머물고 싶었지만 식량이 많지 않았다. 하산은 해발 2,395m의 원더 패스(Wonder Pass)를 경유한다. 캠핑장을 출발해 곡(Gog) 호수를 지나 원더 패스로 올랐다. 아시니보인 지역엔 옥이나 곡, 마곡 등 특이한 이름이 많다. 모두 성서 시대에 나오는 전설적인 거인들의 이름이라 한다. 대륙분수령에 속하는 원더 패스에서 다시 알버타 주로 돌아왔다. 여기가 대륙분수령이란 것을 상기시키듯 우리 진행 방향으로 먹구름이 가득했고 구름 형태도 퍽이나 요상했다. 비를 피하긴 어려울 것 같았다. 우비를 챙겨 입고 돌풍을 동반한 소나기 속으로 씩씩하게 들어갔다.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것이 최선의 방법 아닌가. 그나저나 그 아름답다는 마블 호수를 제대로 보지 못 하고 종종걸음을 쳐야 하는 것이 좀 아쉬울 따름이다. 산을 오르며 걸었던 브라이언트 크릭 트레일을 만나 빅 스프링스(Big Springs) 캠핑장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밤새 비가 내렸다.  

 

마지막 날은 일정에 여유가 있었다. 배낭 무게도 많이 줄었고 트레일 기점까지 8.4km가 남아 힘들 것도 없었다. 여전히 가랑비가 내려 온몸이 젖었다는 것만 빼고 말이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도 없어 자연 걸음이 빨라졌다. 밴프 국립공원 경내를 벗어나 스프레이 밸리 주립공원으로 들어서니 트레일이 넓어졌다. 마운트 샤크 트레일 기점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우리는 50km가 조금 넘는 거리를 백패킹으로 마쳤다. 넙을 오른 거리를 더하면 60km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 길거나 험난한 코스는 아니었지만 노익장에겐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힘들단 소리 한 마디 않고 끝까지 함께 걸은 팔순의 최 회장님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안내판이 있는 기점에서 하이파이브로 재활 과정이 모두 끝났음을 알렸다. 가벼운 마음으로 캔모어를 향해 차를 몰았다. 밤새 내린 비가 산 정상부에는 눈으로 쌓여 우리의 무사 귀환을 축하해주는 것 같았다.

 

 

캠핑장에서 일출을 맞았다. 부드러운 아침 햇살을 받아 아시니보인이 밝게 빛나는 듯했다.

 

 

 

마곡 호수로 내려서 호수에 비친 아시니보인 산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더 타워(The Tower)를 바라보며 원더 패스로 오르는 도중에 원더 폭포라 불리는 조그만 폭포도 만났다.

 

대륙분수령이자 주 경계선인 원더 패스에 올라 알버타 주로 되돌아왔다.

 

 

원더 패스에서 바라본 더 타워와 구름 가득한 하늘

 

 

 

마블 호수로 내려서면서 눈에 들어온 산악 풍경 또한 웅장함을 자랑한다.

 

 

그 아름답다는 마블 호수가 빗방울 사이로 시야에 들어왔다.

 

하산 중 하룻밤을 야영한 빅 스프링스 캠핑장

 

 

밴프 국립공원을 벗어나 스프레이 밸리 주립공원의 산길을 걸었다.

 

45일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마운트 샤크 트레일 기점에 도착해 백패킹의 대미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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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다 2019.10.23 0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로하신 분을 모시고 쉽지 않으셨을텐데.. 대단하십니다!
    멋진 트래킹 잘 봤습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는 호주의 남동부 빅토리아 주에 있는 해안도로를 말한다. 공식적으론 토키(Torquay)와 알랜스포드(Allensford) 사이의 243km길이의 도로다. 좀 더 큰 도시로 표기하면 지롱(Geelong)에서 워남불(Warnambool)까지라 보면 된다. 해안선을 따라 다양한 지형을 지나고 12사도 바위 등 자연의 랜드마크를 품고 있기 때문에 빅토리아, 아니 호주에서도 유명 관광지로 통한다. 멜버른에서 이 도로를 따라 12사도 바위와 그 주변의 특이한 지형을 구경하기 위해 당일 여행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B100번 도로로도 불리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살아서 귀환한 병사들의 피와 땀으로 건설되었고, 1차 대전에서 산화한 호국영령들에게 헌정되었다.

 

멜버른을 출발해 지롱까지는 브이 라인(V/Line)이란 기차를 이용하고, 워남블까지 이어지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 구간은 브이 라인에서 운행하는 버스를 탔다. 열차와 버스를 연계해 하나의 티켓으로 두 가지를 모두 탈 수 있었다. 호주 국립 서핑 박물관이 있을 정도로 서핑이 유명한 토키는 그냥 버스에서 바라보기만 했다. 아폴로 베이(Apollo Bay)에서 내렸다. 인구 1,600명의 소읍이었지만 넓은 비치가 펼쳐졌고 바다 내음을 풍기는 선착장도 있었다. 그레이트 오트웨이 국립공원(Great Otway National Park) 안에 있는 케이프 오트웨이(Cape Otway)를 찾았다. 1848년에 세워진 하얀 등대가 있는데 입장료가 비싸 안으로 들어가진 않았다. 버스는 프린스타운(Princetown)을 거쳐 포트 캠벨 국립공원(Port Campbell National Park)으로 들어섰다.

 

12사도 바위 직전에 있는 깁슨 스텝스(Gibson Steps)부터 들렀다. 절벽에 계단을 놓아 비치까지 내려갈 수 있었다. (Gog)과 마곡(Magog)이라는 두 개의 바위가 서있지만 이건 12사도에 들어가지 않았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12사도 바위(The Twelve Apostles)가 있었다.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특히 단체로 몰려온 중국인들 때문에 호주를 대표하는 관광지임에도 감흥이 많이 떨어졌다. 전망대에 올라 12사도 바위를 한 눈에 담아보았다. 바닷물에 의해 침식된 12개의 돌기둥을 예수의 12제자로 칭했지만 그 중에 네 개는 무너지고 현재는 8개만 남아 있었다. 절벽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바다에 서있는 바위의 위용이 대단했지만 이 정도로 어찌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을까 속으로 궁금증이 일었다. 여기보다 한 수 위라고 여겨지는 곳을 이미 몇 군데 다녀온 터라 좀 시시하게 느껴졌다.




멜버른에서 브이 라인을 타고 지롱에서 내린 다음 브이 라인 버스를 타고 그레이트 오션 로드로 다가섰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의 기점인 아폴로 베이에선 넓은 해변을 거닐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케이프 오트웨이 등대는 호주 본토에서 가장 오랜 기간 등불을 비춘 등대였다지만 1994년 다른 방식으로 대체되었다.




깁슨 스텝스에선 계단을 타고 비치로 내려서 바다에 서있는 두 개의 바위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호주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12사도 바위를 만났다.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몹시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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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8.06.13 1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뭔가 의미를 부여해서 사람들이 몰리게끔 하는 것이 서양 사람들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3대 부자가 12사도 바위를 보러갈 기회가 있을때 8개라도 전부 멀쩡했으면 좋겠습니다!

    • 보리올 2018.06.14 05: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바닷가에 남아 있는 돌기둥에 예수의 12제자 명칭을 붙인 것은 좀 너무한 것 같더라. 그리 볼품도 없던데... 아들이 보내주는 호주 여행 기대하마.




12사도 바위를 만나는 마지막 날이 밝았다. 이제 16km만 더 걸으면 이 길의 끝에 서게 된다. 마음이 가벼운 때문인지 길도 편해졌고 배낭 무게도 확실히 가벼워졌다. 오늘도 따가운 햇볕이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벼랑 위를 걸어 프린스타운(Princetown)에 닿았다.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나 다리를 건너 마을로 들어섰다. 이 마을에 하나뿐인 가게에선 아쉽게도 맥주는 팔지 않았다. 롱블랙(Long Black) 한 잔을 시켰다. 테이블을 차지하고 여유롭게 한 시간을 쉬었다. 다리로 돌아와 포트 캠벨 국립공원으로 들어섰다. 멀리 해안에 솟은 12사도 바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동에서 서로 걷는 특성상 오전에는 등 뒤에서 햇볕이 비추지만 오후엔 얼굴을 바로 비춘다. 살이 푹푹 익는 듯 했지만 얼굴에 뭔가를 바르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냥 버티며 걸었다. 남반구라 해가 북쪽으로 움직이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12사도 바위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전망대를 지났다. 젊은 커플이 전망대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사람들로 붐비는 깁슨 스텝스(Gibson Steps)에 도착했다. 주변에서 중국어가 많이 들렸다. 계단을 타고 해변으로 내려섰다. (Gog)과 마곡(Magog)이라는 두 개의 바위가 있는데, 이건 12사도에 들어가진 않는다. 12사도 바위까지 800m를 마저 걸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아래를 지나는 지하통로를 건너니 방문자 센터가 나왔다. 엄청난 인파에 묻혀 12사도 바위를 만났다. 검게 탄 얼굴에 무거운 배낭을 멘 사람은 나 혼자였다. 전망대에 서서 12사도 바위를 마주했다. 바닷가에 서있던 12개의 돌기둥을 그렇게 지칭하는데, 그 중 네 개는 침식으로 무너지고 8개만 남았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모두 마쳤다는 희열이 몰려왔다. 12사도를 만난 기쁨도 물론 컸지만 빨리 마을로 내려가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들이키고 싶은 욕구가 솔직히 더 강했다.


구름 위에 내려앉은 아침 햇살이 화창한 날씨를 예고했다.


12사도 바위가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반대 방향에서 가벼운 복장으로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걷는 사람도 나타났다.


길을 걷는 동안 캥거루 몇 마리가 나타났으나 이 녀석을 제외하곤 카메라에 담을 시간을 주지 않았다.



프린스타운에 도착해 가게에서 제대로 된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었다.


프린스타운부터는 포트 캠벨 국립공원으로 들어섰다.



관목 사이로 난 길을 따라 12사도 바위를 향해 걸었다.



깁슨 스텝스 직전에 12사도 바위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 데크가 설치되어 있었다.





깁슨 스텝스에 있는 곡과 마곡을 먼저 만났다. 여긴 계단을 타고 해변으로 내려설 수 있다.



12사도 바위 방문자 센터



그레이트 오션 워크의 종착점인 12사도 바위에 닿았다. 막 성지 순례를 마친 사람처럼 감격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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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10.24 15: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미의 장식이 화려하네요! 12사도 바위와 함께 긴 여정을 끝내는 것이라 의미가 남다르겠습니다! 동에서 서로 걷는 것이, 해가 북쪽에서 비추는 것이 뭔지 직접 느껴보고 싶습니다!

    • 보리올 2017.10.26 10: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체 구간은 좀 지루하고 삭막하지만 12사도바위에서 끝나는 마무리는 꽤 괜찮은 편이었지. 언제 직접 느껴보길 바란다.

  2. 2018.01.15 03: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보리올 2018.01.15 15: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혼자 걸었던 길입니다. 아폴로 베이에서 12사도 바위를 지나 와남불로 가는 버스가 일주일에 3회(월, 수, 금인가?) 있고 그 사이에 있는 날에는 와남불에서 아폴로 베이로 오는 버스가 3편 있습니다. 저도 목적지 도착했더니 아폴로 베이 가는 버스는 없는 날이라 반대편 와남불로 가서 거기서 멜버른 가는 마지막 기차를 탔죠. 기차가 4시간 걸렸던 기억이 납니다. 버스를 못 타는 상황이면 목적지 인근에서 하루 자거나 가이드 회사에 미리 픽업을 부탁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