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오션 워크는 동에서 서로 한 방향으로만 걸어야 한다. , 아폴로 베이에서 12사도 바위를 향해 걷는다. 대부분이 그레이트 오트웨이 국립공원에 속하지만, 마지막 구간은 포트 캠벨 국립공원(Port Campbell National Park) 경내를 지난다. 캠핑장 이용은 빅토리아 공원 당국(Parks Victoria)에 미리 예약해야 한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 상에 모두 일곱 개의 GOW 캠핑장이 마련되어 있다. 공원 당국에선 은근히 7 8일에 걷도록 권장을 하지만 캠핑장 사이의 간격이 3~4시간이면 닿는지라 두 구간을 하나도 묶어도 큰 무리는 없을 듯 했다. 또 어떤 곳은 GOW 캠핑장이 차를 몰고 오는 드라이브인 캠핑장과 나란히 붙어 있어 이를 이용해도 괜찮다. 차량이 닿는 곳이라면 교통편을 지원받아 밖에서 자고 들어와도 좋을 것 같았다.

 

둘째 날이 밝았다. 밖엔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화장실을 다녀오는 길에 어제 본 코알라를 찾았더니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했지만 해가 떠오를 즈음엔 구름이 걷히며 햇살이 비치는 것이 아닌가. 기분이 덩달아 좋아졌다. 캠핑장을 출발해 바로 숲으로 들어섰다. 어제완 다르게 너도밤나무라 불리는 비치(Beech)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포인트 루이스로 올라섰지만 볼 것이 없었다. 처음으로 등산화를 소독하는 곳이 나왔다. 여기선 부트 하이진 클리닝 스테이션(Boot Hygiene Cleaning Station)이라 불렀다. 이 지역에 서식하는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뿌리썩음병을 유발하는 병원체를 없애는 설비인데, 이후에도 여러 번 지나쳤고 그 때마다 등산화를 소독해야만 했다.

 

내륙으로 우회하는 길이 없어 만조에는 마냥 물이 빠지길 기다려야 한다는 파커 인레트(Parker Inlet)에 도착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다행히 간조라 모래사장이 모두 드러나 있었다. 여기서 커다란 배낭을 지고 가는 8명의 백패커를 만났다. 그들 뒤를 따라 돌계단과 모랫길을 걸어 올랐다. 크레이피시 베이(Clayfish Bay)로 내려가는 바닷길과 벼랑 위를 걷는 내륙길이 갈라지는 지점에선 내륙길을 택했다. 여기는 유칼립투스 나무가 유독 많았다. 3시간 만에 케이프 오트웨이 등대(Cape Otway Lighthouse)에 닿았다. 1848년에 설치한 이 등대는 빅토리아 주에선 가장 먼저 세워진 등대였다. 현재는 가동을 하지 않는다. 18m 높이의 등대 위로 오를 수 있다고 하지만 입장료가 20불이라 해서 그냥 지나쳤다. 케이프 오트웨이 캠핑장에서 점심을 먹었다.

 

트레일 상에 조그만 공동묘지가 있었다. 등대지기나 그 가족, 난파선 선원이 묻힌 곳이었다. 별다른 특징이 없는 길을 꾸준히 걸었다. 레인보우 폭포(Rainbow Falls)가 있는 바닷가로 내려서는 길이 있었지만 만조 시간이라 내려가진 않았다. 벼랑 위에서 멀리 강이 하나 보였다. 그 위에 다리가 놓인 곳이 오늘의 목적지인 에어 리버(Aire River)였다. 캠핑장까지 21km 거리를 6시간에 걸었다. 마을 구경한다고 강으로 내려왔건만 마을은 없고 드라이브인 캠핑장과 목장만 있었다. 여기서도 나무 위에서 미동도 않고 잠을 자는 코알라 세 마리를 만났다. 이만하면 코알라는 풍년이다. 저녁을 먹고 양치를 하러 가다가 14명 그룹에게 붙잡혀 와인 한 잔을 얻어 마셨다. 어디서 왔느냐, 왜 혼자 왔느냐는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해가 떠오르며 부드러운 햇살이 브랭키 베이 해변을 비췄다.


등산화를 소독하는 부트 하이진 클리닝 스테이션



만조에는 건널 수 없다는 파커 인레트


나무들이 터널을 만든 숲길도 걸었다.



입장료가 비싸 들어가지 않은 케이프 오트웨이 등대


등대지기나 난파선 선원들이 묻힌 공동 묘지


관목 사이를 뚫고 난 트레일이 정겹다.




트레일 주변에서 서식하는 식생들이 눈에 띄었다.


바위 표면에 꽃처럼 핀 라이킨(Lichen)은 지의류에 속한다.



제법 파도가 거센 스테이션 비치(Station Beach) 위 벼랑을 걸었다.


전망대에 오르자, 에어 리버 위에 놓인 다리가 보였다.


에어 리버 GOW 캠핑장


캠핑장 주변의 나무에서 발견한 코알라 두 마리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justin 2017.10.17 16: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무로 이루어진 터널이 인상적입니다~! 영화 속 마법의 신비한 길을 걷는 것 같아요! 파커 인레트는 그럼 만조때 못 가게 되면 얼마나 기다려야하는거죠? 무작정 쉬면서 기다려야하겠네요~

    • 보리올 2017.10.22 17: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만조엔 건너기가 어렵지만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모래사장 가장자리를 통해 건널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미리 조수표를 확인해 만조시각을 피하는게 아무래도 상책이지.



오레곤 주를 벗어나 아이다호(Idaho) 주로 들어섰다. 워싱턴 주나 오레곤 주는 여러 차례 방문한 적이 있지만 아이다호는 솔직히 첫 발걸음이었다. 아이다호의 주도인 보이시(Boise)부터 들렀다. 인구 21만 명을 지닌 중간 크기의 도시라 다운타운도 그리 번잡하지가 않았다. 발길 가는대로 도심을 거닐며 보이시만의 특징을 찾아보려 했지만 한두 시간 안에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파이브 가이스(Five Guys)에서 햄버거로 저녁을 먹은 후에 보이시를 떴다. 21번 하이웨이를 타고 북상을 해서 스탠리(Stanley)로 향했다. 21번 하이웨이는 폰데로사 파인 시닉 루트(Ponderosa Pine Scenic Route)라 불리기도 하는데, 시골 풍경이 많은 2차선 도로였고 구불구불해서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큰 마을도 나타나지 않고 마땅한 숙소조차 구하지 못 해 강가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 캠핑을 해야 했다.

 

아이다호의 시골길을 달려 스탠리(Stanley)에 도착했다. 인구 60명의 한적한 산골 마을이지만 3,000m의 고봉들이 줄지어 있고 낚시가 워낙 유명해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호젓함을 즐기고 유유지적하기엔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어 보였다. 우리가 스탠리로 들어설 즈음부터 먹구름이 몰려와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봉우리들이 낮게 깔린 구름에 모습을 감춘 것이 좀 유감스럽긴 했다. 소투스 시닉 바이웨이(Sawtooth Scenic Byway)에 속하는 75번 도로를 따라 해발 2,652m의 걸리나 서미트(Galena Summit)를 지나 케첨(Ketchum)으로 들어섰다. 케첨 역시 작은 마을이었지만 리조트가 있어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사실 이 마을을 유명하게 만든 사람은 헤밍웨이다. 말년에 여기에 정착해 살다가 1961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곳이기 때문이다. 헤밍웨이 무덤이 여기에 있어 공동묘지도 둘러 보았다. 갑자기 우박이 떨어지기 시작해 재빨리 차로 대피를 해야 했다.





아이다호의 주도인 보이시는 미국 100대 도시 끝자락에 간신히 이름을 올렸다.



보이시 도심을 거닐곤 파이브 가이스에서 큼직한 햄버거로 저녁을 먹었다.



폰데로사 파인 시닉 루트는 산악 풍경이 많아 마치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해발 3,000m가 넘는 봉우리들로 둘러싸인 스탠리는 너무나 한적해 진정한 휴양지다웠다.




베이커리 겸 카페인 스탠리 베이킹 컴패니(Stanley Baking Company)엔 마을 주민과 관광객들로 꽤나 붐볐다.

커피와 함께 간단한 요리와 시나몬 롤로 점심을 해결했다.





스탠리에서 케첨을 가기 위해 75번 하이웨이를 탔다. 이 도로 또한 소투스 시닉 바이웨이라 불린다.



케첨 공동묘지에 있는 헤밍웨이의 무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justin 2017.04.04 17: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다호의 주도치고 도시가 크지는 않네요~ 헤밍웨이도 비록 저 곳에서 자살을 하였지만 그 죽음이 사람의 발길을 몰고 오게 됐네요~!

    • 보리올 2017.04.06 07: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이다호는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거대한 화산지형이 있어 놀랐다. 다음에 소개하겠지만. 헤밍웨이가 왜 이런 시골까지 왔는지 이해가 가지 않더라. 유명인사의 죽음까지도 사람의 이목을 끌다니...

 

호놀룰루가 자랑하는 관광명소 몇 군데를 둘러보기 위해 다운타운으로 향했다. 고급호텔과 레스토랑, 쇼핑몰, 부티크가 즐비한 와이키키는 먹고 놀기는 좋지만 볼거리는 호놀룰루 다운타운에 더 많다. 역사가 오랜 건물들이 많고 주청사나 주요 관공서가 대부분 여기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도심 풍경도 현대식 건물이 많은 와이키키는 좀 위압적인데 반해 여기는 훨씬 고풍스러웠고 나름 격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옛건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천루를 이루는 현대식 고층건물도 여기저기에 세워져 있다. 호놀룰루를 몇 차례 다녀간 적이 있다고 이젠 시내버스를 타고 웬만한 목적지는 혼자서 찾아갈 수 있을 정도로 지리를 익혔다. 도심을 벗어나는 경우도 택시나 투어버스보단 시내버스가 내겐 더 편하다.

 

다운타운에 있는 관광명소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은 아무래도 이올라니 궁전(Iolani Palace)이 아닐까 싶다. 1882년에 칼라카우아 왕(King Kalakaua)에 의해 건립된 이 궁전은 1893년 릴리우오칼라니 여왕(Queen Liliuokalani)이 강제 퇴위할 때까지 불과 10여 년 밖에 사용하지 못 했다. 건립 당시 35만불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사용해 재정 악화를 불러온 주인공이다. 1층은 리셉션이 열렸던 공적인 공간이었고, 2층엔 침실 등 왕과 왕비의 사적 공간이 있었다. 이 궁전은 당시로선 혁신적인 몇 가지를 처음으로 채택하였다. 전기를 사용한 전등과 전화, 그리고 수세식 변기가 바로 그것이다. 2층 한 구석에는 마지막 왕이었던 릴리우오칼라니 여왕이 연금되었던 방이 있었다. 방 안에는 연금 당시 소일거리로 짰다는 퀼트가 전시되어 있었다. 이올라니 궁전을 나와 카와이아하오 교회(Kwaiahao Church)도 잠시 들렀다. 1842년에 지어진 이 기독교 교회는 태평양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이라 불리기도 한다.

 

 

1810년에 하와이 최초로 통일 왕조를 세운 카메하메하 1(Kamehameha I) 동상이 하와이 대법원청사 앞에 서있다.

 

 

 

카메하메하 1세 동상에서 사우스 킹 도로 건너편으로 이올라니 궁전이 자리잡고 있다.

하와이 왕조가 멸망한 1893년까지 10여 년간 두 명의 왕이 거주했다.

 

 

 

 

 

1층엔 공적 공간을, 2층엔 사적 공간을 배치한 이올라니 궁전은 규모도 작고 크게 화려한 편도 아니었다.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하와이 왕조의 마지막 왕이었던 릴리우오칼라니 여왕이다.

1891 1월에 즉위해 2년 뒤인 1983 1 17일 강제 퇴위되었다.

 

릴리우오칼라니 여왕이 궁전에 연금된 상태에서 퀼트로 시름을 잊었다 한다.

 

카와이아하오 교회 입구 오른쪽에는 루날리로 왕(King Lunalilo)의 무덤이 자리잡고 있었다.

 

 

 

 

카와이아하오 교회는 크지 않은 규모에 내부 치장도 검소하기 짝이 없었다.

 

 

교회 옆에 있는 공동묘지엔 300개의 묘비가 있으나 묘비 없이 묻힌 사람이더 많다고 한다.

 

'여행을 떠나다 - 미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와이] 호놀룰루 ⑦ ; 비숍 박물관  (4) 2016.12.26
[하와이] 호놀룰루 ⑥  (2) 2016.12.24
[하와이] 호놀룰루 ⑤  (2) 2016.12.21
[하와이] 호놀룰루 ④  (2) 2016.12.20
[하와이] 카우아이 ②  (2) 2016.12.17
[하와이] 카우아이 ①  (4) 2016.12.16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justin 2016.12.28 12: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사가 오래되지 않고 짧아서 그런지 유적지 보존을 잘 해놨네요~ 마지막 여왕이 강제 퇴위되었다니 먼가 한국과 비슷한거 같아 서글프네요~

    • 보리올 2016.12.29 10: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와이 원주민들이 지금도 강하게 미국 정부를 비난하곤 있지만 이 상황을 어찌 거꾸로 돌릴 수 있겠냐. 힘없는 자들의 푸념일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