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르케 패스'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4.01.06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 ③
  2. 2012.11.22 마나슬루 라운드 트레킹 <11>
  3. 2012.11.20 마나슬루 라운드 트레킹 <9> (2)

 

카르테에서 다라파니까지는 한 시간 거리. 다라파니 초입에서 검문소를 통과해야 했다. 일행을 먼저 보내고 내가 대표로 남아 검사를 받았다. 검문이라기보다는 허가증을 제시하면 거기에 스탬프를 찍고 장부에 인적사항을 적는 그런 요식 행위였다. 경찰은 그리 친절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트집을 잡지도 않았다. 검문소를 지나면 마나슬루와 안나푸르나 가는 길이 갈린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라르케 패스(Larke Pass) 방향으로 오르면 마나슬루가 나온다. 여기선 4~5일은 잡아야 마나슬루 베이스 캠프에 닿을 것이다. 몇 년 전에 그 길을 걸어 내려온 적이 있어 기억이 났다.

 

학생들의 등교길 행렬을 지나치고 선한 눈빛을 가진 꼬마들과 마주쳤다. 담장에 쌓아놓은 나무 위에 종이를 펴놓고 공부하는 여자아이도 만났다. 이들이 바로 네팔의 미래 희망 아니겠는가. 티망(Temang)까진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되었다. 뒤로는 마나슬루가 하얀 눈을 뒤집어 쓴 채 우리를 굽어보고 있었다. 우람한 산세가 단연 독보적이었다. 조금 있으니 하얀 뭉게구름이 정상을 가려 버렸다. 손목에 찬 고도계로는 해발 2,600m가 넘었지만, 지도에는 티망베시(Temang Besi)라 하여 2,270m라 표기되어 있었다. 지도가 잘못된 것인지, 서로 다른 마을을 의미하는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히말라야 다른 곳보다 안나푸르나는 말똥 냄새가 진동하는 곳이다. 여기선 운송 수단으로 말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길바닥엔 말라붙은 말똥이 즐비하고 거기서 나는 냄새 또한 하나의 상징물이 되었다. 우리 옆으로 크고 작은 말떼들이 지나가면서 뽀얀 먼지를 일으킨다. 탄촉(Thanchok)을 지나며 우리 앞으로 또 다른 설산이 나타났다. 포터 긴딩의 설명으로는 안나푸르나 3봉이라 하지만 아무리 봐도 지도상으론 안나푸르나 2봉이다. 3봉은 앞으로 2~3일 더 걸어야 우리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 네팔 사람들 이야기라고 무조건 믿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묵을 차메(Chame)는 제법 큰 마을이었다. 은행도 있고 인터넷 카페도 몇 개 있었다. 급히 메일을 보낼 일이 있어 인터넷 카페에 갔더니 한글 자판은 물론 없었다. 접속 속도가 너무 느려 사이트 하나 여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장난이 아니었다. 겨우 다섯 줄짜리 메일 하나 보냈는데 220루피를 달란다. 1분에 10루피씩 받으니 이 메일 하나 보내는데 22분을 썼다는 이야기다. 우리 나라에 비하면 무척 비싼 셈이다. 하기야 히말라야까지 와서 인터넷을 하겠다는 내가 잘못이지, 인터넷을 하려면 위성을 사용해야 하는 이들을 탓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로지에 든 일행들이 슬슬 신체적 변화를 느끼면서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두 분 스님은 벌써부터 약한 두통을 호소한다. 해발 2,700m의 고도를 넘겼으니 긴장감이 조금씩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늘부터는 나도 술을 마시지 말자 마음을 먹었지만 포터들에게 네팔 막걸리 창을 사주면서 나도 덩달아 한 잔을 했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도 창을 한 잔 더 마셨다. 이러다가 내가 가장 먼저 뻗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내일부턴 3,000m 위로 오르니 무조건 금주를 해야겠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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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과연 라르케 패스를 얼마나 쉽게 넘느냐에 있었다. 해발 5,200m를 처음 오르는 사람에게는 처음부터 이 고개 오르기가 심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눈이 녹기 전에 패스를 통과할 요량으로 한 대장이 4시 기상, 5시 출발로 시각을 조정했다. 어둠 속을 랜턴 행렬이 길게 이어간다. 처음부터 우리와 줄곧 함께 했던 부디 간다키 강이 이 지점에서 우리 곁을 떠났다.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해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길을 걸었다. 너무나 지루했다. 도대체 라르케 패스가 어디에 있는 것이냐는 불평도 쏟아져 나왔다. 눈에 반사된 강렬한 햇볕은 우리 얼굴을 금방이라도 익힐 것 같았다. 열 걸음 내딛고 호흡을 가다듬기를 얼마나 했던가. 우리 눈 앞에 오색 룽다가 휘날리는 라르케 패스가 나타났다. 3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란 예상이 결국 4시간 30분 걸려 그 지긋지긋한 라르케 패스에 도착한 것이다. 라르케라는 네팔 말이 원래 길다는 의미라니 어쩌겠는가.

 

라르케 패스의 고도에 대해선 다들 엇갈리는 자료를 내놓는다. 누구는 5,100m라 하고 누군 그 보다 높은 5,200m라 이야길 한다. 손목 시계에 찬 고도계로는 5,070m가 표시되었다. 지도마다 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좀 지루하긴 했지만 모두들 탈없이 라르케 패스를 넘었다. 큰 고통 없이 전구간 중 가장 높은 지점을 넘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그 이야긴 하행 구간에선 그 동안 자제해 왔던 음주도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빔탕(Bimtang)으로 내려서는 길은 미끄럼과의 한판 승부였다. 표면이 녹으며 미끄럽기 짝이 없었다. 미끄러져 골짜기로 떨어지면 죽지야 않겠지만 부상은 면치 못할 것은 자명한 일. 빔탕에 도착하니 누군가 위스키를 꺼내 한 잔씩 돌린다. 큰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는 생각에 단숨에 들이켰다. 뱃속에서 짜르르 취기가 올라온다. 텐트에서 살짝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저녁 먹으라 부르는데 영 식욕이 나질 않는다. 그리 내키지 않았지만 밥 한 술 뜨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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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산행 준비에 부산하다. 당일로 마나슬루 베이스 캠프(해발 4,800m)에 올라 청소를 마친 다음, 사마 가운으로 하산하기로 한 것이다. 원래 계획은 베이스 캠프에서 1박을 할 생각이었지만, 어제 하루 공친 때문에 일정이 변경된 것이다. 날씨는 맑았고 마나슬루 정상은 온모습을 드러낸채 우리를 굽어 보고 있었다. 떠오르는 햇살을 받아 붉게 물든 마나슬루 정상이 마치 산신령 같았다. 

 

정상에서 흘러내린 빙하의 갈라진 틈새가 우리 눈 앞으로 다가오고 가끔 굉음을 내며 눈사태가 발생해 몇 분간이나 눈을 쓸어 내린다. 도중에 가이드가 길을 잘못 들어 한 시간 이상을 헤매다가 트레일을 제대로 찾는 해프닝도 있었다. 4,000m 이상으로 고도를 높일수록 호흡은 가빠지고 눈은 무릎까지 차오른다. 앞사람이 러셀해 놓은 길을 한발 한발 힘겹게 올라서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먼저 출발했던 덴지가 중간에 식당 텐트를 치고 칼국수를 준비해 놓았다.

 

이태리 팀이 진을 친 4,600m 베이스캠프에서 4,800m 베이스캠프까지 200m 고도를 오르는 일이 요원해 보였다. 정상 공격에 나선 등반가들이 왜 2~300m를 남겨 놓고 뒤돌아서는지를 알만 했다. 칼날 능선은 또 왜 그리 위협적으로 다가오는지……. 발을 헛디디면 수백 미터 아래로 미끄러질 판이다. 몇 걸음 걷고 쉬기를 몇 차례. 드디어 4,800m 마나슬루 베이스 캠프에 닿았다. 

 

예상했던대로 베이스에는 눈이 더 깊었다. 한 대장의 기억과 오스트리아 원정팀의 세르파 도움으로 눈 속에서 보물을 캐내듯 쓰레기를 찾았다. 예상보다 많은 양을 가지고 내려오진 못했다. 하지만 우리 손으로 쓰레기를 수거해 직접 짊어지고 산 아래로 가지고 내려왔다는 사실에 가슴이 뿌듯해졌다.

 

이제 베이스 캠프를 내려가야할 시각이 되었다. 여건만 된다면 베이스 캠프에서 며칠 머물러도 좋을 것 같았다. 떠나기 싫은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주변 설산들이 더욱 자태를 뽐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산을 내려오지 않을 수 없는 일. 우리에겐 하행 트레킹이 남아 있다. 하행이라고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조만간 베이스 캠프보다 더 높은 해발 5,200m의 라르케 패스(Larke Pass)를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눈길에 미끄러지길 몇 차례 거듭하며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은 다음에야 마을로 귀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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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지인 2012.11.20 22: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아... 아빠가 저 무시무시한 곳에 가계셨다니.. 저때 저는 강철인과도 같은 아빠 걱정도 안하고 띠까띠까 놀고 있었는데..... 이젠 아빠 저렇게 아름답지만... 무서운 자연속으로 못 보내겠어요..ㅠㅠ

  2. 보리올 2012.11.20 2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게 위험하면 아빠같은 겁쟁이가 어찌 저런 곳을 가겠냐?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시고 너도 열심히 체력이나 단련해 두거라. 혹시 아냐? 아빠가 우리 딸 데리고 마나슬루 한 번 더 가고 싶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