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 케스케이드 국립공원'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1.25 [미국 워싱턴] 메이플 패스(Maple Pass) (2)
  2. 2013.01.24 [미국 워싱턴] 베이커 산 - 타미간 리지 트레일 (2)

 

 

워싱턴 주에 있는 세 개의 국립공원 중에 하나가 노스 케스케이드(North Cascade) 국립공원이다.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인접해 있어 밴쿠버에선 접근이 용이한 편이다. 노스 케스케이드 국립공원은 산악지형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 안에 산과 호수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 경관이 뛰어난 곳으로 연결하는 트레일 또한 많아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우리가 염두에 둔 트레일은 메이플 패스 루프 트레일(Maple Pass Loop Trail)이라 불리는 일주 코스. 이 국립공원에 있는 트레일 중에는 꽤나 유명세를 자랑하는 트레일이다. 20번 하이웨이로 불리는 노스 케스케이드 하이웨이의 레이니 패스(Rainy Pass)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이 트레일의 길이는 11.5km로 산행에 대략 4~5시간 걸린다. 산행 기점인 레이니 패스 주차장의 높이가 1,478m이고 트레일의 가장 고점이 2,088m이기 때문에 등반고도는 610m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 어려운 코스는 아니다. 하지만 연중 아무 때나 오를 수 있는 코스는 아니다. 눈이 많은 지역이라 8~9월에 산행이 집중된다. 특히, 9월이 되면 붉고 노란 색으로 단풍이 들어 산색이 무척 아름답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는 9월 초순이라 단풍을 만끽할 수는 없었다.  

 

산행을 시작하면 바로 길이 갈린다. 어느 길로 가더라도 메이플  패스에 이르지만, 시계 방향으로 갈 것이냐, 시계 반대 방향으로 갈 것인가를 미리 결정하는 것이 좋다. 시계 반대 방향, 즉 레이크 앤(Lake Ann) 트레일로 들어서면 완만하게 고도를 높이는데 반해, 시계 방향은 산행 초반부터 급경사 오르막을 지그재그 줄창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시계 반대 방향으로 가도 산행 후반에 이 급경사길을 내려서야 하지만, 급경사를 오르는 것과 내려서는 것은 완전히 다르지 않은가.    

 

우리도 시계 반대 방향을 택했다. 산행을 시작해 처음엔 숲길을 걷는다. 2.1km 지점에서 앤 호수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메이플 패스는 오른쪽으로 가면 된다. 우리는 잠시 시간을 내서 앤 호수를 다녀오기로 했다. 그리 크지 않은 호수에 조그만 섬 하나가 있어 인상적이었다. 여기까지 고무 보트를 들고와 노를 젓는 사람도 있었다. 산기슭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자리잡은 아늑한 호수, 그 위에서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약간 부럽기도 했다.

 

앤 호수 갈림길을 지나 얼마간 더 걸으면 숲이 옅어지면서 시야가 트이기 시작한다. 곧 나무가 사라지며 트리 라인(Tree Line) 위로 올라섰다. , 수목 한계선을 지난 것이다.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으니 우리 눈 앞에 노스 케스케이드의 울퉁불퉁한 산세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눈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저 아래론 조금 전에 다녀온 앤 호수가 내려다 보인다. 그 앞에 섰을 땐 그래도 커 보이던 호수가 아주 조그맣다.

 

3.7km 지점에서 헤더 패스(Heather Pass)에 올랐다. 해발 1,890m. 헤더가 많은 곳이라 그런 이름이 붙었나 보다. 여기서 바라본 조망이 시원하기 짝이 없다. 이젠 왼쪽 능선길을 타고 메이플 패스까지 2km를 걷는다. 이름도 모르는 산 봉우리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우리를 반긴다. 노스 케스케이드의 산자락을 보면서 멋진 소풍을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이 왜 이 코스를 그리 추천하는지 이해할만 했다. 메이플 패스는 해발 2,012m에 위치한다. 하지만 아직 오늘의 최고점은 찍지를 못했다.  

  

메이플 패스에서 다시 1.6km를 가야 프리스코 산(Frisco Mountain)에서 뻗어내린 안부에 도착한다. 여기가 오늘 최고점인 해발 2,088m이다. 이젠 하산이 남았다. 레이니 호수가 있는 분지로 내려서는 것이다. 경사가 제법 급하다. 가느다란 한 줄기 산길이 아래로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경사가 아무리 급해도 하산길 아닌가. 콧노래 부르며 발길을 재촉한다. 레이니 호수로 가는 포장도로를 만난 후, 10여 분 더 걸으면 주차장에 닿는다. 그렇게 힘들지 않는 코스에 숲과 산봉우리, 호수, 야생화, 알파인 메도우즈까지 볼 수 있어서 행복한 산행이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비너스 2013.01.25 11: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기만해도 아찔하네요~*.* 경관이 참 멋있습니다~

  2. 보리올 2013.01.25 21: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 맞습니다. 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좀 아찔하지만 노스 케스케이드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더군요. 들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베이커 산(Mt. Baker)을 찾을 수 있는 시기는 그리 길지 않다. 눈이 녹고 길이 뚫리는 여름 한철에만 가능하다. 대개 7월부터 9월까지로 보면 되지만 적설량 상황에 따라 6월이나 10월도 가능할 수 있다. 겨울철이면 베이커 지역에 엄청 눈이 오기 때문에 아티스트 포인트로 오르는 접근로가 폐쇄되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연평균 강설량이 16m나 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1998년에서 1999년에 이르는 동계 시즌에 자그마치 29m의 눈이 내렸다 한다. 단일 시즌으로는 세계 신기록이란다.  

 

운좋게 8월 들어 베이커를 다시 찾게 되었다. 밴쿠버에서 활동하는 두 개의 산악회, 즉 밴쿠버 한인 산우회와 수요 산우회가 합동으로 산행을 갖게 된 것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이름의 산우회가 합동으로 산행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 아닌가 싶었다. 산행 목적지는 베이커 산의 타미간 리지(Ptarmigan Ridge) 트레일. 타미간이란 우리 말로는 뇌조, 들꿩이라 부르는 산새를 말한다. 쌀쌀한 날씨의 고산 지대에 주로 서식을 하는데 크기는 비둘기만 하다.

 

지난 번에 이 코스를 다녀온 밴쿠버 한인 산우회 소속의 네 명이 전체 인원을 네 개 그룹으로 나눠 산행을 리드하기로 했다. 나도 한 그룹을 맡았다. 베이커와 그 인근 지역은 노스 케스케이드(North Cascade) 국립공원에 포함되진 않지만, 대신 생태 보전 지구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그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겐 몇 가지 제약이 따르는데, 그 중의 하나가 산행 그룹의 규모가 그룹당 12명을 초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 인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인원을 나누어 따로 운행을 해야 한다. 우리도 그에 따라 네 개 그룹으로 나눈 것이다.  

 

해발 1,445m의 아티스트 포인트에서 간단하게 산행에 대한 안내를 마치고 산행에 나섰다. 내가 맡은 그룹엔 나이 드신 분들, 산행 초보인 여성들도 있어 속도를 늦춰 천천히 진행을 하였다. 우리 앞에는 만년설을 이고 만산을 호령하듯 베이커가 버티고 있었고, 우리 뒤로는 흰 눈과 시커먼 바위가 절묘하게 대비되는 셕샌이 손에 잡힐 듯 서있다. 이 두 봉우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고 가슴이 뛴다.

 

산허리를 휘감고 이리저리 돌아가는 산길이 아름다웠고 그 부드러운 곡선미에 정감이 갔다.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초원을 가로질러 오르락내리락거리는 산길도 제법 운치가 있었다. 베이커에는 산길 자체도 여유로움이 묻어 난다. 발걸음도 가볍게 산길을 터벅터벅 걷다가 야생화 군락이라도 만난다면 이보다 즐거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여유있는 소걸음으로 쉬엄쉬엄 걸어 산행 목적지인 콜맨 피너클 아래에 닿았다. 앞서 간 그룹은 저 아래에 있는 암릉까지 간다고 하지만 우리 그룹은 여기서 마음껏 풍경을 즐기다가 돌아서기로 했다. 산자락에 구름이 많이 걸려 있어 멀리까지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선경같았는 지도 모른다. 산자락을 둘러싸고 낮게 깔린 구름 위로 보라색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었다. 여기가 진짜 신선 사는 곳이 아닌가 싶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찬미맘 2013.02.20 08: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멀리서 보기만 해도 신비한 산인데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니 더 놀랍기만 합니다...
    사진이 잘 나오기도 했구요....
    정말 궁금한 산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2. 보리올 2013.02.20 08: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멀리서 이 마운트 베이커를 보신다고 하니 밴쿠버 인근에 사시는 모양입니다. 정말 멀리서 보면 산신령같은 인자한 면모를 지녔지요. 제가 흠모하는 산 중에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