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3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5시에 일어났다. 예약은 되어 있었지만 아차 하면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단다. 다와같은 친구가 급히 자리를 내놓으라 하면 항공사에선 절대 거절을 하지 못한단다. 일찍 공항에 나가 눈도장을 찍는 것이 좋다고 해서 그러자 했다. 다행히 비행기 네 대가 비슷한 시각대에 들어와 우리 일행 모두는 인원을 나눠 타고 루크라를 떠날 수 있었다.

 

카트만두에 도착해 야크 앤 예티 호텔에 잠시 짐을 맡겼다. 오후 늦게 카트만두 외곽에 있는 리조트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다들 사우나를 간다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사진 분류 작업을 하기 위해 정모네 집으로 갔다. 점심은 정원이란 한식당에 집결해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곁들였다. 전에도 자주 왔던 곳이라 눈에 익었다. 트레킹을 무사히 마친 것을 자축하는 건배도 했다. 오후 시간은 자유 시간을 갖기로 했다.

 

카트만두로 다시 돌아옴으로써 우리의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트레킹은 끝이 났다. 이번 트레킹에는 묘하게도 히말라야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사람이 절반을 차지했고 나머지 절반은 초행자였다. 솔직히 초행자 중에 몇 명은 중도에 탈락할 것이라 예상을 했었다. 하지만 우리는 한 명도 낙오없이 모두가 해발 5,140m의 고락셉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난 이 기록도 무척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 모임에 탄탄한 팀워크와 훌륭한 팀닥터가 있었기 때문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2002년 백두대간 종주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멤버들 간에 불협화음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큰 소리 한 번 난 적이 없는, 정말 믿기지 않는 팀워크다. 허 대장의 은근한 카리스마, 기탁 형님과 인당 형님의 헌신적인 후배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우리 모임엔 기탁 형님과 같은 훌륭한 팀닥터가 계시고, 이번에는 부인까지도 함께 활약을 해주셨다. 이들 부부 약사의 손길에 고산병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우리가 이 지구상에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 에베레스트를 오른 것은 물론 아니다. 기껏 고락셉까지 오르고 이런 자랑을 한다는 것이 살짝 창피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환상적인 멤버들과 함께 한 시간은 정상에 오른 것보다도 더 소중하고 행복한 것이었다. 어디를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와 가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언제쯤 다시 이런 산행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트레킹 개요>

 

2007 11 23일부터 12 4일까지 <침낭과 막걸리>란 산꾼들의 모임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를 찾았던 12일간의 트레킹 기록이다. 만화가 허영만 화백을 중심으로 산행과 막영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원래는 2002년에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 산행이 모태가 되었다. 이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트레킹 기록은 월간마운틴 2008 2월호에 소개한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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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테레비소녀 2013.07.11 14: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포스팅 잘보고갑니다..간접체험 잘하고 가요~~감사~

  2. 보리올 2013.07.11 15: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별말씀을요. 고맙긴 제가 오하려 더 고맙지요. 근데 연예게 소식통이시네요. 놀랍습니다.

  3. 설록차 2013.08.13 06: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예로운 최후의 9인 중 한분이셨네요... 나이가 들어서인지 모르는 사이라도 젊은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듭니다...*** 추가) 지구절경기행 35회:네팔-히말라야의 빛,에베레스트 가도

  4. 보리올 2013.08.13 10: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건 운이 좀 좋았다던가, 컨디션이 좋았다는 의미지, 영예라는 표현은 낯이 간지럽네요. 처음 가는 사람도 잘 올라가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건 체력의 문제가 아니라 체질에 따라 고소 적응이 많이 다릅니다. 직접 가서 한번 체험해 보세요.

 

오늘은 몬조에서 루크라까지만 가면 된다. 부담없는 여정이라 출발 시각도 늦추었다. 9시에 로지를 나섰다. 좁은 골목에서 옷차림이 깨끗한 학생들과 교행을 하게 되었다. 첫눈에 네팔 학생들은 분명 아니었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 보았다. 싱가포르에서 수학여행을 왔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 그렇지. 그래도 열 서너 살 정도 되는 중학생들이 수학여행을 히말라야로 왔다니 너무나 의외였다. 그 중엔 싱가포르에 유학 중이라는 한국 학생도 한 명 끼어 있어 우리에게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다. 그들은 남체까지만 간다고 했다.

 

타로코시(Tharokosi)에 도착하기 직전에 마오이스트 깃발을 들고 온 현지인이 통행료를 요구한다. 정모가 직접 나서 우리 일행이 모두 24명이라 했더니 무슨 소리냐며 들어갈 때 31명으로 카운트를 했다고 한다. 돈 받는 일이라고 이렇게 치밀할 줄은 정말 몰랐다. 헬기를 타고 몇 명은 먼저 하산을 했기에 인원이 줄었다 해명을 했다. 1인당 100루피씩 통행료를 냈다. 안나푸르나에 비해선 그래도 싸서 좋았다.

 

카트만두로 먼저 내려갔던 허 화백과 박 대장이 여기까지 마중을 나왔다. 우리와 함께 점심을 먹겠다고 식사도 거르곤 기다리는 시간 내내 맥주로 배를 채웠는 모양이다. 비록 헤어진지 며칠밖에 안 되었지만 다들 반갑게 부둥켜 안으며 해후를 즐겼다. 박 대장은 그 사이 카트만두에서 부인과 둘째 아들을 데리고 왔다. 타로코시에서 점심을 먹었다.

 

빗방울이 간간이 돋더니 루크라 도착할 즈음엔 진눈깨비로 변해 버렸다. 구름이 잔뜩 끼어 시야도 그리 좋지 않았다. 트레킹 마지막 날에 날이 궂은 것이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가. 고산 지역에서 비를 맞았다면 청승맞은 것은 둘째치고 저체온증이 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말이다. 서서히 진눈깨비가 눈으로 바뀌더니 눈송이가 점점 커진다. 고산 지역에서도 보지 못한 눈을 드디어 루크라에서 보게 되었다. 설마 내일 비행기 뜨는데 문제는 없겠지?  

 

루크라에선 다와(Dawa)가 운영하는 히말라야 로지에 들었다. 식당도 넓고 시설도 좋은 편이었다. 특히 화장실이 깨끗해 마음에 들었다. 다와는 루크라에선 유명 인사다. 이곳을 지나는 대부분의 원정대가 다와에게 부탁해 포터나 좁교, 식량을 구한다. 거의 만능 해결사라고나 할까. 그래서 돈도 많이 벌었고 이 지역에선 영향력도 제법 세다. 다행히 박 대장과 정모와는 오랜 인연을 가지고 있어서 우린 별 어려움이 없었다.  

 

저녁에 또 한 차례 술 파티가 벌어졌다. 허 화백과 박 대장이 카트만두에서 공수해온 와인이 한 순배 돌았다. 저녁 메뉴는 닭도리탕. 어제에 이어 오늘도 너무 많이 먹고 마셔 배도 부르고 다들 기분좋게 취했다. 이리 미련스럽게 먹고 마시는 자신을 탓하면서 호준이를 데리고 맥주 한 잔 하러 또 밖으로 나섰다. 많은 일행들 뒷바라지하며 고생이 많았을텐데 맥주 한 잔이라도 사주고 싶었다. 박 대장이란 거물이 참가하게 되어 일정에 변경이 많았던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실토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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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artyLUV 2013.07.10 16: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와우! 멋지네요!^^
    좋은 사진과 글 잘 보고 갑니다~

  2. 보리올 2013.07.11 03: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칭찬의 댓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댓글 덕분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곤 합니다.

  3. 안영숙 2013.10.02 22: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 한번 가보고 싶은데,,, 유효기간이 임박해서 포기.

  4. 보리올 2013.10.03 07: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회장님이 유효기간 임박했다 하면 다른 사람들은 거의 폐차 상태일텐데 이거 어쩌면 좋죠? 어떻게 하면 유효기간 연장할 수 있을지 빨리 묘안을 찾아보아야겠습니다.

 

고소 적응을 위해 남체에서 하루 쉬기로 했다. 그렇다고 그냥 로지에 머무르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에베레스트 뷰 호텔을 지나 쿰중(Kumjung)까지 갔다오기로 하고 8 30분에 로지 앞에 집결했다. 박 대장과 정상욱 상무는 로지에 남겠다 한다. 가벼운 고소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이 몇 명 나왔지만 전반적으로 다들 컨디션은 좋은 듯 했다. 각자의 능력에 따라 속도를 달리해 오르막길을 오른다. 어제와는 사뭇 다른 남체 마을 모습에 카메라를 꺼내는 횟수가 늘어났다.

 

수목한계선에 위치한 파노라마 뷰 로지에 닿았다. 파란 하늘 아래 웅장한 봉우리들이 도열해 있었다. 에베레스트뿐만 아니라 로체(Lhotse)눕체(Nuptse)같은 높고 웅장한 봉우리들이 우리 시야에 들어왔고, 오른쪽에 아마다블람(Ama Dablam) 보였다. 거리가 가까워서 그런지 아마다블람이 오히려 더 웅장하게 다가온다. 다들 예기치 못한 엄청난 풍경에 연신 감탄사를 쏟아낸다. 히말라야의 위압적인 풍경에 압도되었다고나 할까.   

 

파노라마 뷰 로지에 근무하는 한 현지 여성이 유창한 우리 말로 인사를 건넨다. 어떻게 한국말을 배웠냐고 물었더니 한국에서 몇 년간 근무한 적이 있단다. 그래도 너무 잘 한다. 점심은 에베레스트 뷰 호텔에서 먹기로 했다. 음식을 시켰는데 인원수가 많아서 그런지 시간이 너무 걸린다. 땀이 식어 추위를 느낄 때가 되어서야 음식이 나왔다. 한 시간이 더 걸린 것 같았다. 여기 사람들 너무 느긋한 것 아니야? 호텔 매니저에게 항의를 한 후에야 요리사와 웨이터들 동작이 좀 빨라졌다.

 

대부분은 여기서 돌아서기로 했고 나를 포함한 아홉 명은 쿰중을 들려 다른 길로 내려가기로 했다. 좀 돌아가기는 하지만 에베레스트 초등자 힐러리 경이 쿰중에 세웠다는 학교를 들러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쿰중엔 모양새가 비슷한 집들이 성냥갑처럼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힐러리 학교는 산 속에 있는 학교치고는 시설이 꽤 좋았다. 운동장에서 술래잡기를 하고 있는 학생들도 만났다. , 컴퓨터 교실도 들어가 보았는데, 한국산악회의 실버 원정대에서 지어주었다고 적어 놓아 내심 자랑스러웠다.  

 

쿰중에서 남체로 내려가는 길에 옛 공항을 지났다. 루크라에 새로 비행장이 들어서기 전에는 여기를 이용했다고 한다. 카트만두에서 바로 이 고도까지 올라오면 고소 증세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루크라에 새로 공항을 지었을까? 여기서 바라보는 조망도 무척 훌륭했다. 푸른 잔디가 깔린 사면에서 산악 마라톤을 하는 사람도 만났다. 나로선 숨 쉬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 고도에서 마라톤이라니? 우리로선 상상도 못할 일이라 그저 어리벙벙해졌다.

 

로지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또 수다를 떨었다. 수다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미국의 한 TV 방송국에서 예티 촬영을 나왔다고 부산했다. 촬영 장비에 인원까지 그 규모가 엄청났다. 그나저나 예티에 대한 소문만 분분했지,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직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이렇게 대규모 촬영팀을 보내다니 돈이 넘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디 가서 예티를 찍을 것인지는 직접 물어보지 못했다. 하여간 그네들 때문에 로지가 무척 시끄러웠다. 시끌법적한 분위기를 피해 몇 명 데리고 밖으로 맥주 한 잔 하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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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농돌이 2013.06.30 22: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나 마음에 두고 있는 산입니다
    꼭 가보고 싶습니다
    멋진 사진과 풍광에 감사드립니다
    올 봄에 떠났어야 했는데,,,,, 목구녕이 포도청이라,,,,

  2. 보리올 2013.06.30 22: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농돌이님, 에베레스트가 마음 속에 간절한 염원으로 남아 있으면 조만간 이루어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자료가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몸 조심해서 잘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3. 고윤 2013.06.30 22: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대단해요 저도 뭐든된다면 한번 가보고 싶네요 ㅜㅜ

  4. 보리올 2013.06.30 22: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을 좋아하시면 세계의 지붕이라는 히말라야는 꼭 한 번 다녀오시길 강추합니다. 고산 증세로 몸이 좀 불편하긴 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5. 설록차 2013.07.21 14: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 중턱에 있는 좁은 길을 걸어가자면 다리가 후들거리지 않나요? 힐러리경이 세운 학교라니 더 자세히 드려다 보게 됩니다...아이들이 노는 모습은 우리 수건돌리기와 비슷한듯~실제 웅장한 산을 보게 되면 어떤 느낌일지 전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예티가 무엇입니까? 추가) 틀린 글자를 수정했더니 글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6. 보리올 2013.07.21 15: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 산길은 양호한 편입니다. 더 위험한 구간도 많지요. 예티란 전설로만 이야기되는 히말라야 설인(雪人)을 말합니다. 하얀 털을 가진 커다란 고릴라를 연상하시면 됩니다. 설인을 봤다는 사람은 제법 많습니다만 어느 것도 증명이 되지는 않았지요.

 

카트만두 야크 앤 예티(Yak & Yetti) 호텔이 새벽부터 부산스러워졌다. 우리 일행이 루크라(Lukra)로 가는 오전 6 3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4시부터 설쳤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침낭과 막걸리>라는 모임 아래 뭉친 산꾼들. 만화가 허영만 화백을 대장으로 40여 명의 산사람들이 매달 비박을 하며 우의를 다지다가 이렇게 EBC 트레킹까지 나선 것이다. 2002년에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가 모태가 되었다.

 

이번 트레킹에는 우리 나라 산악계를 대표하는 박영석 대장이 참가해서 의미를 더했다. 솔직히 꽤나 신경 쓰이는 거물이긴 하지만 우리의 백두대간 종주에도 자주 얼굴을 내밀어 서로 흉허물이 없는 사이였다. 박 대장은 이번 트레킹에 좀 무거운 마음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지난 5월에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겠다고 도전했다가 산화한 두 명의 후배, 오희준과 이현조를 기리는 추모탑을 세우기 위해 동판을 만들어 우리 EBC 트레킹에 동참한 것이다.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는 네팔에 있는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 중에서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랑탕과 더불어 가장 유명한 코스에 속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에베레스트를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가는 여정이니 얼마나 가슴이 설렐까. 트레킹은 경비행기를 이용해 루크라에 내리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조그만 비행기로 단번에 해발 2,840m 되는 지점에 내리기 때문에 어지럼증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루크라에 도착하니 카트만두완 달리 날씨가 쌀쌀해 옷깃을 여미게 된다.  

 

루크라 공항 옆에 있는 로지에서 밀크티 한 잔씩 하면서 울렁이는 속을 다스렸다. 기념 사진 한 장 찍자고 30명이 넘는 대식구가 줄을 서니 엄청 길다. 현지인들이 몰려 들어 우리 모습을 구경한다. 졸지에 동물원 원숭이가 되었다. 히말라야를 경험했던 선험자들이 고산병에 대해 얼마나 겁을 주었던지 일행들 걷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그것이 무슨 대수랴. 여기까지 와서 빨리 서두를 일이 대체 뭐란 말인가.  

 

고산병 걱정 때문에 속도를 늦추었다 생각했는데 가만히 보니 일행들이 몇 발짝 걷고는 그 자리에 멈춰서는 끊임없이 수다를 떠느라 속도가 나질 않는다. 20여 분 걷고 20여 분을 떠드니 걷는 시간보다 수다떠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았다. 히말라야를 트레킹한다는 흥분에다 모처럼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게 되니 풀어놓을 이야기 보따리가 얼마나 많았을까. 난 멀리 캐나다에서 이 모임에 참가를 했으니 근황을 묻는 사람도 많았다.

 

길은 대체로 내리막길이라 부담이 없어 좋았다. 김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우리 행사를 맡은 네팔 현지 대행사 장정모 사장의 부인이 밤새도록 준비했다고 한다. 30명이 먹을 김밥을 홀로 쌌으니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그 정성이 대단하다. 2시간 30분이면 도착한다는 팍딩(Phakding, 2610m)을 우리는 5시간이나 걸려 도착했다. 팍딩 스타 로지에 들었다. 방 배정을 받고 오후 대부분 시간은 휴식을 취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수다와 해바라기로 시간을 보냈다. 해가 서산으로 저물자, 이젠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수다를 이어간다. 다들 대단한 정력이다.

 

트레킹 첫날의 저녁 메뉴는 닭도리탕. 잘 먹고 열심히 걸으라는 의미에서 영양식을 준비했으리라. <클린 마칼루 캠페인>에 요리사로 참여했던 펨바를 다시 만났다. 이 친구는 카트만두의 소문난 주먹이라 하는데, 네팔에 있는 한식당 주방에서 한식을 배워 이제는 요리사로 원정대를 따라 다닌다. 식사를 마치곤 각자 방으로 흩어질 줄 알았는데, 젊은 친구들은 달밤에 맥주 한 잔 더 하겠다고 밖으로 나선다. 과감하게 젊은 피를 따라 나서질 못했다. 젊은 축에 속하기엔 내가 나이를 먹은 모양이다. 난로 주변에서 수다를 떨며 두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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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3.07.18 08: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살아있을 때 벌써 5$ 지폐에 새겨진 Sir Edmund Hillary...에베레스트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름입니다...뉴질랜드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인물이고 엄청난 사랑을 받았기에 2008년 국장을 치를 때 정말 온 나라가 들썩했지요...20여년 동안 이만큼 화제가 되었던건 *The Lord of the Rings*시사회와 Sir Ed장례식 두번 뿐이었던것 같아요...다큐 채널에서 '세계에서 위험한 공항 10곳'을 보여줬는데 히말라야에 가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어느 비행장이 산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내리는 곳이 있었어요...보기에도 아찔하던데 혹시 가보신적이 있나요? EBC는 읽기시작하는 느낌이 다른 편과 좀 다릅니다...^*^

  2. 보리올 2013.07.18 08: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힐러리 경이야 뉴질랜드가 배출한 세계적인 산악인이죠. 생전에 지폐에 새겨졌다니 그에 대한 뉴질랜드 사람들의 사랑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라인홀트 메스너와 힐러리 경 모두 제가 존경하는 산악인입니다. 힐러리 경은 1953년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올랐고, 메스너 또한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무산소로 올랐으며, 히말라야 8,000m급 고봉 14개를 최초로 등정한 사람입니다. 참, 위험한 공항 이야기를 하셨는데 에베레스트 가는 길목에 있는 루크라 공항이 바로 그 중 하나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공항 이름이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오른 텐징과 힐러리의 이름을 따서 텐징-힐러리 공항이라 부릅니다. 2008년에 이어 2010년에도 비행기 추락 사고가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지요.

 

산속으로 이동하는 양과 염소들 울음 소리에 잠을 깼다. 푸릇푸릇 돋아나는 풀을 찾아 본격적으로 산에 드는 시기인 모양이다. 하긴 벌써 5월이니 고산지대인 히말라야도 봄이라 부를 수 있겠다. 고소 적응에 대한 걱정이 없으니 다들 발걸음이 가볍다. 사진 한 장 찍겠다고 잠시 걸음을 멈추면 내 앞을 걷던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내 시야에서 사라지곤 했다. 그만큼 하산에 스피드가 붙었다. 산을 오를 때는 타시가온에서 콩마까지 하루 종일 걸었지만 그 길을 역으로 내려갈 때는 불과 두세 시간 걸었던 것 같다.

  

타시가온에 들어서기 직전, 산에서 내려오는 계류에 머리를 감았다. 이 얼마만에 때빼고 광내는 것인가. 2주 동안 머리를 감지 않았는데도 별다른 불편이 없었다. 이제 머리까지 감았으니 우리 입장에선 문명으로의 귀환이라 할만했다. 머리 감는 행위 하나에 이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니 신기하지 아니한가. 타시가온에서 수제비로 점심을 먹었다. 우리를 반기는 꼬마들이 있어서 좋았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한 무리의 트레커들을 만났는데, 이들은 루크라로 라운드 트레킹을 한다며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다.

 

해발 고도를 낮춰 2,000m 아래로 내려왔더니 서늘했던 고지대가 그리울 정도로 햇빛이 강하게 내리쬔다. 무더위에 녹아날 지경이다. 무더운 날씨를 싫어하는 나에겐 또 다시 인고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시원한 맥주 한 잔과 아이스크림이 생각나는 곳이었지만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 그런 것은 그림의 떡일터. 카트만두에 가서 배 터지게 먹자고 스스로를 달래 본다. 한 대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후미로 도착했다.

 

오늘 야영지는 세두아. 저녁 날씨는 덥지도, 춥지도 않아 쾌적했다. 저녁으론 닭도리탕이 나왔다. 김인식 회장께서 닭을 7마리 사서 일행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나도 그냥 있을 수는 없는 일. 맥주 10병을 쐈다. 사실은 한 대장이 은근히 눈치를 주긴 했지만서도. 누가 양주를 꺼내와 폭탄주가 한 순배 돌았다. 우리 술 파티를 시샘하듯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축축한 텐트 안에서 또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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