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트니(Kootenay)  국립공원은 캐나다 로키의 품에 안겨 있는 다섯 국립공원 하나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편이다. 대륙분수령(Continental Divide) 서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밴프, 재스퍼와는 달리 행정구역은 브리티시 컬럼비아(BC) 주에 속한다. 혹한을 자랑하는 캐나다 로키에 선인장이 자란다면 누가 믿겠는가. 하지만 그것은 엄연히 사실이다. 뜨거운 태양과 모래사막을 연상시키는 선인장이 캐나다 로키, 중에서도 쿠트니 국립공원에서 유일하게 자란다. 그런 특이한 생태 환경을 자랑하고 싶은 쿠트니 국립공원 측에선 선인장에서 빙하까지(From Cactus to Glacier)’라는 별난 슬로건을 내세워 관광객을 끌어 모으려 한다.

 

1920년에 캐나다의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쿠트니 국립공원의 중심지는 라듐 성분의 온천수가 솟는 래디엄 스프링스(Radium Hot Springs). 온천 이름이 동네 이름이 되었다. 상주 인구라야 고작 800명쯤 된다. 밴프나 재스퍼 국립공원에 비해선 마을의 크기도 작고 방문객 수도 절대적으로 적다. 공원의 이름은 이곳에서 년간 살아왔던 쿠트니 원주민 부족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원래 의미는 언덕을 넘어온 사람들이란 뜻이라고. 그들은 이곳에 살면서 들소를 사냥하기 위해 대륙분수령을 넘어 대평원까지 진출을 했었다고 한다.

 

 

 

[사진 설명] 상주인구는 적지만 호텔이나 식당 등 방문객을 맞을 시설로 도시를 이룬 래디엄 핫 스프링스의 시내를 잠시 둘러 보았다. 사진을 찍을 대상이 거의 없었지만 정치인과 관료는 오지 말라는 광고 문구가 눈에 띄었다.

 

 

 

 

 

[사진 설명] 래디엄 핫 스프링스와 밴프를 연결하는 93번 하이웨이 상에 있는 싱클레어 협곡(Sinclair Canyon)은 가파른 바위 사이로 길이 나 있고 10km에 이르는 협곡을 볼 수 있다. 컬럼비아 강 건너 자리잡은 산줄기도 멀리서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진 설명] 라듐 성분이 많다는 래디엄 스프링스의 온천수는 코를 찌르는 유황 냄새가 없어 좋긴 했지만 온천수의 온도가 미지근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여기선 온천수의 온도를 대개 섭씨 39도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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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08.02 07: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위 사이에 있는 길은 깎아서 만든 길 ? 아님 자연적으로 생긴 길이에요? 멋있어요...사람이 적은 곳으로 오니 눈도 시원하구요...
    온천에 가면 뜨거운 물 쪽에 동양인 특히 한국인이 많은 것을 보면 우린 정말 뜨거운 것을 좋아하나 봅니다...그 뜨거운 커피도 술술 마시잖아요...

    • 보리올 2014.08.02 18: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듣기론 물이 만든 협곡으로 길을 냈다고 하더군요. 직접 확인은 하지 못했습니다. 캐나다 온천에선 한국인의 뜨거움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들 물이 미지근하다고 푸념이 대단하거든요. 어디서 들은 이야기지만 인체에는 40도 내외의 수온이 그렇게 좋다고 하더군요.

  2. 제시카 2014.08.05 06: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인장은 못보셨나요 신기하네요 멀지않은 곳에 선인장이 자란다니 ㅎㅎ 그것도 유일하게 여기서. 온천 사진을 보니 머지않아 여행삼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절로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침낭 안에서 뒤치락거리다가 아침 준비나 하자고 일어났다. 어제와 같이 설렁탕 면에 누룽지, 떡점을 넣고 끓였다. 몇 끼를 먹은만큼 식자재가 줄어 배낭 무게가 많이 가벼워졌다. 우리가 만든 쓰레기를 모두 봉지에 담아 배낭에 넣었다. 여긴 가져온 쓰레기를 모두 들고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침 8시가 넘어 산장을 나섰다. 꿈같은 산장 생활을 마치고 문명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오하라 호수에 들러 잠시 얼음 위를 걸으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여름에 다시 한 번 왔으면 좋으련만 그 때 상황이 어떨지 모르겠다.   

 

다시 11km를 걸어 내려가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이 길을 오를 때 엄청 길었다는 느낌이 내리막에선 들지 않았다. 금방 1km씩 거리가 줄어드는 것을 나무에 걸린 거리 표식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배낭이 가벼워진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스노슈즈도 이젠 발에 익어 눈 위를 걷는 모양새도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마음이 뿌듯했다. 오랜만에 진짜 스노슈잉다운 겨울 산행을 즐겼기 때문이다. 밴쿠버로 돌아가도 당분간은 스노슈잉이 생각나지 않을 것 같았다. 4km를 걸어 7km 지점에서 따끈한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또 쉬지 않고 4km를 걸어 3km지점에서 물 한 모금 마시며 쉬기도 했다.  

 

이제 주차장까지 단숨에 뻬자고 발걸음을 빨리 하고 있는데, 산 아래에서 크로스 컨트리 스키를 타고 올라오는 그룹을 만났다. 캘거리에서 그룹으로 온다는 이들 때문에 우리가 이틀만에 방을 빼는 것이었다. 20명 일행 중에는 75세 할아버지도 있었다. 그 나이에 크로스 컨트리 스키라니 참 젊게 사는 양반이다. 제일 뒤에서 스노슈잉을 하면서 홀로 올라오던 친구가 스키 트랙을 걷는 우리를 보고 잔소리를 한다. 스키 트랙을 망가뜨리지 말고 신설 위를 걸으라는 것이 아닌가. 예전에 배운 적이 있지만 아무 생각없이 앞사람이 만들어 놓은 트랙을 따라온 것이다. 속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이 친구 말하는 폼새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스키 트랙을 벗어나 신설 위에 새로운 흔적을 남기며 열심히 걸었다. 이렇게 걷는 것이 훨씬 에너지 소모가 많아 종아리에 근육이 팍팍 생기는 것 같았다.  

 

11 40분에 주차장에 도착했다. 오하라 호수에서 사진을 찍는다 늦장을 부린 것을 감안해도 하산에 3시간 30분은 걸린 셈이다. 전체가 12km 눈길이니 그 정도는 걸릴 것으로 보았다. 내 경험으론 겨울철 스노슈잉은 하루 10km 내외에 4~5시간 산행이 적당하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는 에머랄드 호수(Emerald Lake)로 이동해 호수 위를 걷는 스노슈잉을 한두 시간 더 하기로 했다. 이렇게 호수가 꽁꽁 언 때가 아니면 언제 호수 위를 걸어볼 수 있겠는가. 호수를 둘러싼 봉우리들을 바라보며 겨울철 로키 산행의 묘미를 연장하고 싶었다. 에머랄드 호수 주차장에 도착해 베이글로 점심을 때웠다. 날씨는 어제와 비슷해 약한 눈발을 날리고 있었다. 호수에는 크로스 컨트리 스키나 스노슈잉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끔 보였다.

 

호수를 한 바퀴 도는 트레일을 따라 걸었다. 아쉽게도 에머랄드 호수를 둘러싼 봉우리들이 대부분 구름에 가려 버렸다. 사람들이 많이 밟아서 그런지 눈에 빠지진 않았다. 트레일을 2km 정도 걸은 후에 호수로 들어섰다. 눈이 많지 않아 걷기에 너무 편했다. 기분도 상큼했다. 호수 위를 걷는다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설레지 않는가. 거기에 호젓하기까지 하니 금상첨화다. 일행들 역시 이 분위기를 너무 좋아한다. 특히, 캐나다 로키 산행이 처음이라는 전영철 선생은 로키의 매력에 흠뻑 빠진 것 같았다. 다음에 동부인해서 에머랄드 로지에 묵고 싶다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되풀이한다. 에머랄드 호수에 있는 로지와 선물가게는 겨울철에도 문을 열었다. 겨울 내내 도로 제설작업을 하니까 방문객이 꾸준하게 오는 것 같았다.  

 

우리는 골든(Golden)의 팀 홀튼스에 들러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으로 스노슈잉 일정을 마무리했다. 커피 한 잔을 이렇게 맛있게 마실 수 있었던 것도 추운 눈길을 걸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하나의 마무리는 래디엄 핫 스프링스(Radium Hot Springs)에서 피곤한 몸을 온천수에 담그는 것으로 했다. 한겨울에 노천에서 온천욕이라니 이 또한 신선놀음 아닌가. 수온은 그리 뜨겁지 않았다. 보통 여기는 물 온도를 섭씨 39도나 40도에 맞추는데 우리 한국인들은 미지근하다고 느낀다. 그래도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근다는 것이 어딘가. 온천에서 날아오른 수증기가 나무에 설화를 만들어 밤하늘을 수놓았다. 스노슈잉을 마친 우리에게 주는 일종의 보너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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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esora 2014.01.23 16: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여행정보 잘봤구요 너무 부럽네요 ㅎㅎ

  2. 권선호 2014.02.13 13: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 자네처럼 그 Hut에서라면 분위기 때문에 잠을 못들 것 같네..ㅎ
    커피, 와인 한 잔 하면서 책 보고 음악 듣고..천국의 생활일 듯..

    Wiwaxy-Oesa-Opabin 트레킹하던 때를 생각하면
    햇살이 없는 겨울 설경은 좀 실망이네..
    그때의 그 색감 잊을 수가 없거든..

    Emerald, Golden의 커피집...자네도 역시 나를 고문하는 듯..

    날씨가 여의치 못했던 것이 좀 애석하지만 원없이 눈을 즐겼다니 좋았겠네..

    • 보리올 2014.02.13 17: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낙엽송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할 때가 색감으로는 최고일 걸세. 거기에 에머랄드 빛 오하라 호수가 더해지면 정말 장관이지. 겨울은 그에 비해 풍경이 좀 단조로운 편이야. 호수도 얼어붙고 온통 설경만 있으니 말이지. 설경 좋아하는 사람에겐 천국이겠지만.

  3. 설록차 2015.05.22 05: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설경이 마치 흑백사진 같아 운치가 있고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