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제네바(Geneva) 국제공항에 도착해 공항에서 멀지 않은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있어 이동은 무척 편했다. 호텔에 이른 체크인을 한 뒤 짐을 풀고는 프론트에서 대중교통 무료 승차권을 발급받아 밖으로 나섰다. 이 무료 승차권 제도 덕분에 제네바 인상이 많이 좋아진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트램을 타고 도심에 있는 코르나뱅 역(Gare de Cornavin)에서 내렸다. 역사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제네바 도심을 간단히 둘러보았다.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지만 몇 번 다녀간 적이 있어 그리 낯설지가 않았고 솔직히 호기심도 많지 않았다. 점심을 해결하러 역 안에 있는 베이글을 파는 가게에 들어가 연어가 들어간 베이글을 시켰더니 이것도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내가 물가가 비싼 제네바에 있다는 것을 바로 실감할 수 있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지난 번에 시간이 없어 그냥 지나친 보태닉 가든(Jardin Botaniques)을 다녀오자고 다시 트램을 탔다. 내가 본래 자연에 드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어느 도시를 가던 이런 보태닉 가든을 찾는 경우가 많다. 1817년에 설립되었다는 오랜 역사에 비해선 규모가 그리 크진 않았다. 그래도 전세계에서 14,000종이 넘는 식물을 모아 가꾸고 있었다. 푸르름이 가득한 정원을 거닐며 도심 속에서 마치 산 속을 거니는 느낌이 들었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꽃이나 나무에 시선을 주며 여유롭게 걸었다. 연못에 핀 수련이 유난히 시선을 끌었다. 모처럼 꽃을 피운 선인장도 눈에 들어왔다. 한 바퀴를 돌아보곤 제네바 호수 쪽으로 난 출구로 빠져나왔다. 이런 정원에 오면 나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보면 난 영락없는 자연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사람들로 무척이나 붐볐던 제네바 국제공항

 

 

제네바 국제공항에서 멀지 않은 NH 호텔은 시설이 무척이나 깨끗했다.

 

트램을 타고 코르나뱅 역으로 향했다.

 

 

코르나뱅 역사 주변에서 눈에 띈 도심 풍경

 

 

 

 

 

 

 

 

 

 

 

 

제네바의 보태닉 가든을 여유롭게 거닐며 도심에 조성된 정원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할 수 있었다.

 

제네바의 참전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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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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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아일랜드는 굉장히 큰 섬이다. 그 크기가 우리 남한의 1/3에 이르고 남북으로의 길이가 460km나 되니 이것이 과연 섬인가 싶다. 세계에서 43번째로, 캐나다에선 11번째로 크다고 한다. 이 섬 안에 해발 2,000m가 넘는 고봉이 무려 13개가 된다. 그 중심에 스트라스코나 주립공원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도 스트라스코나에서 산행지를 찾으려 한 것이다. 스트라스코나 주립공원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단연 버틀 호수(Buttle Lake)와 포비든 플래토(Forbidden Plateau) 지역이다. 첫 산행지론 버틀 호수 남단에 있는 필립스 리지 트레일(Phillips Ridge Trail)을 골랐다. 우리 일행 중에는 나이가 팔순에 이른 노익장도 있어 길이 험하거나 코스가 긴 트레일은 무리라는 판단에서 나름 신중하게 고른 것이었다. 등반고도 800m가 좀 높다 싶었지만 산행 거리는 왕복 12km로 길지 않아 망설임이 별로 없었다.

 

공원에서 배포하는 안내서에는 이 코스를 걷는데 왕복 8시간이 소요된다고 해서 속으로 설마 했다. 아무리 가파르다고 해도 12km 거리에 어떻게 8시간이나 걸리나 싶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산길을 지그재그로 만들어놓아 경사가 가파르긴 해도 그리 힘이 들진 않았다. 그래도 무척이나 지루했다. 가도가도 끝이 나오질 않고 시원한 조망조차 트이질 않았다. 결국 우리 목적지인 필립스 리지까지도 오르지 못하고 아니카 호수(Arnica Lake) 뒤편에 있는 캠핑장에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베이글로 허기를 때우곤 아쉽지만 하산을 서둘렀다. 필립스 리지에 오르면 해발 2,200m에 이르는 밴쿠버 아일랜드 최고봉, 골든 힌데(Golden Hinde)가 보인다고 해서 잔뜩 기대를 품고 왔는데 말이다. 산을 내려오면서 왕복 12km라는 공원측 거리 정보가 아무래도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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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트레일은 클루어니 국립공원에서 꽤 유명한 모양이었다. 우선 자기 체력에 맞추어 킹스 쓰론 서크(King’s Throne Cirque)까지만 가도 되고, 체력에 문제가 없으면 킹스 쓰론 서미트(King’s Throne Summit)에 올라도 좋다. 어느 곳이라도 그 위에서 보는 캐슬린 호수의 모습과 탁 트인 조망이 이름답다 소문이 났다. 산행 기점은 우리가 묵었던 캐슬린 호수 쉘터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코튼우드(Cottonwood) 트레일도 여기서 출발한다. 점심으로 베이글과 계란, 에너지 바를 배낭에 넣고 산행에 나섰다.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해 곧 비를 쏟을 것 같은 날씨였다. 일단 킹스 쓰론 서크까지 올라가 거기서 킹스 쓰론 서미트를 갈 것인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처음엔 캐슬린 호수를 따라 옛 마차길을 걸었다. 중간에 갈림길 두 개가 나오는데 모두 왼쪽을 택하면 된다. 산길엔 가을색이 완연했다. 밴쿠버에서는 이런 가을색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유콘의 가을은 완연히 달랐다. 코튼우드(Cottonwood)도 노란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중이었다. 조금 더 고도를 높이자 숲에서 벗어나면서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했다. 바위가 잘게 쪼개진 낙석지대가 나타난 것이다. 지그재그로 난 길은 미끄러웠고 샛길도 많았다.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그리 굵지 않아 맞을만 했다. 캐슬린 호수가 우리 눈 앞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이렇게 시원한 풍경이 펼쳐지는데 날씨가 궂은 것이 좀 아쉬웠다. 배낭 커버를 씌우고 자켓을 꺼내 입었다.

 

킹스 쓰론 서크에 도착했다. 해발 고도는 1,442m. 여기까진 등반고도 548m에 왕복 10km, 4시간 정도 걸린다. 보통 서크라 하면 산으로 둘러싸인 원형 분지를 일컫는데, 이곳 산중턱에 있는 원형 분지가 왕이 앉는 의자같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캐슬린 호수의 풍경도 이름다웠다. 킹스 쓰론 써미트도 그리 험봉은 아니었다. 캐나다 로키나 밴쿠버 산에 비해 산세가 그리 위압적이지 않아 별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서미트까지 오르지 않기로 했다. 빗길에 왕복 6km의 리지 등반을 해야 하고, 구름 속에 갇혀 있는 정상에 올라가도 파노라마 풍경을 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비가 그칠 기미가 없어 하산을 재촉했다. 비록 가을비가 내리긴 했지만 붉게, 노랗게 물든 가을 산색에 기분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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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식전당포 2014.02.27 02: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익하게 얻어 갑니다~^^

  2. 설록차 2014.03.04 13: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의 독점이네요...환희에 찬 남자와 개고생인 불쌍한 멍멍이를 빼면요...
    단풍이 높은 곳에서부터 내려오나 봅니다...멋~진 풍경, 멋~진 사진이에요...^^*

    • 보리올 2014.03.04 13: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리 외에는 산길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캐슬린 호숫가에 텐트를 쳤던 저 젊은이 외에는 말이죠. 그런데 저 강아지 표정이 매우 밝았었습니다. 주인보다 산에 오르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더군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 고생은 아니지요. 다음엔 강아지 표정까지 잡아 보아야겠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