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터스 오브 더 문 안에 있는 인페르노 콘(Inferno Cone)은 참으로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용암을 분출했던 분화구도 아니면서 조그만 산 모양을 하고 있었다. 화산 지대에 화산재로 만들어진 이런 산이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우리 눈 앞에 검은 언덕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런데 불타는 지옥이나 아수라장을 의미하는 인페르노라는 단어를 왜 여기에 썼을까가 궁금해졌다. 검은 색 화산재가 쌓여 있는 언덕 위로 올라갔다. 경사가 심하지 않아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거리도 왕복으로 1km도 채 되지 않았다. 해발 1,884m의 꼭대기에 오르니 사방으로 조망이 트였다. 여기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었고, 어떤 종류는 척박한 환경에서 꽃까지 피우고 있었다. 여기저기 죽어 넘어진 나무 옆에는 열심히 삶을 유지하는 나무도 있었다.

 

스패터 콘스(Spatter Cones)는 크지 않은 돌무덤 속에 우물처럼 구멍이 파인 곳을 일컬었다. 과거에 그 안에서 용암이 폭발하듯이 공중으로 솟구쳤다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용암이 분화구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것과는 형태가 좀 달랐다. 아스팔트 길을 걸어 바위 위로 올랐다. 우물같이 생긴 벤트를 들여다 보았지만 별다른 특징은 보이지 않았다. 공원을 한 바퀴 도는 루프 드라이브를 달려 캠핑장으로 돌아오다가 마멋(Marmot)과 여우를 만나는 행운을 가졌다. 마멋이야 산행을 하면서 자주 보는 동물이지만 여우는 사실 보기가 쉽지 않다. 이런 화산 지역에서 먹잇감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검은 화산재가 쌓여 이뤄진 인페르노 콘은 특이한 화산 지형을 보여 주었다.



정상부는 제법 해발 고도가 있어 사방으로 트인 조망을 감상하기 좋았다.




정상부를 뒤덮고 있는 드워프 벅위트(Dwarf Buckwheat)가 마침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인페르노 콘을 내려와 그 옆에 있는 스패터스 콘스로 가면서 비현실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인페르노 콘의 사면을 유심히 쳐다 보았다.






마치 바위 속에 있는 우물처럼 생긴 스패터 콘스.



7마일에 이르는 루프 드라이브에서 몇 종의 야생동물을 만났다. 여기서 마멋외에도 여우까지 볼 수 있었다.


크레이터스 오브 더 문 공원 안에 위치한 캠핑장에서 하루 묵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알프스 트레킹의 백미라 불리는 뚜르 드 몽블랑(Tour du Mont Blanc)은 꽤 유명한 코스로 종종 세계 10대 트레일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초원부터 빙하까지 다채로운 산악 풍경을 한 자리에서 볼 수가 있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이 솟은 침봉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대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한 삶과 푸른 초원을 거닐며 풀을 뜯는 소와 양들을 보노라면 여기가 선계인 듯한 생각도 들었다. 서유럽 최고봉 몽블랑(해발 4,810m)을 가운데 두고 그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뚜르 드 몽블랑은 총 170km의 길이를 가진 트레일이다. 지리산 둘레길처럼 몽블랑 둘레길이라 보면 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위스 3개국에 걸쳐 있어 산중에서 국경을 넘는다. 전구간을 돌려면 대략 10일 정도가 소요되는데, 우리는 전부 걷지는 못하고 경치가 아름다운 구간만 골라 6일에 돌았다. 어느 방향으로 걸어도 되지만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걷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첫날 일정은 브레방(Brevent) 쪽으로 잡았다. 샤모니 마을에서 아르브(Arve) 강을 따라 한 시간 가까이 걸어 플레제르(Flegere)로 오르는 케이블카를 탔다. 그 덕분에 해발 1,894m까진 너무 쉽게 올랐다. 샤모니 마을 뒤편으로 몽블랑 정상이 한 눈에 들어왔다. 플랑프라(Planpraz)로 향하는 산길 어디에서나 시선을 왼쪽으로 조금 돌리면 몽블랑이 거기 있었다. 이 가슴 떨리는 풍경에 마음이 너무나 행복했다. 플랑프라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하고 해발 2,525m의 브레방으로 오른다. 플랑프라가 해발 1,999m에 있으니 우리 위로 빤히 보이는 브레방까지 그래도 500m를 올려야 했다. 브레방 뒤쪽으로는 녹지 않은 눈이 있었고 암벽에 설치된 사다리도 타야 했다. 경사가 제법 가파르긴 했지만 그리 힘든 구간은 아니었다. 브레방 정상에 섰다. 몽블랑이 바로 눈 앞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 장관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케이블카로 올라와 정상은 꽤나 붐볐다. 샤모니까진 케이블카와 곤돌라를 이용해 편하게 내려왔다.

 

 

아르브 강을 따라 평화로운 오솔길을 한 시간 가량 걸어 플레제르 케이블카 탑승장에 도착했다.

 

 

 

 

 

 

플레제르에서 플랑프라로 가는 두 시간의 여정은 몽블랑의 위용과 그 주변 능선의 장쾌함 덕분에

참으로 가슴 떨리는 시간이었다.

 

 주요 산행로에는 이정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거의 없었다.

 

 

 

풀밭에 앉아 점심을 먹은 플랑프라. 몽블랑을 바라보는 조망도 뛰어나지만, 패러글라이딩 할공장으로도 유명하다.

 

 

제법 가파른 경사면을 타고 플랑프라에서 브레방으로 오르고 있다.

 

 

브레방으로 오르면서 산에서 만난 아이벡스(Ibex)와 마멋.

사람을 그리 무서워 않고 오히려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다 보았다.

 

 

브레방 정상 뒤로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았고 다소 가파른 암벽 지대도 나와 발길에 조심을 기해야 했다.

 

 

해발 2,525m의 브레방 정상.

여기선 몽블랑 정상이 지척으로 바라다 보이기 때문에 몽블랑 조망이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힌다.

 

브레방에서 플랑프라까지는 케이블카, 이어 플랑프라에서 샤모니는 곤돌라를 이용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김치앤치즈 2016.10.28 00: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이 그냥 전부 예술입니다. 경상도 말로 끝내줍니다.ㅎ
    보리올님은 그냥 취미로 여행다니며 사진을 찍는 분이 아니라, 전문 산악인이자 예술사진 전문가 같은데요.^^
    덕분에 저같은 보통 사람들은 가기 힘든 곳까지 정말 구경 잘하고 있습니다.

  2. justin 2016.11.03 19: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정말 왜 이곳을 갔다오신 어르신들이 샤모니샤모니, 몽블랑몽블랑 하셨는지 알 것 같아요. 어디서 어떻게 찍어도 모든 사진이 소위 요즘 말하는 인생샷이겠어요! 감탄을 금치 못 하겠습니다!!!

    • 보리올 2016.11.04 01: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누가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을까? 풍경이 멋진 곳은 맞지. 인생샷이라 하긴 좀 그렇지만 누구나 굉장한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곳이고.

  3. 양희철 2017.07.24 15: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년에 캐나다여행을 가기전에 우보천리님 블로그 글을 읽고 많은 지식을 쌓고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제가 가보지 못한산들도 직접 등산하신 사진들은.. 보는 것만으로 가슴벅차게 했습니다. 조회수를 의식한 블로그가 아니라 진정한 필요로하는 산에대한 이야기들이 이곳에 올때마가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네요^^ 저희부부는 캐나다로키쪽도 기억에 많이 남았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곳은 BC주의 글레이셔 국립공원의 아봇릿지가 가장 인상적이였습니다^^ 알프스여행을 준비중에 있는데 공부해야 될 것이 꽤 많네요.. 취리히에서 시작해서 융푸라우, 마터호른, TMB 10일간의 여정을 계획중에 있는데요 가용시간에 어떻게 최고의 풍경을 보러 사용해야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 보리올 2017.07.24 20: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양 선생님! 제가 블로그를 하면서 최고의 찬사를 들은 것 같습니다. 제 경험이 누군가에게 조그만 도움이 된다면 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늘 즐겁고 건강하게 여행하시길 바랍니다.

 

그 동안 휘슬러 리조트는 몇 번 찾은 적은 있지만 휘슬러 산(2,160m)을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휘슬러 산의 원래 이름은 런던(London)이었다. 하지만 이름이 붙여진지  얼마 되지 않아 이름이 바뀌게 된다. 이 산에 많이 서식하는 마멋(Marmot)이 경고음으로 휙휙 불어대는 소리가 꼭 휘파람 소리 같다고 휘슬러란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이곳은 한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오지였는데, 1965년 스키장으로 연결되는 99번 하이웨이가 건설되고 나서야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된다.

 

싱잉 패스(Singing Pass)와 뮤지컬 범프(Musical Bumps)를 경유해 휘슬러 산을 오르려고 휘슬러 빌리지 안에 있는 산행 기점으로 갔다. 산악자전거가 휙휙 내리 꽂히는 슬로프를 따라 500m쯤 걸어 올랐지만, 도저히 오후 4시까지는 휘슬러 정상에 도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산행을 같이 하는 동행들의 발걸음이 그리 빠르지 않은 때문이었다. 리프트 운행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하면 그 기나긴 슬로프를 걸어 내려와야 한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곤돌라를 타고 해발 1,850m의 라운드하우스 로지(Roundhouse Lodge)까지 오르기로 했다.

 

휘슬러 정상으로 다가갈수록 길 옆으로 엄청난 높이의 눈 제방이 다가온다. 사람 키 두 배는 족히 되어 보이니 3~4m는 쌓여 있는 셈이다. 리틀 휘슬러(Little Whistler)에 있는 찻집에서 허브 차 한 잔으로 여유를 부렸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중에는 가끔 이런 찻집을 만날 수가 있다. 산행을 하면서 산꼭대기 찻집에서 차 한 잔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얼마나 멋진가. 이제 정상까지는 30분 정도 남았다.

 

휘슬러 정상에는 이눅슈크(Inukshuk)란 돌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다. 이것은 북극해 연안에 사는 이누이트(Inuit) 족의 조형물을 본따 만든 것으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였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파노라마 조망이 아주 일품이다.  하얀 봉우리와 울창한 숲, 골이 깊은 계곡과 옥빛 호수 등이 휘슬러 빌리지의 그림 같은 분위기에 더해져 또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특히, ‘검은 엄니라 불리는 해발 2,315m의 블랙 터스크(Black Tusk)의 독특한 위용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역시 휘슬러는 이름값을 한다.

 

 

 

 

 

 

 

 

 

 

 

 

 

 

 

 

 

 

 

 

'산에 들다 - 밴쿠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먼로 호수(Munro Lake)  (2) 2013.08.19
한스 밸리(Hanes Valley)  (2) 2013.07.22
휘슬러 산(Whistler Mountain)  (2) 2013.07.21
골든 이어스 산(Golden Ears Mountain)  (0) 2013.07.20
플로라 봉(Flora Peak)  (2) 2013.07.19
디에스 비스타(Diez Vista)  (0) 2013.07.18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설록차 2013.07.21 14: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림픽 때 휘슬러산 이름을 새 울음소리에서 따왔나~생각했는데 비슷하게 맞췄네요...ㅎㅎ 계절이 언제인지 가벼운 차림으로 올라간 사람들은 그냥 리프트를 타고 간 것입니까? 반바지도 보이는데 춥지 않나 봅니다...^^

  2. 보리올 2013.07.21 15: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산행을 할 때가 몇 년 전 7월 중순으로 기억하는데 산행로 옆으론 잔설이 무척 많았었습니다. 한여름엔 걸어오르는 사람보다 곤돌라와 스키 리프트를 연결해 정상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상은 좀 춥지만 여름에는 버틸만하고 여기 사람들은 반바지로도 잘 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