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스타방게르(Stavanger)를 출발해 뤼세보튼(Lysebotn)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1.5차선 넓이의 좁은 산악도로를 달려 쉐락 레스토랑 앞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했다. 부지런히 달려왔음에도 세 시간 가까이 걸렸다. 주차비로 차량 한 대에 150 크로네를 받는다. 우리의 트레킹 목적지는 해발 1,110m 높이의 쉐락이 아니라 쉐락 경내에 있는 고도 989m의 쉐락볼튼이다. 쉐락볼튼은 뤼세 피오르드(Lysefjorden)를 면한 절벽의 틈새에 낀 5 입방미터 크기의 둥근 바위를 말한다. 다시 말해 쉐락은 산 이름이고 쉐락볼튼은 쉐락 안에 있는 절벽 틈새의 바위를 말한다. 사람들은 그 바위 위에 올라 묘한 자세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간담을 서늘케 하는 장소에서 자신의 용기를 자랑하며 내심 스릴을 즐긴다고 할까. 어느 정도 담력만 있으면 아무런 장비 없이 쉐락볼튼에 오르는 것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바위에서 미끄러지면 241m를 수직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이런 짜릿함이 유명세를 타게 되어 요즘엔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  

 

산행 거리는 왕복 10km로 그리 길진 않다. 온통 바위로 이루어진 산길은 오르내림이 좀 심하고 미끄러운 구간도 있어 발걸음을 조심해야 했다. 체인을 설치해 놓은 구간도 있었으나 큰 도움이 되진 않았다. 고도를 높일수록 우리 뒤로 레스토랑과 주차장, 그리고 피오르드 끝자락에 위치한 뤼세보튼(Lysebotn) 마을이 한 눈에 들어왔다. 밋밋한 바윗길이 지루하긴 했지만 탁 트인 조망은 시원하기 짝이 없었다. 가끔 오른편으로 뤼세 피오르드가 내려다 보이고 바다 건너 황량한 산악 지형도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거리가 꽤 길게 느껴졌다. 돌탑이 놓인 곳에서 쉐락볼튼은 그다지 멀지 않았다. 피오르드로 뚝 떨어지는 천길 낭떠러지 틈새에 크지 않은 바위 하나가 끼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유명한 쉐락볼튼에 닿은 것이다. 바위에 오르겠다고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줄이 길진 않았다. 대부분은 바위에 올라 만세를 부르는 정도지만 어떤 사람은 묘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뤼세보튼으로 내려가는 중턱쯤에 있는 주차장이 산행 들머리에 해당된다.

 

 

 

 

 

 

 

쉐락은 대부분 바위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그래도 봉우리 사이로 물이 흐르고 푸른 초원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 돌탑을 보면 쉐락볼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절벽 틈새에 낀 쉐락볼튼에 올라 자신의 담력을 자랑하는 것이 하나의 통과의례 같아 보였다.

 

 

 

사람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앉아 여유롭게 뤼세 피오르드를 내려다 보곤 했다.

 

 

 

 

하산에 나서 올라온 길을 되돌아왔다. 뤼세보튼 마을과 주차장이 내려다 보였다.

 

쉐락 레스토랑은 피오르드를 내려다 보기 좋은 위치에 있었다.

유리창을 통해 피오르드와 그 뒤로 펼쳐진 산악 지형을 감상하며 시원한 콜라로 갈증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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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치앤치즈 2016.11.08 20: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이번엔 노르웨이네요.^^
    사진에서 펼펴지는 노르웨이의 절경에 그저 감탄할 뿐입니다.
    쉐락볼튼에서 묘기를 선보이는 사람들...정말 대단합니다.
    보기만 해도 제 다리가 후들거리네요.ㅎ

    • 보리올 2016.11.10 13: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 여름에 노르웨이까지 다녀왔습니다. 백수한량의 발걸음에 거칠 것이 없지요? 바위에 오를 때 겁만 먹지 않으면 실제는 그리 무섭지 않습니다.

  2. justin 2016.11.18 13: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과 사진을 보면서 저는 쉐락볼튼에 가면 어떤 포즈를 취할까 진지하게 고민해보았습니다~ 상상만해도 아찔합니다!

 

벌써 몽블랑 남쪽을 걷는다. 전체 일정 가운데 가장 길고 힘든 날이라 해서 출발을 서둘러 오전 7시에 길을 나설 수 있었다. 여기서 산 아래 글라시에 마을(La Ville des Glaciers)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산장 바로 밑에 있는 계곡으로 내려서 사피유(Les Chapieux)로 간 다음, 거기서 버스를 타고 가는 코스인데 거리는 길지만 편한 코스다. 다른 하나는 본옴므 십자가 고개를 경유해 해발 2,665m인 푸르 고개(Col des Fours)를 오른 후 고도를 뚝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 코스는 상대적으로 거리는 짧지만 오르내림이 심해 좀 힘이 든다. 대개 그 날의 일기 예보에 따라 코스를 선택하게 된다. 우린 푸르 고개로 오르는 코스를 택했다. 처음부터 오르막이 시작되었고 얼마 후엔 눈이 쌓여 있는 구간을 지나야 했다. 아이젠 없이도 걸을 만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뚜르 드 몽블랑 전구간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푸르 고개엔 제법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한여름인 7월에 눈 위를 걷는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할 뿐이었다. 미끄러운 경사길을 조심조심 내려서야 했다.

 

글라시에 마을은 해발 1,790m에 위치한 조그만 마을이었다. 몇 가구가 목축에 종사하는 듯 했다. 다시 긴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중간에 있는 모테(Mottets) 산장에서 커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밖에 스위스 국기가 걸려 있어 그 연유를 물었더니 그건 스위스 국기가 아니고 프랑스 산악지역인 사브와(Savoie)를 의미하는 깃발이라고 한다. 다시 힘을 내 세이뉴 고개(Col de la Seigne)로 오른다. 산악자전거를 타고 가파른 경사를 내리꽂는 바이커들이 많았다. 우리가 옆으로 비켜서 길을 양보하곤 했다. 해발 2,516m의 세이뉴 고개에 도착하니 국경을 알리는 표지석과 돌탑 하나가 서있다. 프랑스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국경인데도 이게 전부였다. 내심 기대했던 몽블랑 정상은 구름에 가려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제부턴 베니 계곡(Val Veny)으로 지루한 내리막 길이 시작된다. 비포장도로로 내려선 뒤에도 버스가 기다리는 비사일레(La Visaille) 마을까진 한 시간이 더 걸렸다. 쿠르마이어(Courmayeur)로 이동해 호텔에 짐을 풀었다.

 

 

 

이른 아침에 산행을 시작했다.

한여름인데도 추위를 느낄 정도로 쌀쌀한 날씨를 보였고, 푸르 고개까진 눈을 밟고 올라야 했다.

 

 

 

글라시에 마을로 내려서는 하산길은 경사가 제법 가팔랐지만 알프스 특유의 풍경이 펼쳐져 눈은 즐거웠다.

 

 

시내버스가 들어오는 글라시에 마을에서 다시 긴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세이뉴 고개로 오르는 길목에 자리잡은 모테 산장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잠시 쉬었다.

 

세이뉴 고개까지 이어진 긴 오르막이 좀 힘들긴 했지만 대신 주변 풍광은 점점 좋아졌다.

 

 

산악자전거를 타고 내달리는 바이커들을 이 구간에서 유독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경에 놓인 세이뉴 고개에 올랐다. 국경 표지석에는 한쪽에 F, 반대편에 I가 적혀 있었다.

 

 

 

베니 계곡으로 내려서는 하산길은 꽤나 지루했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풍경이 나타나 위안이 되었다.

 

쿠르마이어로 걸어가는 대신 이 표지판에서 왼쪽으로 꺾어 버스가 기다리는 마을로 향했다.

 

지루한 내리막 끝에 위치한 비사일레 마을이 그리 반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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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치앤치즈 2016.10.28 01: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로만 듣던 알프스 산이 이런 풍경이군요.^^
    산악마을까지 버스가 들어온다니 신기합니다.
    지루하고도 길었던 산행의 끝에 시원한 맥주 한 잔 또는 뜨거운 커피 한 잔이 정말 끝내줄 것 같은 레스토랑이네요.

  2. justin 2016.11.07 12: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알프스 특유의 풍경이 마음에 듭니다~ 우리 나라는 삼도봉만해도 그럴싸한 표식을 남겨두는데 프랑스와 이탈리아라는 국가 경계선 표식은 꽤 단촐합니다.

    • 보리올 2016.11.08 06: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리나라 산봉우리에 세워놓은 정상석은 이제 점점 흉물이 되어가는 느낌이 들더라. 작고 아담하게 세워도 좋으련만 무슨 허세를 과시를 하려는지 여기저기 세워놓은 꼴이라니...

 

알프스 산군 가운데 몽블랑 둘레를 도는 뚜르 드 몽블랑은 경치가 뛰어난 곳이다. 날카롭게 하늘로 치솟은 봉우리와 깊게 패인 계곡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고, 산자락에 펼쳐진 푸른 초원 사이로 이리저리 에둘러 가는 산길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트레킹 도중에 만나는 산장도 이 몽블랑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잠자리와 식사 등 많은 편의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 산자락에 너무 많은 케이블카와 곤돌라, 산악철도를 부설해 놓았다. 산속 깊은 곳까지 사람이 살아가는 흔적이 있고, 푸른 초원엔 소와 양이 배설한 오물이 지천이었다. 캐나다 로키에선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의외로 많았다.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지 않은 배경엔 이런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 인간들이 저지른 자연 파괴 현장을 많이 보게 되어 입맛이 좀 씁쓸했다. 그럼에도 뚜르 드 몽블랑은 아름다운 풍경을 지니고 있었고 절로 벌어지는 입을 도무지 닫을 수가 없었다.

 

차를 타고 콩타민(Contamines)으로 이동해 노틀담 성당(Norte Dame de la Gorge)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몽블랑의 남서부를 도는 일정인데 아쉽게도 하루 종일 몽블랑을 볼 수는 없었다. 처음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나타났다. 이 구간은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로만 로드(Roman Road)라고 했다. 발므(Balme) 산장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초원에서 풀을 뜯는 소떼가 나타나 전형적인 알프스 풍경을 보여줬다. 본옴므 고개(Col du Bonhomme, 2,329m)까진 꽤 길게 올라야 했다. 출발점이 해발 1,210m였으니 벌써 고도를 1,000m 이상 올린 것이다. 하지만 우린 거기서 다시 고도를 올려 본옴므 십자가 고개(Col de la Croix du Bonhomme, 2479m)까지 내처 올랐다. 십자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돌로 쌓은 탑 하나만 덜렁 놓여 있었다. 그것도 조만간 무너질 듯 위태롭게 보였다. 해발 2,443m에 위치한 본옴므 산장은 바로 그 너머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 위치가 아름다운 경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라 진짜 산장에서 묵는 기분이 들었다.

 

콩타민에 자리잡은 노틀담 성당을 둘러보고 산행에 나섰다.

 

 

 

초원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알프스 산악 풍경을 만끽하곤 발므 산장에 도착했다.

여기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본옴므 고개로 오르기 시작했다.

 

 

초원의 푸르름 외에도 여기저기 이름 모를 야생화가 피어 있어 눈을 즐겁게 했다.

 

 

 

드디어 본옴므 고개에 올랐다. 여기서 바라보는 풍경도 장관이었다.

 

 

 

본옴므 고개에서 본옴므 십자가 고개까진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지만 줄곧 바위 구간을 걷는 탓에

고산에 오른 느낌을 주었다.

 

본옴므 십자가 고개엔 쓰러질 듯 보이는 돌탑 하나와 시원한 파노라마 조망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산기슭에 그림처럼 자리잡은 본옴므 산장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내려섰다.

 

 

 

 

본옴므 산장에서 창문을 열고 바라본 풍경에 넋을 잃을 뻔했다.

서둘러 밖으로 나와 저녁을 먹으러 나온 아이벡스 무리를 만났다.

 

 

 

산장에서 저녁으로 소고기 스튜와 조로 만든 죽이 나왔다. 양이 좀 적어 아쉬웠지만 맛은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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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치앤치즈 2016.10.28 01: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으로 볼 땐 완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 것 같은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도 인간이 남긴 좋지못한 흔적들이 있다니 참 안타깝습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서 국가에서 관리하면 훨씬 더 나은 모습을 간직할 수 잇을 것 같은데, 그렇게 안한다니 그것도 좀 안타깝고요.
    그나저나 저 산장에선 고기를 먹지 않는 저같은 사람은 죽만 먹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네요.^^

    • 보리올 2016.10.28 04: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알프스 도처에 사람의 흔적이 너무 많습니다. 18세기 말부터 시작된 등반, 휴양, 관광 때문에 유럽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 탓이지요 거꾸로 되돌리긴 어렵지만 앞으로라도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더군요.

  2. justin 2016.11.05 19: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이외네요~ 유럽이라 자연 보호가 뛰어날 줄 알았는데 관광 명소여서 영락없이 인간의 손때가 탔네요. 그래도 본옴므 산장 경관은 장관이네요!

 

정선에 있는 민둥산은 억새로 유명한 산이라 가을이 지나가기 전에 꼭 한 번 다녀오리라 마음 먹었던 곳이다. 영월을 지나 태백으로 가는 국도를 열심히 달렸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산행 기점인 증산초교 근처엔 마침 민둥산 억새꽃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우리나라 5대 억새 군락지로 민둥산이 들어간다니 테마 찾기에 혈안인 지자체에서 그냥 넘어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매년 9~10월에 억새꽃 축제를 열어 여러 가지 행사를 선보이는 모양인데, 난 어느 축제나 별다른 특징이 없이 고만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차별화를 하지 않는 한 이런 축제는 혈세만 낭비하는 이벤트 같았다. 행사장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으로 바로 자리를 떴다. 예상대로 지역 특산물을 파는 장터와 향토음식을 빙자한 어줍잖은 식당이 전부였다.

 

421번 지방도를 타고 정선으로 향했다. 시간이 꽤 걸렸다. 중간에 몰운대가 나와 잠시 차를 멈췄다. 대단한 풍경이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도로 양쪽으로 나무 우거진 계곡이 나왔고 그 사이로 여기저기 바위덩어리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산사태로 굴러 떨어진 바위더미 위에는 누군가의 염원을 담았을 조그만 돌탑들이 여러 개 세워져 있었다. 화암면에 있는 정선 향토박물관부터 들렀다. 기분 좋게도 무료 입장이었다. 이 박물관은 정선 지역의 농사나 의식주에 필요한 기구들을 모아 놓았다. 맷돌, 풍구, 떡살, 호롱불 등 우리 농촌에서 사용하던 집기들이 꽤 많이 보였다. 어릴 적 생각을 하며 품목 하나하나를 유심히, 그리고 정겹게 보았다. 똥장군도 눈에 띄었다. 그래도 나무로 만든 스키와 나무를 둥글게 구부려 줄로 엮은 설피가 가장 시선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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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 구간 중에서 가장 높은 지점을 얼마 남겨놓지 않았다. 여전히 스님 두 분의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누룽지는 조금씩 드셔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야크 카르카의 음식값이 장난이 아니었다. 고도를 높일수록 물가가 오르는 것은 히말라야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라 나 또한 각오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곳의 배짱 장사는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가 부족한 상황을 이용해 트레커들 주머니를 최대한 털겠다 작정하고 나선 것 같았다. 난생 처음으로 끓인 물 한 병에 220루피란 돈을 지불했다.

 

계곡을 따라 꾸준히 걸은 끝에 해발 4,540m의 토롱 페디(Thorong Phedi)에 도착했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로 붐볐다. 점심으로 라면이나 끓일까 했지만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더군다나 일행들 대부분이 고소 증세로 식욕을 잃어 점심을 건너뛰어도 아무 불평이 없었다. 내친 김에 하이캠프까지 오르기로 했다. 원래는 토롱 페디에서 하루를 묵으려 했지만 오늘 조금 더 걸어두면 내일 토롱 라를 오르는데 그만큼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이다. 고도가 조금이라도 낮을 때 더 걸어두자는 현실적인 계산도 있었다. 경사가 꽤나 심한 오르막을 두 시간 더 걸어야 했다. 일행들 걷는 속도가 무척 느렸다.   

  

하이캠프로 오르는 지현 스님의 발걸음이 너무 무거워 보였다. 스무 걸음을 내딛고 제 자리에 서서 심호흡을 하라고 주문했지만 한 번에 스무 걸음도 힘들어한다. 이런 상태로 내일 토롱 라를 오를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법민 스님은 그런대로 잘 버티고 있어 다행이었다. 여태까지 별 탈 없이 잘 걷던 이진우 선배가 갑작스레 얼굴이 퉁퉁 붓고 행동도 무척 느려졌다. 최정숙 회장도 숨이 가프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고도를 높이면서 새로운 상황이 연달아 발생해 나를 혼란에 빠뜨렸다. 내일만 잘 버티면 되는데 역시 토롱 라가 복병이다. 그런데도 히말라야가 초행인 김우인 여사만 고소 적응에 별 어려움없이 잘 걷는다.

 

오후 3시가 가까워 하이캠프에 도착했다. 하이캠프에는 규모가 엄청 큰 로지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가장 뒤에 처진 사람을 챙기며 오다 보니 내가 마지막으로 도착을 하게 되었다. 너무나 허기가 져서 움직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카고백에서 버너와 코펠을 꺼내 급히 떡라면을 끓였다. 고산병 증세로 음식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 옆에서 혼자 라면을 끓여 먹는 것이 얼마나 얄미운 짓인지 잘 알지만 어쨌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지 않았나. 로지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이 대단했다. 하얀 눈을 이고 있는 험봉들이 안나푸르나 연봉을 에워싸고 있었다. 로지에서 가볍게 오를 수 있는 봉우리가 하나 있어 카메라를 들고 혼자 올랐다. 꼭대기에는 제법 큰 돌탑이 세워져 있었다. 그 옆에 서서 어둠이 내려앉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 보았다.  

 

트레커, 가이드, 포터들까지 모두 들어와 식당은 완전 만원이었다. 바깥은 날씨가 추워 우모복으로 완전 무장을 해야 했지만, 식당 안은 사람들 열기로 그리 춥지가 않았다. 저녁 식사를 못하겠다 하는 사람도 있고, 식당에 나오긴 했지만 수저를 들지 못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군대식으로 정리하면 총원 여섯 명 가운데 한 명은 전사, 두 명은 중상, 한 명은 경상,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은 멀쩡한 편이었다. 오늘 밤이 최대 고비다. 오늘 밤만 잘 버티면 내일 토롱 라를 넘기 때문에 고산병 걱정은 사라진다. 그런데 토롱 라까지 걸어 오르는 것이 무리라고 스스로 판단해 말을 타고 가겠다는 사람이 나왔다. 로지에 물어보았더니 토롱 라까지는 100, 묵티나트(Muktinath)까지는 200불을 달란다. 일단은 토롱 라까지 가는 것으로 해서 말 한 필을 예약했다. 나중에 다른 한 명도 추가로 말을 예약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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