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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바닷길 요트 일주 (2)

여행을 떠나다 - 한국

by 보리올 2012. 10. 14.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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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라도 오는지 점점 더 강해지는 바람과 빗방울에 모두들 잠을 설쳤다. 뭔가 어수선한 분위기에 잠을 깼더니 배에서 잔 일행들이 새벽에 엄청난 비상 상황을 겪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정박해 놓은 배가 바람과 파도에 밀리며 암벽에 부딪힐 뻔한 위급상황에서 배를 구하느라 죽을 고생을 한 모양이다. 송영복은 그 와중에 배에서 넘어져 앞니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필이면 그 많은 사람 중에 치과 의사의 이빨이 부러지는 사고가 났는지 하늘의 의중이 좀 궁금해졌다.

 

   

 

아침부터 해경의 무전이 날아든다. 풍랑주의보가 발령되었으니 함부로 배를 움직이지 말고 어디에 대피해 있으라는 통지다. 꼼짝없이 소리도에 발이 묶여 버렸다. 오도가도 못하고 여기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 것이다. 빨리 포기를 하니 마음이 편하다. 매표소 건물에 모여 닭죽으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했다. 소일거리로 생각해 낸 것이 윷놀이. 소장파와 노장파로 편을 갈라 게임을 했다. 지는 편이 설거지를 하기로 내기를 걸었다. 결과는 허 화백이 낀 노장파가 게임에 져서 고참들이 찬 물에 손수 설거지를 해야 했다. 젊은 피들은 옆에서 낄낄 웃으며 약올리듯 구경만 한다.

 

   

 

누군가의 제안으로 소리도 등대까지 하이킹을 하기로 했다. 산행에는 다들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라 모두들 반색이다. 소리도 등대까지는 왕복 두 시간쯤 걸렸다. 여유로운 걸음으로 천천히 돌았다. 이 작은 섬에 이런 경사를 가진 산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처음엔 제법 가파르게 올라간다. 인적이 드문 숲길은 낙엽으로 푹신해 걷기가 편했다.

 

 

 

 

소령단 바위에서 바라본 바다는 푸른 하늘과 어울려 쪽빛으로 빛이 났다. 근무하는 사람이 없는 것인지 홀로 서있는 등대는 고즈넉스럽기 짝이 없었다. 등대로 오르는 길을 따라 마을로 내려왔다. 저녁은 마을 식당에서 매식을 하기로 했다. 여수에서도 멀리 떨어진 외딴 섬마을이지만 남도 특유의 푸짐한 상이 차려졌다. 식당 한 켠에선 주민들 몇 명이 고스톱판을 벌이고 있었는데, 우리의 존재에 대해선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다.

 

  

 

 

또 하룻밤이 지났다. 이제 뭍으로 나가야 하는 날이 밝은 것이다. 아직도 바람은 강했지만 어쨌든 출항을 한단다. 배로 들이닥치는 파도가 장난이 아니다. 바닷물에 옷이 젖어 이를 피한다고 선실로 들어왔더니 이번에는 배멀미 증세가 나타난다. 출입구에 머리만 내놓고 찬 공기를 쏘이다가 결국은 밖으로 나왔다. 배는 소리도를 한 바퀴 돌고는 남해도로 방향을 돌렸다. 큰 바다로 나오니 오히려 바람이 순해졌다.

 

 

 

 

 

 

그 다음부터는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난 딱히 할 일도 없어 망망대해만 바라보면서 소일을 해야 했다. 꽤나 심심했다. 하루 종일 바다를 달려 해질 무렵에야 남해 물건항에 도착했다. 육지에 발을 디디니 좀 살 것 같았다. 딱 한 번 참가한 항해에도 이런데 1년 동안 항해를 해야 하는 대원들은 정말 고생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해서 2 3일 일정의 요트 여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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