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즈락 캠핑장에서 점심을 먹고 킹스 캐니언(Kings Canyon)으로 향했다. 차창으로 잠시 울룰루가 보이더니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작별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경황없이 헤어져 버린 셈이다. 도로 옆으론 광활한 목장이 펼쳐졌다. 자그마치 1억 에이커나 되는 목장이라 하는데, 솔직히 이 정도면 얼마나 큰 것인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얼마 더 가면 이보다 더 큰 목장도 있다고 했다. 헬기로 방목 중인 소떼를 관리한다고 하니 우리와는 스케일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중간에 버스를 잠시 세우고 언덕 위로 올랐다. 오래 전에 바다였던 지역이 호수로 변했다가 이제는 거의 말라붙은 현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반대편에는 전날 본 적이 있던 마운트 코너(Mt. Conner)가 눈에 띄었다. 개인이 소유한 목장 안에 자리잡고 있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한단다.

 

킹스 캐니언을 30여 분 남겨 놓고 길 옆에 차를 세우더니 가이드가 캠프파이어에 쓸 나무를 구해오라고 했다. 최소한 자기 팔목보다 굵은 나무를 구해오라는 단서도 붙였다. 나무로 캠프파이어를 만들고 그 주위에서 잠을 청하는 부시 캠핑을 하기 위해서다. 전원이 숲으로 들어가 고목이나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 차에 실었다. 킹스 크릭 스테이션(Kings Creek Station)에 도착했다. 가이드는 불부터 피우기 시작한다. 우리는 석양이 지기 시작한 하늘을 바라보며 나무가 숯으로 변하길 기다렸다. 가이드가 그걸 이용해 요리를 만들 예정이기 때문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무엇을 만드나 궁금했는데, 파스타에 감자 조림, 그리고 빵이 곁들여 나왔다. 반죽을 해온 빵도 숯불에 직접 구웠다. 가이드의 정성에 비해 음식 맛은 그저 그랬다. 스웨그 캠핑을 준비하고 9시경에 취침에 들어갔다.







모래 언덕 위로 올라 바다가 호수로 변했다는 지역을 내려다보았다. 그 반대편으론 마운트 코너가 시야에 들어왔다.



다들 버스에서 내려 숲 속에서 캠프파이어로 쓸 나무를 구해야 했다.



킹스 캐니언에 있는 킹스 크릭 스테이션에 도착했다. 캠핑장 입구에 있는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불이 넘었다.




캠핑장에서 캠핑을 준비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구름이 가득했던 하늘에 석양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가이드가 숯불을 사용해 만든 음식. 낭만은 많았지만 맛은 좀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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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8.07.19 21: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굉장히 재밌네요~ 캠프파이어 할 나무를 직접 가지고오라고 하는 것이! 그나저나 가이드가 열심히 저녁을 준비한 거 같은데 맛이 그럭저럭이었다니 안타깝네요~ :)

    • 보리올 2018.07.20 21: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나무가 흔한 곳이 아닌지라 장작을 살 수가 없어서 그럴 게다. 그래도 숲 속엔 부러진 나뭇가지나 잡목이 좀 있더라. 가이드 혼자 줍기는 힘들겠지.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걷다 보면 조수에 대해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트레일 상에서 해안으로 내려설지, 아니면 내륙으로 들어설지를 결정하라는 표지판(Decision Point)을 자주 만난다. 해안이나 내륙으로 가는 것이 모두 가능하지만 해안으로 내려설 때는 조수나 파도를 살펴보고 결정하라는 의미도 있고, 해안을 걷는 것이 너무 위험하니 내륙으로 돌아가라는 경고도 있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 상에 있는 몇 군데는 바닷물이 들어오면 건널 수가 없기 때문에 조수표 지참은 필수다. 행여 그런 상황을 맞으면 물이 빠지기를 마냥 기다려야 한다. 문라이트 헤드(Moonlight Head)를 기점으로 조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아폴로 베이와 포트 캠벨 지역을 구분해 조수표를 따로 챙기는 것이 좋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해가 떠올랐다. 애초 계획은 라이언스 덴까지 가서 하루를 끊을 생각이었으나 캠핑장을 구하지 못 한 관계로 부득이 그 다음에 있는 데블스 키친(Devil’s Kitchen)까지 가야만 했다. 목장 지역으로 들어서 꾸준히 오르막을 걷는다. 오르내림도 꽤 심했다. 목장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도로를 걸어야 했다. 하이더스 액세스(Hiders Access)와 밀라네시아 트랙(Milanesia Track)이란 비포장도로가 나타난 것이다. 듬성듬성 민가가 보이고 가끔은 자동차가 불쑥 나타나기도 했다. 이 지역이 그레이트 오션 워크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해발 300m를 기록했다.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트레일 엔젤(Trail Angel)을 만났다. 목마른 하이커를 위해 커다란 물통에 식수를 담아 길가에 내놓은 것이다.

 

가끔 뱀을 조심하라는 경고판도 볼 수가 있었다. 머릿속에 이미 위험한 존재라 각인이 되어 발걸음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며 걸었다. 햇볕이 따뜻한 날이면 몸을 말리기 위해 산길로 나오는 녀석들이 많다. 사람이 나타나면 뱀이 먼저 자리를 피하는 경우가 많고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는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에 들어선지 처음 3일 동안은 전혀 뱀을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라이언스 덴으로 가던 4일차엔 뱀을 세 마리나 보았다. 죽은 사체까지 치면 네 마리였다. 이 지역이 뱀이 많은 곳임이 분명했다. 햇볕을 쬐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던 녀석을 내가 먼저 발견해 위험을 피할 수 있었고, 내 앞을 지나치던 두 마리는 내 존재를 눈치채곤 재빨리 숲으로 도망을 쳤다.

 

밀라네시아 비치를 지나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르내림에 좀 지친 상태로 라이언스 덴 캠핑장에 도착했다. 오전에만 14km를 걸은 것이다. 캠핑장 쉘터에서 점심을 먹었다. 여기서 데블스 키친까지는 아직 13km가 남았다. 따가운 햇살에 지치기도 했지만 지형도 꽤나 험난한 편이었다. 게이블스 전망대(Gables Lookout)를 잠시 들렀다가 게이블스 주차장으로 나왔다. 규모가 큰 목장이 하나 나타났고, 목장을 둘러싼 철조망을 따라 다시 숲 속으로 들어섰다. 난파선 두 척의 잔재가 남아있다는 렉 비치(Wreck Beach)로 내려설까 했지만 조수가 높아 그냥 숲길을 택했다. 해가 질 무렵에 데블스 키친 캠핑장에 도착했다. 텐트 두 동이 설치되어 있었다. 바로 텐트를 치고 식사 준비를 했다. 27km 거리를 9시간에 걸었던 고단한 하루가 이렇게 저물었다.



해 뜨기 전의 조한나 비치 바다 풍경


조한나 전망대에 올라 엷은 안개가 끼어 희미하게 보이는 남대양을 내려다 보았다.



울타리를 넘어 목장으로 들어섰다. 구릉에 조성된 초지가 아름다웠다.


비포장도로인 밀라네시아 트랙을 걸었다.


밀라네시아 트랙 끝나는 지점에서 트레일 엔젤이 놓아둔 식수통을 발견했다.


밀라네시아 비치를 잠시 걷곤 다시 육지로 올라섰다.



가끔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벼랑을 따라 걸었다.



라이언스 덴에 이르기 직전에 뱀 세 마리를 연달아 만날 수 있었다.


라이언스 덴에서 지나온 해안을 둘러 보았다.


문라이트 헤드를 기점으로 조수가 달라 별도의 조수표가 필요하다고 한다.


게이블스 주차장과 목장을 지나 숲길로 들어섰다.


흙으로 돌아가는 그라스 트리의 밑동에 이끼가 자라고 있었다.


데블스 키친이 그리 멀지 않은 지점에서 또 부트 하이진 클리닝 스테이션을 지났다.


데블스 키친 캠핑장


캠핑장 뒤쪽에 있는 날망에서 석양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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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10.21 11: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제가 상상했던 그런 조그만 뱀이 아니라 꽤나 길고 굵은 뱀이네요! 곰과는 또 다른 위압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날씨는 화창했고 기온도 선선해 출발이 순조로웠다. 길가에 파이어위드(Fireweed)가 꽃을 피워 가을 분위기를 풍겼다. 샹페를 벗어나 얼마간은 숲길을 걸었기 때문에 조망이 트이진 않았다. 산속에 숨어있는 집들을 지나치며 꾸준히 고도를 올렸다. 길에서 만난 영국 중년부부는 14, 16살의 두 딸을 데리고 뚜르 드 몽블랑 종주를 하고 있었다. 캠핑을 하면서 열흘에 걸쳐 전구간을 걷고 있다고 했다. 네 식구 각각의 배낭 크기가 엄청났는데, 그 가운데 유일한 남자인 가장의 배낭 무게는 장난이 아니었다. 이런 용감한 가족의 백패킹이 무척 부러웠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시야가 점점 트이기 시작했다. 산기슭을 돌아섰더니 해발 1,987m의 보빈 알파즈(Alpage de Bovine)가 나왔다. 여름철에 소나 양을 키우던 목장인데, 요즘엔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을 상대로 맥주나 커피, 블루베리 타트를 팔아 재미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보빈 알파즈에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 맥주 한 병을 시켜 놓고 즐기는 조망이 아주 훌륭했다. 솔직히 뚜르 드 몽블랑의 풍경은 스위스가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조망은 그렇지 않았다. 바로 아래론 론 계곡(Vallee du Rhône)이 자리잡고 있었고, 저 멀리엔 베른 알프스(Bernese Oberland)에 속하는 산군이 그 옹골참을 뽐내며 우리를 맞았다. 여기서 마터호른(Matterhorn, 4478m)도 보인다 하는데 내 육안으론 식별이 어려웠다. 해발 1,527m에 있는 포르클라 고개(Col de la Forclaz)에서 다시 한 번 쉬었다. 차량이 다니는 휴게소라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서 우리가 묵을 트리앙 마을이 바로 아래에 보였지만 꽤 경사가 급한 길을 조심스레 내려서야 했다. 마을 가운데 분홍색 칠을 한 교회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샹페를 벗어난 산길에 파이어위드가 분홍색 꽃을 피운 채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산속 깊은 곳에 사람 사는 집들이 가끔 나타나곤 했다.

 

 

초반엔 완만한 숲길을 따라 꾸준히 올라야 했다. 영국에서 왔다는 한 가족이 커다란 배낭을 메고 우리 앞을 걷고 있었다.

 

 

 

 

 

 

 

 

고도를 올리자 시야가 탁 트이며 주위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산 아래엔 론 계곡이 지나고 있다.

 

 

 

조망이 아주 훌륭했던 보빈 알파즈에서 맥주 한 잔 하는 여유도 부렸다.

 

 

차량 통행이 많은 포르클라 고개는 커다란 식당도 있어 휴게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포르클라 고개에서 트리앙 마을로 내려서고 있다.

 

 

트리앙은 인구 200명을 가진 조그만 산골 마을이지만 뚜르 드 몽블랑 덕분에 여기서 하룻밤을 묵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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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분 도 2016.12.03 17: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귀중한 산행정보 잘 보았습니다.

  2. justin 2016.12.07 14: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득 든 생각인데 저희 가족이 백패킹으로 산에 들어가서 1박 2일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