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트 후드 국유림(Mt. Hood National Forest)에 속한 라치 마운틴(Larch Mountain)을 찾았다. 오레곤에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냥 지나치기 섭섭해 콜베트(Corbett)에서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일부러 찾아간 것이다. 전날부터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치더니 라치 마운틴으로 접근하는 도로에도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여전히 바람은 강했지만 산행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산행하는 내내 날은 흐렸고 때때로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했다. 전망대가 있는 정상으로 바로 가지 않고 20마일 표지판이 있는 지점에 차를 세우고 산길을 한 바퀴 돌아 전망대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라치 마운틴 크레이터 루프(Larch Mountain Crater Loop)라 불리는 이 트레일은 가장 높은 지점이 1,238m이고, 거리는 5.9 마일 정도 된다.

 

산 이름에 라치가 들어가서 라치가 정말 많은 줄 았았다. 하지만 라치는 한 그루도 없었다. 가을이 되면 황금색으로 단풍이 드는 라치, 즉 낙엽송이 지천에 깔린 줄 알고 바쁜 시간을 쪼개 들어온 나만 무색해졌다. 라치 마운틴은 예전에 화산 폭발로 형성된 크레이터 지형이라는데 내 눈으론 알아보기가 좀 어려웠다. 차단기를 지나 441번 산행로로 들어섰다. 수풀 사이로 난 트레일은 우선 한적해서 좋았고 피톤치드 넘치는 숲향기가 물씬 풍겼다. 444번 산행로로 갈아타고 멀트노마 크릭(Multnomah Creek)을 건넜다. 그리곤 오르막을 꾸준히 걸어 424번 오넌타 트레일(Oneonta Trail)을 만났다. 거기서 산 정상에 있는 주차장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주차장에서 가까운 쉐라드 포인트(Sherrard Point)에선 주변에 있는 고산들, 즉 마운트 후드(Mt. Hood)와 마운트 제퍼슨(Mt. Jefferson), 마운트 아담스(Mt. Adams) 외에도 멀리 떨어진 마운트 레이니어(Mt. Rainier), 마운트 세인트 헬렌스(Mt. St. Helens)도 한 눈에 보인다 했는데 아쉽게도 모두 구름 속에 숨어 버렸다. 한쪽 틈새로 컬럼비아 강의 풍경을 겨우 찍을 수 있었다. 주차장에선 다시 441번 산행로를 타고 내려와야 했다. 길이 편하고 거리가 짧아 그리 힘든 줄 모르고 산행을 끝냈다. 라치 마운틴은 전반적으로 산길이 너무나 평온하고 아름다워 매우 인상적이었다. 길을 가다가 무작정 찾아온 산에서 이런 풍경을 만나다니 난 운이 좋은 셈이다. 다음에 다시 오면 멀티노마 폭포에서 시작하는 왕복 14마일의 트레일을 걸으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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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곤(Oregon)을 가는 도중에 시애틀(Seattle)을 지나면서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잠시 마운트 레이니어(Mt. Rainier)에 들렀다. 레이니어는 해발 4,392m의 고산답게 멀리서 보아도 웅장하기 짝이 없다. 정상을 오르기 위한 등반 코스나 레이니어 산기슭을 둘레길처럼 한 바퀴 도는 원더랜드 트레일(Wonderland Trail) 외에도 당일 산행을 즐길 수 있는 트레일이 무척 많다. 레이니어 지역을 크게 네 군데로 구분한다. 북서 지역에 있는 카본 리버(Carbon River), 북동 지역인 선라이즈(Sunrise), 남쪽의 파라다이스(Paradise), 그리고 남서쪽 롱마이어(Longmire)가 이에 해당하는데, 그 각각이 그 지역의 산행 기점 역할을 수행한다.

 

차를 몰아 선라이즈로 향했다. 선라이즈 지역은 나로서도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산 위로 난 아스팔트 길을 따라 꽤나 오랜 시간을 운전해 선라이즈 포인트에 닿았다. 주위에 도열한 산세를 일견하기에 아주 좋은 위치였다. 레이니어 정상은 구름으로 완전히 가려있었고 사방이 연무가 낀 것처럼 시야가 그리 맑지 않았다. 분명 산불은 아닌데 이렇게 시야가 흐린 것은 아마도 뜨거웠던 여름과 오랜 가뭄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다시 차를 몰아 선라이즈 주차장에 도착했다. 애초부터 염두에 두었던 마운트 프리몬트 트레일(Mount Fremont Trail)을 걷기로 하고 산행 준비를 마쳤다.

 

이 산행은 마운트 프리몬트에 있는 전망대까지 오르는 것이었다. 이 전망대는 예전에 산불감시용 망루로 쓰였다고 한다. 주차장을 출발해 완만한 오르막 길을 따라 프로즌 호수(Frozen Lake)까지 올랐다. 먼저 올라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는 시선을 한 곳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뭔일인가 싶어 나도 그쪽으로 다가갔더니 흑곰 한 마리가 산기슭에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프로즌 호수에서 산길은 꾸준히 오르막이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지역이라 산길이 빤히 보였다. 해발 2,189m에 있는 프리몬트 전망대에 오르니 탁트인 전망이 펼쳐진다. 360도 파노라마 경치가 가슴을 뛰게 했지만 정작 레이니어 정상은 구름 속에 숨어 버려 끝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발길을 돌려 프로즌 호수로 하산했다. 올라왔던 길로 바로 내려갈까 하다가 예상보다 시간이 덜 걸린 관계로 퍼스트 버로스 마운틴(First Burroughs Mountain)까지 올라가기로 했다. 퍼스트 버로스에 오르면 레이니어 정상이 더 가깝지만 여기서도 레이니어 진면목은 볼 수가 없었다. 조금 더 발품을 팔면 세컨드 버로스지만 거기까진 가지 않기로 했다. 배낭도 없이 여기까지 올라오는 사람도 꽤 많았다. 퍼스트 버로스에서 글레이셔 전망대(Glacier Overlook)를 경유하여 섀도우 호수(Shadow Lake)로 내려섰다. 여기서 선라이즈 주차장은 금방이었다. 이렇게 한 바퀴를 돌아도 산행 거리는 7.3마일, 11.7km밖에 되지 않았다. 산행 시간은 네 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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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여행을 떠나 워싱턴 주로 들어섰다. 첫 산행지로 찾아간 곳은 마운트 아담스(Mt. Adams). 이 산은 마운트 레이니어(Mt. Rainier)에 이어 워싱턴 주에선 두 번째로 높은 해발 3,743m 높이를 가졌다. 우리는 마운트 아담스 정상을 오를 계획은 물론 아니었다. 일행 중에 연로한 분이 있어 그 분 컨디션에 맞춰 쉬운 트레일이라고 고른 것이 버드 크릭 메도우즈 루프 트레일(Bird Creek Meadows Loop Trail)이었다. 하지만 트라우트 레이크(Trout Lake)란 조그만 마을에서 커피 한 잔 마시기 위해 찾아간 카페에서 지금은 시즌이 일러 진입로가 차단되었을 것이란 말을 들었다. 걱정스런 마음으로 82번 임도를 따라 올랐다. 역시 카페 주인의 말이 맞았다. 아무도 없는 도로에 차단기만 덜렁 내려져 있었다.

 

원래 이 지역은 야카마(Yakama) 인디언 보호구에 속해 있기 때문에 야카마 부족이 관리를 한다. 보호구 안에 있는 캠핑장도 그들의 수익사업인 것이다. 애초 계획은 버드 호수(Bird Lake)에 차를 세우고 버드 크릭 메도우즈 루프 트레일을 한 바퀴 돌곤 헬로어링 전망대(Hellroaring Viewpoint)까지 다녀오려 했는데, 차를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되었었다. 잠시 고민하다 공터에 차를 세우고 차단기를 넘어 비포장도로를 따라 걸었다. 우리 목적지가 버드 호수로 바뀐 것이다. 차단기를 기점으로 치면 왕복 10km의 여정이었다. 가벼운 산행으론 그런대로 괜찮았다.

 

우리가 지나는 도로 양쪽으론 온통 죽은 나무들뿐이었다. 언제 산불이 났기에 이 많은 나무들을 모두 불태웠단 말인가. 하지만 땅바닥에선 푸릇푸릇 새 생명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특히 밴쿠버 지역에선 보기가 힘든 베어 그라스(Bear Grass)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이 지역에 베어 그라스가 있으리라곤 미처 생각도 못했다. 그 꽃을 보고 처음엔 어린 소나무가 자라는 것으로 알았다. 베어 그라스를 보니 공연히 마음이 들떴다. 다시 길을 나서 어렵지 않게 미러 호수(Mirror Lake)를 경유해 버드 호수에 닿았다. 호수에 비친 마운트 아담스의 모습은 버드 호수보단 미러 호수가 훨씬 뛰어났다. 차로 돌아오면서 잠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피로를 푸는 시간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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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Seattle)에 사는 지인의 초청으로 그의 집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 날은 마운트 사이를 함께 오르기로 했다. 이 산은 노스 벤드(North Bend)에 위치하고 있는데 시애틀에서 그리 멀지는 않았다. 차로 45분 달리니까 산행 기점에 도착할 수 있다. 이 지역에 살았던 스노퀄미(Snoqualmie) 원주민 부족 전설에서는 달의 한 조각이 떨어져 마운트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사이란 이름은 여기서 자영농으로 살았던 엉클 사이(Uncle Si)에서 얻었다. 산행 거리는 왕복 12.8km, 등반 고도는 960m이다. 마운트 사이의 정상은 해발 1,270m에 이른다.

 

산행을 시작하면 처음엔 지그재그 산길을 오른다. 꾸준히 고도를 높이다가 스내그 플랫(Snag Flat)을 지나면 경사가 가팔라진다. 사이의 정상을 이루는 가파른 바위를 현지인들은 헤이스택(Haystack)이라 부르는데, 그 아래 서면 시원한 파노라마 조망을 감상할 수 있다. 남쪽으로는 워싱턴 주의 최고봉인 마운트 레이니어(Mt. Rainier)가 손에 잡힐 듯 자리잡고 있었다. 여기서 정상을 오르는 길은 암벽 등반하듯이 조심스럽게 바위를 타야 한다. 행여 미끄러지면 수십 미터 추락은 면하기 어려울 듯 보였다. 정상에 오르면 사통팔달의 파노라마 풍경이 힘들게 정상에 오른 사람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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