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르 드 몽블랑 마지막 구간을 걷는 날이 밝았다. 라 풀리 마을로 전세버스를 불러 산행을 시작하는 트리앙(Trient)으로 이동했다. 산악 지형을 에둘러가는 도로라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트리앙에도 캠핑장이 하나 있긴 하지만 시설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고 부식을 살 수 있는 슈퍼마켓도 없어 라 풀리에서 묵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에서 내려 바로 산행 준비를 했다. 가장 높은 지점인 발므 고개(Col de Balme, 2191m)까지는 세 시간 가량 올라야 한다. 한 시간은 마을을 가로지르고 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걸었다. 숲이 햇볕을 가려주어 좋기도 했지만 조망이 트이지 않아 좀 갑갑했다. 숲을 벗어나면서 사방으로 시원한 산악 풍경이 펼쳐졌다. 지그재그로 난 산길을 걸으며 뚜르 드 몽블랑의 풍경을 마음껏 눈에 담았다. 언제 또 올까 싶었다.

 

저 멀리 하늘과 맞닿은 곳에 발므 고개에 있었고, 그 언덕에 자리잡은 발므 산장이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 봐도 제법 운치가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을 쌓아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선이 지나는 발므 고개에 올랐다. 국경에 세워진 비석에는 스위스와 프랑스를 표시하는 S F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 뒤로 몽블랑과 에귀디드루(Aigiille du Dru)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 아래론 샤모니도 눈에 띄었다. 조만간 몽블랑 둘레길의 대단원이 막을 내린다고 생각하니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에 아쉬움이 남았다. 발므 고개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하산을 시작했다. 중간 지점에 있는 미드 스테이션에서 쉬면서 점심을 해결했다. 곤돌라에 산악자전거를 싣고 온 젊은이들이 꽤 많았다. 다시 하산에 나서 산 아래 마을인 뚜르(La Tour)로 내려섰다. 서로 손바닥을 마주치며 무사히 트레킹 마친 것을 자축했다.

 

트리앙 마을을 벗어나면서 뚜르 드 몽블랑 안내 지도를 살펴보았다.

 

 

트리앙을 벗어나 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한 시간 가량 걸어 올랐다.

 

 

 

 

 

 

 

 

탁 트인 산악 풍경을 즐기며 발므 고개로 오르는 지그재그 길을 걸었다.

 

 

발므 고개에 자리잡은 산장이 자연에 동화된 듯 눈에 거슬리지 않았다.

 

 

 

 

 

 

스위스와 프랑스의 국경에 해당하는 발므 고개에서 뚜르 드 몽블랑과 작별을 했다.

 

발므 고개에서 미드 스테이션으로 내려서는 하산길이 무척 여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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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스위스 알프스 산군을 걷는다. 해발 1,600m 높이에 있는 라 풀리(La Fouly)를 출발해 샹페(Champex)에 이르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형 자체가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비해 순한 편이었고, 하루 종일 페레 계곡(Val Ferret)을 따라 내리막을 걷다가 마지막에만 고도를 높이면 됐다. 계곡을 따라 형성된 아름다운 스위스 산골 마을 몇 개를 가로지르며 알프스 산록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잠시 훔쳐볼 수 있었다. 특히 프라 드 포르(Praz-de-Fort)는 다른 마을에 비해 규모도 컸지만 가옥을 예쁘게 꾸며놓아 지나는 길손을 즐겁게 했다. 겨울철 땔감으로 쓸 장작도 처마 아래 층층이 쌓아 놓았다. 한데 여기도 주민들이 도시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제법 눈에 띄었다. 주로 처마나 창문에 놓인 꽃바구니를 통해 사람들의 거주 여부를 추정할 수 있었다.

 

계곡을 벗어나면서 샹페로 향하는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거의 두 시간 가까이 올랐던 것 같다. 중턱에서 잠시 숨을 돌리는데 산 아래에 있는 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인구 3,200명을 가진 오르지에르(Orsieres)가 분명했다. 알프스 산중에선 대도시에 해당하는 마을이었다. 오후 3시에 샹페에 도착했다. 커다란 호수가 있는 샹페는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호수가 많지 않은 알프스에, 그것도 해발 1,466m의 고지에 이런 호수가 있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수면에 반사된 봉우리들은 몽블랑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에겐 일종의 보너스였다. 호텔 체크인이 오후 4시라 아무 레스토랑이나 들어가 맥주 한 잔을 시켰다. 숙소는 게스트하우스처럼 여러 명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감기 기운이 가시지 않아 침대에 누워 좀 쉬었다. 기침도 잦아져 목이 점점 아파왔다.

 

아침에 날씨를 체크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구름이 많긴 했지만 비는 내리지 않을 것 같았다.

 

 

페레 계곡을 따라 줄곧 내리막 길을 걸었다. 계곡 건너로 보이는 스위스 산골 마을이 아름답게 다가왔다.

 

예상치 못한 침엽수 터널이 나타났다. 인공으로 조림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산길을 내려와 샹통(Chanton) 마을을 지나면서 스위스 산골 마을 구경에 나섰다.

 

 

 

집들이 하나같이 아름다웠던 프라 드 포르 마을. 앞마당을 각종 조각품과 꽃으로 장식한 집도 있었다.

 

 

 

프라 드 포르 아래에 있는 인구 90명의 이세르(Issert) 마을 한가운데로 포장도로가 지나갔다.

 

 

이세르 마을을 지나면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산길에 나무를 깎아 만든 동물 조각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20세기 초부터 휴양지로 개발된 샹페 마을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샹페 호수가 있어 리틀 캐나다로도 불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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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파라다이스블로그 2016.12.01 17: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부러 꾸민 것 같지 않음에도 아기자기한 길목이 무척이나 걷고싶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 나무가 뿜어내는 좋은 공기를 마시며 걷는 기분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집니다 ^^

    • 보리올 2016.12.02 10: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산길이야 오래 전에 어떤 목적으로 사람이 만들었겠지만 인공적인 요소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 흔한 계단도 없다는 것에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릅니다.

  2. 분도 2016.12.03 19: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 고맙습니다.

  3. justin 2016.12.05 15: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꾸 느끼는 거지만 유럽 사람들은 꽃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집집마다 이쁘게 가꾸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요!

    • 보리올 2016.12.06 08: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름다운 꽃을 좋아하는 것은 모든 인류의 공통점일 게다. 유럽 사람들이 일찍부터 생활에 여유가 있어 꽃으로 치장하는 버릇이 사회적 관습이 되었을 것이고. 몽블랑 주변의 산골 마을도 에외는 아니더라.

 

알프스 산군 가운데 몽블랑 둘레를 도는 뚜르 드 몽블랑은 경치가 뛰어난 곳이다. 날카롭게 하늘로 치솟은 봉우리와 깊게 패인 계곡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고, 산자락에 펼쳐진 푸른 초원 사이로 이리저리 에둘러 가는 산길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트레킹 도중에 만나는 산장도 이 몽블랑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잠자리와 식사 등 많은 편의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 산자락에 너무 많은 케이블카와 곤돌라, 산악철도를 부설해 놓았다. 산속 깊은 곳까지 사람이 살아가는 흔적이 있고, 푸른 초원엔 소와 양이 배설한 오물이 지천이었다. 캐나다 로키에선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의외로 많았다.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지 않은 배경엔 이런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 인간들이 저지른 자연 파괴 현장을 많이 보게 되어 입맛이 좀 씁쓸했다. 그럼에도 뚜르 드 몽블랑은 아름다운 풍경을 지니고 있었고 절로 벌어지는 입을 도무지 닫을 수가 없었다.

 

차를 타고 콩타민(Contamines)으로 이동해 노틀담 성당(Norte Dame de la Gorge)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몽블랑의 남서부를 도는 일정인데 아쉽게도 하루 종일 몽블랑을 볼 수는 없었다. 처음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나타났다. 이 구간은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로만 로드(Roman Road)라고 했다. 발므(Balme) 산장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초원에서 풀을 뜯는 소떼가 나타나 전형적인 알프스 풍경을 보여줬다. 본옴므 고개(Col du Bonhomme, 2,329m)까진 꽤 길게 올라야 했다. 출발점이 해발 1,210m였으니 벌써 고도를 1,000m 이상 올린 것이다. 하지만 우린 거기서 다시 고도를 올려 본옴므 십자가 고개(Col de la Croix du Bonhomme, 2479m)까지 내처 올랐다. 십자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돌로 쌓은 탑 하나만 덜렁 놓여 있었다. 그것도 조만간 무너질 듯 위태롭게 보였다. 해발 2,443m에 위치한 본옴므 산장은 바로 그 너머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 위치가 아름다운 경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라 진짜 산장에서 묵는 기분이 들었다.

 

콩타민에 자리잡은 노틀담 성당을 둘러보고 산행에 나섰다.

 

 

 

초원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알프스 산악 풍경을 만끽하곤 발므 산장에 도착했다.

여기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본옴므 고개로 오르기 시작했다.

 

 

초원의 푸르름 외에도 여기저기 이름 모를 야생화가 피어 있어 눈을 즐겁게 했다.

 

 

 

드디어 본옴므 고개에 올랐다. 여기서 바라보는 풍경도 장관이었다.

 

 

 

본옴므 고개에서 본옴므 십자가 고개까진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지만 줄곧 바위 구간을 걷는 탓에

고산에 오른 느낌을 주었다.

 

본옴므 십자가 고개엔 쓰러질 듯 보이는 돌탑 하나와 시원한 파노라마 조망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산기슭에 그림처럼 자리잡은 본옴므 산장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내려섰다.

 

 

 

 

본옴므 산장에서 창문을 열고 바라본 풍경에 넋을 잃을 뻔했다.

서둘러 밖으로 나와 저녁을 먹으러 나온 아이벡스 무리를 만났다.

 

 

 

산장에서 저녁으로 소고기 스튜와 조로 만든 죽이 나왔다. 양이 좀 적어 아쉬웠지만 맛은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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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치앤치즈 2016.10.28 01: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으로 볼 땐 완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 것 같은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도 인간이 남긴 좋지못한 흔적들이 있다니 참 안타깝습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서 국가에서 관리하면 훨씬 더 나은 모습을 간직할 수 잇을 것 같은데, 그렇게 안한다니 그것도 좀 안타깝고요.
    그나저나 저 산장에선 고기를 먹지 않는 저같은 사람은 죽만 먹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네요.^^

    • 보리올 2016.10.28 04: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알프스 도처에 사람의 흔적이 너무 많습니다. 18세기 말부터 시작된 등반, 휴양, 관광 때문에 유럽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 탓이지요 거꾸로 되돌리긴 어렵지만 앞으로라도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더군요.

  2. justin 2016.11.05 19: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이외네요~ 유럽이라 자연 보호가 뛰어날 줄 알았는데 관광 명소여서 영락없이 인간의 손때가 탔네요. 그래도 본옴므 산장 경관은 장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