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마이어 캠핑장에서 하루 휴식이 주어졌다. 다들 케이블카를 타고 몽블랑 산기슭으로 오르겠다고 쿠르마이어로 나갔다. 일행 중 한 명은 힘이 남아 도는지 전날 내려온 베니 계곡을 지나 세이뉴 고개를 다시 오르겠다고 길을 나섰다. 난 캠핑장을 지키며 오랜만에 휴식다운 휴식을 취했다. 다음 날 아침 텐트를 걷고 쿠르마이어에서 버스를 타고 페레 계곡(Val Ferret) 깊숙이 자리잡은 아르프 누바(Arp Nouva)로 이동했다. 여기까지 걸어오려면 반나절은 걸리기 때문에 문명의 이기 덕을 좀 봤다. 아르프 누바에서 엘레나 산장(Rif. Elena)까지는 한 시간 오르막 길. 거기서 그랑 페레 고개(Grand Col Ferret, 2537m)까지 한참을 더 올라야 한다. 그래도 아르프 누바가 1,770m 높이에 있으니 그랑 페레 고개까지 고도 767m만 더 올리면 된다.

 

그 유명한 그랑 조라스를 뒤로 하고 길을 나섰다. 소똥이 지천인 방목지를 지났다. 뚜르 드 몽블랑을 걷다 보면 의외로 소똥 냄새를 많이 맡는다. 산기슭 초원이 소나 양의 방목지로 쓰이니 그것도 자연의 일부라 보는 게 좋다. 엘레나 산장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했다. 여기서 몇 번 묵은 적이 있어 주인장과 인사도 나눴다. 그랑 페레 고개로 오른다. 뚜르 드 몽블랑이 지나는 세 나라 국경선이 모이는 몽돌랑(Mont Dolent, 3823m)이 우리 눈 앞으로 다가왔다. 이탈리아와 스위스의 국경이 갈리는 그랑 페레 고개에 닿았다. 이제 스위스 땅으로 넘어간다. 산악 지형이 순식간에 바뀔 리가 없겠지만 스위스 산록이 아무래도 더 유순하고 초지가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헌 등산화를 화분으로 삼은 스위스 산장에서 신선한 우유 한 잔을 마셨다. 여기서 직접 짠 우유라서 고소한 맛이 더 한 듯했다. 줄곧 내리막을 걸어 라 풀리(La Fouly) 마을에 도착했다.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다리 건너편에 있는 캠핑장에 텐트를 쳤다. 어느 새 마지막 캠핑을 하게 되었다.

 

 

 

 

아르프 누바를 출발해 2,016m에 있는 엘레나 산장을 향해 오르고 있다.

 

 

본격적으로 그랑 페레 고개로 오르기 전에 엘레나 산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탈리아와 스위스 국경을 이루는 그랑 페레 고개까지 줄곧 오르막이 이어졌다.

 

 

그랑 페레 고개에 올랐다. 세 나라 경계를 가르는 몽돌랑이 모습을 드러냈다.

 

 

스위스 알프스로 내려서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우리를 맞았다.

 

산기슭에 산산화원을 이룬 지역을 지나 인가가 있는 마을로 내려섰다.

 

라 풀리 마을에 있는 캠핑장에서 하루 여장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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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4,810m의 몽블랑을 가운데 두고 그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몽블랑 둘레길, 즉 뚜르 드 몽블랑(Tour du Mont Blanc)은 총 170km의 길이를 가지고 있다. 캠핑을 하거나 산장에 머무르면서 전구간을 걸으면 대략 10일 정도가 소요된다. 몽블랑 둘레길에서 경치가 아름다운 구간만 빼내 6일을 걸은 적은 있지만, 전구간을 모두 주파한 것은 아니었다. 마침 전구간을 돌고 있는 어느 팀과 연결이 되어 중간에 합류하는 행운을 얻었다. 전체 일정 열흘 가운데 후반기 5일을 함께 걸은 것이다. 여전히 전구간을 걷지 못한 아쉬움은 남았지만, 그래도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이탈리아에 있는 엘레나(Elena) 산장에서 일행들을 만나 샤모니 몽블랑(Chamonix-Mont-Blanc)까지 함께 걸은 기록을 정리해 보았다.  

 

아침에 일어나 날씨부터 살폈다. 스위스 쪽에서 능선을 넘어 구름이 밀려오고 있었다. 비구름이 가득해 비를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엘레나 산장을 출발해 그랑 페레(Grand Ferret) 고개까지는 부슬비를 맞으며 걸어야 했다. 그랑 조라스(Grandes Jorasses)몽돌랑(Mont Dolent) 등 고산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랑 페레 고개까지는 한 시간 반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들 발걸음이 무거웠다. 이탈리아와 스위스 국경인 고갯마루엔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제대로 휴식을 취하기도 어려워 기념사진 한 장 찍고는 바로 하산을 서둘렀다. 스위스 특유의 푸른 알프스 산록도 대부분 구름에 가려 버렸다. 스위스 국기가 펄럭이는 어느 산장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몸을 녹였다. 계곡으로 내려서 물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다행히 구름이 걷히면서 햇빛도 비추기 시작했다.

 

한낮에 라 풀리(La Fouly) 마을에 도착했다. 일정이 그리 빡빡하지 않아 좋았다. 우리만 쓸 수 있는 숙소를 마을에서 좀 떨어진 숲 속에 마련해 놓았다. 아침부터 부슬비를 맞으며 산행을 해서 그런지 감기 기운이 있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곤 낮잠을 청했다. 저녁을 먹기 위해 마을에 있는 식당으로 몰려갔다. 식당에서 가까운 잔디밭 공터에 주민들이 임시 천막을 치고 무슨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군악대도 참가를 해서 무슨 행사냐고 물었더니 스위스 국경일을 기념하는 행사라 한다. 국경일을 알려줬지만 알아듣지는 못 했다. 1291년에 세 개의 칸톤(Canton)이 연합해서 스위스란 나라의 기초를 다진 것을 기념하는 날이란 설명도 뒤따랐다. 어른들은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은 불꽃놀이에 여념이 없었다. 우리에게도 무료로 차를 건네 자연스레 주민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가졌다. 악대 연주도 덤으로 들으면서 말이다.

 

엘레나 산장 건너편에 위치한 봉우리들이 구름에 모습을 감추고 있다.

 

 

 

부슬비를 맞으며 구름을 뚫고 그랑 페레 고개로 오르고 있다.

 

 

비를 맞아 청초한 모습을 뽐내는 야생화들이 눈에 띄었다.

 

그랑 페레 고개에 올랐건만 풍경이 모두 구름에 가려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었다.

 

 

그랑 페레 고개에 오래 머무르지 못 하고 바로 스위스 쪽으로 하산을 재촉했다.

 

경사가 급한 산기슭에 소떼들이 무리를 지어 풀을 뜯고 있었다.

 

 

 

따뜻한 커피로 몸을 녹일 수 있었던 스위스 산장은 우중 산행에선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라 풀리로 하산하는 구간은 경사가 완만해 다들 여유가 넘쳤다.

 

 

 

한낮에 라 풀리에 도착했다. 라 풀리는 조그만 산골 마을이었지만 스위스 특유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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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리올 2016.12.02 13: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렇게 짧은 촌철살인의 댓글은 처음이네요. 독일 계시는 모양이죠? 저도 예전에 독일에서 5년을 살았고 사진 또한 좋아합니다. 반갑습니다.

  1. 너구리작가 2016.12.03 00: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독일에 살고있어요 ㅎㅎ 독일에 사셨었구나 ㅎㅎ 반가워요 !

    • 보리올 2016.12.03 19: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독일에 살았던 적이 있어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외국 사람 중에 독일 사람들이 더 반갑더군요. 독일에서 유익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2. justin 2016.12.03 14: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등산하실때는 날씨가 흐렸는데 마을로 내려오니까 화창하네요! 자연 속에 들어가서 몸과 마음을 깨끗이 샤워하고 오신것 같아요~ 꽃들도 그러했듯이요~

    • 보리올 2016.12.03 19: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해발 2,500m 높이의 고개가 있다고 이탈리아 쪽은 비가 오는데, 스위스 쪽은 날이 맑아지더구나. 산악 지형에서 날씨 변화야 당연한 일 아니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