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테에서 다라파니까지는 한 시간 거리. 다라파니 초입에서 검문소를 통과해야 했다. 일행을 먼저 보내고 내가 대표로 남아 검사를 받았다. 검문이라기보다는 허가증을 제시하면 거기에 스탬프를 찍고 장부에 인적사항을 적는 그런 요식 행위였다. 경찰은 그리 친절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트집을 잡지도 않았다. 검문소를 지나면 마나슬루와 안나푸르나 가는 길이 갈린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라르케 패스(Larke Pass) 방향으로 오르면 마나슬루가 나온다. 여기선 4~5일은 잡아야 마나슬루 베이스 캠프에 닿을 것이다. 몇 년 전에 그 길을 걸어 내려온 적이 있어 기억이 났다.
학생들의 등교길 행렬을 지나치고 선한 눈빛을 가진 꼬마들과 마주쳤다. 담장에 쌓아놓은 나무 위에 종이를 펴놓고 공부하는 여자아이도 만났다. 이들이 바로 네팔의 미래 희망 아니겠는가. 티망(Temang)까진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되었다. 뒤로는 마나슬루가 하얀 눈을 뒤집어 쓴 채 우리를 굽어보고 있었다. 우람한 산세가 단연 독보적이었다. 조금 있으니 하얀 뭉게구름이 정상을 가려 버렸다. 손목에 찬 고도계로는 해발 2,600m가 넘었지만, 지도에는 티망베시(Temang Besi)라 하여 2,270m라 표기되어 있었다. 지도가 잘못된 것인지, 서로 다른 마을을 의미하는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히말라야 다른 곳보다 안나푸르나는 말똥 냄새가 진동하는 곳이다. 여기선 운송 수단으로 말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길바닥엔 말라붙은 말똥이 즐비하고 거기서 나는 냄새 또한 하나의 상징물이 되었다. 우리 옆으로 크고 작은 말떼들이 지나가면서 뽀얀 먼지를 일으킨다. 탄촉(Thanchok)을 지나며 우리 앞으로 또 다른 설산이 나타났다. 포터 긴딩의 설명으로는 안나푸르나 3봉이라 하지만 아무리 봐도 지도상으론 안나푸르나 2봉이다. 3봉은 앞으로 2~3일 더 걸어야 우리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 네팔 사람들 이야기라고 무조건 믿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묵을 차메(Chame)는 제법 큰 마을이었다. 은행도 있고 인터넷 카페도 몇 개 있었다. 급히 메일을 보낼 일이 있어 인터넷 카페에 갔더니 한글 자판은 물론 없었다. 접속 속도가 너무 느려 사이트 하나 여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장난이 아니었다. 겨우 다섯 줄짜리 메일 하나 보냈는데 220루피를 달란다. 1분에 10루피씩 받으니 이 메일 하나 보내는데 22분을 썼다는 이야기다. 우리 나라에 비하면 무척 비싼 셈이다. 하기야 히말라야까지 와서 인터넷을 하겠다는 내가 잘못이지, 인터넷을 하려면 위성을 사용해야 하는 이들을 탓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로지에 든 일행들이 슬슬 신체적 변화를 느끼면서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두 분 스님은 벌써부터 약한 두통을 호소한다. 해발 2,700m의 고도를 넘겼으니 긴장감이 조금씩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늘부터는 나도 술을 마시지 말자 마음을 먹었지만 포터들에게 네팔 막걸리 창을 사주면서 나도 덩달아 한 잔을 했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도 창을 한 잔 더 마셨다. 이러다가 내가 가장 먼저 뻗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내일부턴 3,000m 위로 오르니 무조건 금주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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