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6.04.29 여수 영취산 (2)
  2. 2013.01.02 전남 보성군 벌교 <1> (4)
  3. 2012.10.14 한반도 바닷길 요트 일주 (2) (6)

 

남도를 여행하는 길에 여수를 들렀다. 하루 여유가 있어 산과 바다 중에서 어디로 갈까 고민했지만 당연히 산으로 가자고 결론이 났다. 진달래로 유명한 영취산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3대 진달래 군락지 가운데 하나인 영취산은 매년 4월이면 진달래 축제를 연다. 올해는 41일부터 3일간 열어 축제 행사는 볼 수가 없었다. 비록 진달래가 만개한 시점은 지났지만 그래도 늦게 핀 것이 남아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수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상암초등학교로 이동했다. 시내버스 간격이 엄청 길어 버스 정류장에서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산행 기점으로 드는 곳에도 아무런 표식이 없었다. 길가에서 쉬고 있던 할머니에게 확인하고 나서야 출발을 했다. 할머니 짐을 대신 들고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걸음이 너무 느려 할머니가 먼저 가라고 권하기에 얼른 앞으로 나섰다. 산 아래에서 보기에도 산사면에는 분홍빛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마을을 벗어나 산으로 드는 초입부터 경사가 상당했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까지 한 시간 가까이 올라야 했다. 등에 땀이 맺히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능선에 올라 오른쪽에 있는 가마봉부터 올랐다. 나무 데크에서 사방을 조망할 수 있었다. 바다와 섬도 눈에 들어왔지만 사방으로 산업단지가 포진해 있어 전체적인 조망은 좀 별로였다. 진달래는 잊을만하면 한 그루씩 나타났다. 그래도 연두색이 대부분인 산색 덕분에 마음이 평온해졌다. 산길은 호젓하다 못해 적막강산이었다. 봄철 산불 예방을 위한 출입 통제 기간이 아닌가 문득 걱정이 일었지만, 반대편에서 한 커플이 내려왔고 내 뒤로도 대여섯 명이 뒤따르는 것을 목격했다. 계단을 타고 정상에 올랐다. ‘영취산 진례봉 510m’란 표지석이 세워져 있었다. 조망은 앞에서 본 것과 대동소이해 오래 머물지 않고 바로 하산을 시작했다. 봉우재로 내려오니 단체로 산행을 온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시내버스가 닿는 흥국사로 내려섰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지만 보물이 10점이나 있는 큰 절이었다.

 

 

 

 

 

 

 

 

 

 

 

 

 

 

 

 

 

 

 

'산에 들다 - 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라산  (2) 2018.01.02
지리산  (2) 2016.04.30
여수 영취산  (2) 2016.04.29
춘천 오봉산  (0) 2016.04.27
홍성 용봉산  (0) 2016.04.26
북한산 둘레길 16~20구간  (2) 2016.04.25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크나나 2016.04.30 15: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수가 고향이면서도 영취산은 한번도 못가봤어요 진달래 구경하고싶은데 보리올님께서도 영취산진달래못보셨네요ㅜ그래도 흥국사에는 꽃이만발해있었군용 그나마 위안이됩니다 ㅋ

    • 보리올 2016.04.30 16: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수에 사시는 분이 아직까지 영취산을 가지 않았다니 신기합니다. 하긴 서울 사는 사람이 남산을 가지 않는 이치와 비슷할 겁니다. 영취산은 그리 높진 않으나 산세가 좋더군요. 언제 꼭 가보시기 바랍니다.

 

2010년이 밝았다. 새해를 맞는다는 흥분과 기대보다는 또 한 해가 흘렀다는 서글픈 감회가 앞서는 것은 쓸데없이 나이만 먹기 때문일까? 모처럼 고국에서 맞는 새해인데 홀로 방구석에 처박혀 있을 수는 없는 일. 조심스럽게 동생에게 말을 건넸다. 신정 연휴기간 중에 제수씨를 모시고 남도 여행 가지 않겠느냐고. 돈 버는데 정신이 팔려 휴식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동생에게 안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고, 바쁜 남편이 서운했을 제수씨에게도 남도의 맛있는 음식으로 기분 전환할 기회를 주자는 생각에서 말이다. 둘다 흔쾌히 응해 주었다.

 

2010 1 1, 원주에서 내려온 동생 내외와 청주를 출발해 대전, 무주를 지나 육십령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예전에 백두대간 산마을 사진작업을 하면서 인연을 맺은 분이 함양 백전면에 살고 있어 인사나 드린다고 서상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하지만 함양 백전으로 넘어가는 고개에 눈이 많이 내려 더 이상 진행이 어려웠다. 아쉽지만 차를 돌려 안의로 향했다.

 

 

 

안의는 기와집이 많고 양반 전통이 살아있는 도시다. 더구나 미식가들에겐 안의 갈비찜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치랴. 현지 주민들에게 삼일식당을 추천받아 찾아갔다. 사람들로 붐비는 것을 확인하곤 잘 찾아왔다는 안도감이 든다. 갈비찜에 막걸리 한 잔씩 마셨다. 그런데 갈비찜이 그리 맛있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가 입이 너무 까다로운 편인가?

 

 

 

 

차를 몰아 보성 벌교읍으로 향한다. 내 판단으로는 고속도로를 이용해 사천으로 가서 거기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갔으면 했으나, 차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은 88고속도로를 타고 남원으로 가서 순천을 경유하는 길을 제시한다. 어차피 운전은 동생의 몫. 그 친구는 내비게이션을 철저히 신봉하는 사람이다. 이번에는 기계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다.  

 

벌교에 도착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할아버지 한 분을 붙잡고 여자만 가는 길을 물었더니 여자만이 어디냐고 오히려 반문이다. 아니, 여자만은 벌교 앞바다라던데 뭐가 잘못된 것일까? 여자만은 어딘지 잘 모르겠고 벌교에서 굳이 바다를 보려면 어느 마을로 가보라고 마을 이름을 알려준다. 벌교에 오면 확 트인 바다가 사방으로 나타날 줄 알았는데 이 무슨 황당한 상황이람? 촌노가 알려준 마을은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가 있었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 공사가 한창인 곳에 갯벌이 나타났다. 비릿한 바다 내음도 좀 묻어나고 무성한 갈대도 바람에 살랑대며 분위기를 돋군다. 갈대 우거진 둑방길을 거닐며 모처럼 여유를 부려 보았다. 갯벌과 갈대숲, 거기에 일몰까지 더해져 남도 바다의 풍취가 물씬 풍긴다. 동생 내외도 모처럼 팔장을 끼고 둑방길을 걸으며 신혼 분위기를 연출한다.

 

 

 

 

 

 

 

남도 여행을 왔으니 솔직히 먹거리가 가장 관심사 아니겠는가. 벌교의 특상품이라면 바로 꼬막. 어느 집 꼬막 정식이 가장 맛있는지 수소문한 끝에 원조꼬막식당을 찾았다. 원조란 이름이 붙을 정도로 유명한 집인지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 돈을 쓸어 담는다는 표현을 이럴 때 쓰는 것인가. 이 식당의 꼬막 정식은 1인분에 15,000원을 받는다. 꼬막으로 요리한 다섯 종류가 나오는데, 통꼬막, 꼬막전, 꼬막회, 꼬막무침, 꼬막탕이 바로 그것이다. 통꼬막과 꼬막무침은 어디서나 먹을 수 있지만 나머지는 솔직히 여기서 처음 시식해 보았다.

 

 

 

 

 

저녁을 마치고 겨울시즌에 보성 차밭에서 열린다는 빛의 축제 현장으로 갔다. 구불구불한 차밭을 따라 전구를 달아놓아 불빛이 현란스럽다. 어디서 몰려 왔는지 차들은 꼬리를 이어 줄을 섰고 싸늘한 밤공기에도 불구하고 가족 나들이에 나선 인파들로 만원이었다. 우리도 전구로 만든 터널을 따라 차밭 아래로 내려가 보았다.

 

 

 

 

 

어떤 축제 현장에도 빠지지 않는 엿장수 각설이들만 없었다면 더 운치가 있었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이 이들 밖에 없단 말인가. 입맛이 씁쓸해진다. 축제 현장 가까이에 있는 펜션에 들러 빈방이 있는지 물었더니 방이 없단다. 보성 유스호스텔에 방을 구해 하루 묵을 수 있었다. 동생과 소주 잔을 기울이며 밤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여행을 떠나다 - 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천 낙안읍성과 담양 소쇄원  (4) 2013.01.04
전남 보성군 벌교 <2>  (6) 2013.01.03
전남 보성군 벌교 <1>  (4) 2013.01.02
충북 청원군 (2)  (2) 2012.12.29
충북 청원군 (1)  (6) 2012.12.28
한반도 바닷길 요트 일주 (2)  (6) 2012.10.14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설록차 2013.07.12 07: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찍기만 하면 작품이 된다는 보성 차밭이 전구를 달아 빛의 축제 현장이 되는군요...엿장수가 없다면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가족들은 심심할테지요...먹는게 남는거라잖아요...ㅎㅎ 역마살이 있다 하셨는데 산을 타고 오르내리는 건강한 신체와 자연에 대한 호기심, 여행을 뒷받침하는 경제력이 있어야하니 제대로 주인을 만났습니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는 멋진 풍경을 직접 눈으로 보고 사진으로 남기시는 보리올님이 다른 세계에 살고있는것 같아요... 쬐끔 아니~많이 부럽습니다...^*^

  2. 보리올 2013.07.12 09: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에 가는 경우는 남들보다 더 많을 겁니다. 그만큼 캐나다에 있는 산들이 매력적이거든요, 남들보다 여행을 더 다닌다는 이야기는 부분적으로 맞을 겁니다. 요즘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요. 그래도 여건이 허락하면 여행을 통해 사람사는 체취를 맡는 것을 좋아해 길 나서는 것을 무서워하진 않습니다.

  3. justin 2015.12.24 16: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도 여행 가기전에 예비 견학왔습니다 ~ 저도 같은 겨울이라 보성 빛의 축제를 보겠어요!

    • 보리올 2015.12.24 18: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행에 참고가 된다니 다행이구나. 보성 빛의 축제는 12/11일부터 1/24일까지 45일간 다향각에서 한다고 하니 구경 잘 하길 바란다.

 

태풍이라도 오는지 점점 더 강해지는 바람과 빗방울에 모두들 잠을 설쳤다. 뭔가 어수선한 분위기에 잠을 깼더니 배에서 잔 일행들이 새벽에 엄청난 비상 상황을 겪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정박해 놓은 배가 바람과 파도에 밀리며 암벽에 부딪힐 뻔한 위급상황에서 배를 구하느라 죽을 고생을 한 모양이다. 송영복은 그 와중에 배에서 넘어져 앞니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필이면 그 많은 사람 중에 치과 의사의 이빨이 부러지는 사고가 났는지 하늘의 의중이 좀 궁금해졌다.

 

   

 

아침부터 해경의 무전이 날아든다. 풍랑주의보가 발령되었으니 함부로 배를 움직이지 말고 어디에 대피해 있으라는 통지다. 꼼짝없이 소리도에 발이 묶여 버렸다. 오도가도 못하고 여기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 것이다. 빨리 포기를 하니 마음이 편하다. 매표소 건물에 모여 닭죽으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했다. 소일거리로 생각해 낸 것이 윷놀이. 소장파와 노장파로 편을 갈라 게임을 했다. 지는 편이 설거지를 하기로 내기를 걸었다. 결과는 허 화백이 낀 노장파가 게임에 져서 고참들이 찬 물에 손수 설거지를 해야 했다. 젊은 피들은 옆에서 낄낄 웃으며 약올리듯 구경만 한다.

 

   

 

누군가의 제안으로 소리도 등대까지 하이킹을 하기로 했다. 산행에는 다들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라 모두들 반색이다. 소리도 등대까지는 왕복 두 시간쯤 걸렸다. 여유로운 걸음으로 천천히 돌았다. 이 작은 섬에 이런 경사를 가진 산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처음엔 제법 가파르게 올라간다. 인적이 드문 숲길은 낙엽으로 푹신해 걷기가 편했다.

 

 

 

 

소령단 바위에서 바라본 바다는 푸른 하늘과 어울려 쪽빛으로 빛이 났다. 근무하는 사람이 없는 것인지 홀로 서있는 등대는 고즈넉스럽기 짝이 없었다. 등대로 오르는 길을 따라 마을로 내려왔다. 저녁은 마을 식당에서 매식을 하기로 했다. 여수에서도 멀리 떨어진 외딴 섬마을이지만 남도 특유의 푸짐한 상이 차려졌다. 식당 한 켠에선 주민들 몇 명이 고스톱판을 벌이고 있었는데, 우리의 존재에 대해선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다.

 

  

 

 

또 하룻밤이 지났다. 이제 뭍으로 나가야 하는 날이 밝은 것이다. 아직도 바람은 강했지만 어쨌든 출항을 한단다. 배로 들이닥치는 파도가 장난이 아니다. 바닷물에 옷이 젖어 이를 피한다고 선실로 들어왔더니 이번에는 배멀미 증세가 나타난다. 출입구에 머리만 내놓고 찬 공기를 쏘이다가 결국은 밖으로 나왔다. 배는 소리도를 한 바퀴 돌고는 남해도로 방향을 돌렸다. 큰 바다로 나오니 오히려 바람이 순해졌다.

 

 

 

 

 

 

그 다음부터는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난 딱히 할 일도 없어 망망대해만 바라보면서 소일을 해야 했다. 꽤나 심심했다. 하루 종일 바다를 달려 해질 무렵에야 남해 물건항에 도착했다. 육지에 발을 디디니 좀 살 것 같았다. 딱 한 번 참가한 항해에도 이런데 1년 동안 항해를 해야 하는 대원들은 정말 고생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해서 2 3일 일정의 요트 여행을 마무리했다.

 

 

 

 

 

 

 

 

 

 

'여행을 떠나다 - 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남 보성군 벌교 <2>  (6) 2013.01.03
전남 보성군 벌교 <1>  (4) 2013.01.02
충북 청원군 (2)  (2) 2012.12.29
충북 청원군 (1)  (6) 2012.12.28
한반도 바닷길 요트 일주 (2)  (6) 2012.10.14
한반도 바닷길 요트 일주 (1)  (4) 2012.10.13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해인이 2012.10.14 18: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박3일 일정이라니.. 배 위에서 2박 3일이면 꽤 긴데요? 그런데.. 저는 요트를 한번도 타보지 못했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저와 같이 요트 일주할까요?

    • 보리올 2012.10.15 06: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빠는 요트 살 정도로 부유하지 않으니 네가 나중에 돈 벌어 요트를 사면 좋겠다. 원래 요트 같은 것은 자기가 사는 것이 아니라 요트 있는 친구를 사귀는 게 더 좋대.

  2. 모니카 2012.10.17 04: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물살을 가르며 바다를 여행하는 요트의 낭만이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흘러가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말이지요...

    • 보리올 2012.10.17 04:44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트 여행 겉으론 화려해 보이고 낭만이 넘쳐 흐를 것 같지만 의외로 힘들고 고역이라오. 난 요트를 살 생각은 없으니 안심하시길...

  3. 이종인 2012.11.01 12: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버지도 배멀미를 하셨어요? 저는 아직도 제가 고산증과 배멀미가 있을지 궁금해요. 나중에 아버지 말씀대로 요트있는 사람 잘 사귀어서
    같이 바다로 여행도 나가고 네팔가서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도 갔다올 수 있도록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 보리올 2012.11.02 20:27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트는 작아서 파도 영향을 많이 받지. 그만큼 배멀미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날 따라 풍랑이 심해 파도가 꽤 높았단다. 위 아래, 좌우로 배가 엄청 요동을 쳤지. 너도 언젠가 배멀미, 고산병 증세 겪어 보지 않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