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워크'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7.01.30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WCT) ⑤ (2)
  2. 2017.01.24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WCT) ③ (2)
  3. 2016.09.22 [밴쿠버 아일랜드] 빅토리아 ④ (4)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하는 오늘 구간은 이 트레일의 백미에 해당한다. 나름 기대를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하지만 어제부터 시작된 비가 오늘 그 피크를 이뤘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비를 맞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날씨가 좋지 않았다. 처음엔 해안을 걷다가 41km 지점 표식이 있는 곳에서 숲으로 들어서 데어 포인트(Dare Point)까지 걸었다. 가끔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포인트가 나왔으나 비 내리는 바다는 좀 칙칙했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37km 지점에서 다시 해변으로 나와 치와트 강(Cheewhat River)까지 걸었다. 바위 위에 한 무리의 가마우지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대책 없이 비를 맞는 모습이 안쓰러웠지만 그게 자연스러운 모습이니 어쩌랴. 치와트 강은 서스펜션 브리지로 건넜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졌다. 클로오즈(Clo-oose)까지는 숲길이 계속되었다. 여긴 과거 백인 정착민이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지만 현재는 인디언 보호구로 지정된 곳이라 그 안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오리엔테이션 때 경고를 받았던 곳이었다. 하지만 굵은 빗방울을 피해 잠시 쉴 곳을 찾다가 폐허가 된 집을 발견했다. 집기가 엉망으로 흩어져 있었다. 문도 떨어져 나가 흉가 같았지만 이 안에서 하루 묵고 갈까 했는데 아들은 썩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기왕 젖은 김에 좀 더 가기로 했다. 클로오즈를 지나면 높지 않은 절벽 위로 오른다. 바다를 바라보는 경치가 좋다고 하는 곳인데 빗줄기에 그냥 지나쳐야 했다. 곧 트레일을 정비하는 현장이 나왔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너댓 명이 팀을 이뤄 보드워크를 새로 깔고 있었다. 30km 지점엔 디티다트(Ditidaht) 원주민 부족이 운영하는 숙소가 있었는데, 천막으로 임시 캐빈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하루 90불인가를 달라고 해서 그냥 나와 버렸다.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니티나트 내로우즈(Nitinat Narrows)에 있는 휴게소에 도착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이라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음식과 맥주도 팔고 보트로 강을 건네주기도 한다. 연어 스테이크를 시키고 맥주 한 캔씩 했다. 난롯가에 앉아 옷도 말렸다. 보트를 타고 강을 건넜다.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었고 숲길을 걸었다. 간간이 조망이 트이는 곳이 나왔지만 역시 빗줄기에 경치가 가렸다. 29km 지점 표식이 있는 곳에서 해변으로 나와 수지아트 폭포(Tsusiat Falls)로 향했다. 수지아트 포인트의 바위 아래로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어 그 속을 통과했다. 하루 종일 비를 맞아 컨디션도 많이 떨어지고 기분도 울적해 수지아트 폭포까진 가지 않았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에서 가장 붐빈다는 수지아트 폭포에서 캠핑하는 것을 포기하고 30분 거리에 있는 개울 옆에 호젓하게 텐트를 쳤다. 우리 텐트만 달랑 하나였다. 텐트에서 취사를 하고 환기를 위해 텐트 문을 열었더니 그 사이 비도 그치고 하늘엔 노을이 좀 보였다. 내일은 날씨가 좋아질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 좀 풀렸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새로운 하루를 시작했다. 트레일은 전에 비해 많이 편해졌다.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다양한 형태로 침식된 바위를 만날 수 있었다.

 

해안에서 숲으로 드는 지점엔 어김없이 나무에 부표가 매달려 있어 그 위치를 알려줬다.

 

 

 

꽤나 운치가 있어 보이는 숲길도 빗줄기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 못 하고 지나쳐야 했다.

 

 

트레일에서 멀지 않은 곳에 귀신이 나올 법한 폐가가 한 채 있었다. 비를 피해 안으로 들어가 잠시 휴식을 취했다.

 

원주민들도 포함된 트레일 정비팀이 오래된 보드워크를 들어내고 새로 보드워크를 깔고 있었다.

 

 

 

니티나트 내로우즈에 있는 휴게소에서 난로를 쬐며 옷을 말리곤 다시 빗속으로들어가 강을 건넜다.

 

수지아트 포인트에는 바위 아래 뚫린 공간이 있어 사진 배경으로 아주 좋았다.

 

 

칙칙한 바다에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거센 파도도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존재였다.

 

오랜 기간 파도에 의해 침식된 절벽에 자연이 묘한 그림을 그려 놓았다.

 

 

하루 묵으려 했던 캠프 사이트까진 가지 못 하고 개울 옆에 홀로 텐트를 쳤다.

서쪽 하늘에 나타난 한 줌의 노을로 날씨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를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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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02.17 11: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를 아주 시원하게 맞은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해안가를 걷다가 밀물이 차올라 파도로부터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야하는 스릴도 즐길 수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해가 지기전에 날씨가 개는 것을 보고 아주 기쁜 마음으로 잠을 청했던 것도 떠오르네요!

 

오늘 구간도 대부분 숲길을 걷기 때문에 까다롭기는 하지만 거리가 그리 길지 않았다. 아침에 일부러 늦장을 부리며 텐트를 말린 후에야 트레일로 들어섰다. 쓰나미가 발생하는 경우 대피로를 알리는 화살표와 집결 장소를 알리는 표식이 가끔 눈에 띄었다. 불의 고리란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하는 까닭에 쓰나미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들어왔단 의미였다. 나무를 길게 반으로 잘라 길을 만들었다. 미끄러지지 말라고 그 위에 철망을 씌워 놓았다. 물웅덩이가 많은 구간은 사람들이 대개 옆으로 우회하면서 식생을 짓밟는데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였다. 오늘 구간도 속도가 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길은 대부분 진흙탕이었고 사다리도 계속해 나왔다. 컬라이트 크릭(Cullite Creek)에선 케이블 카로 계곡을 건너고, 로간 크릭(Logan Creek)은 서스펜션 브리지로 건넜다. 바다로 흘러 드는 계곡 하나를 건너기 위해 사다리 몇 개를 내려섰다가 계곡을 지나면 다시 사다리로 한참을 올라야 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게 은근히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로간 크릭에서 월브랜 크릭(Walbran Creek)까지도 진흙탕이 많았지만 그리 힘들진 않았다. 어떤 구간은 보드워크를 새로 정비해 놓아 걷기가 편했다. 세월이 오래된 보드워크는 그 위에 살짝 이끼가 끼거나 한쪽이 허물어져 경사가 진 경우가 많다. 행여 이슬이 맺히거나 비가 내리면 여기서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에서 가장 사고가 많아 악명이 높다. 발목을 다치거나 골절상으로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사람도 나온다. 우리 발걸음도 더욱 신중해졌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에서 사고가 나면 일단 무전이 가능한 곳으로 가야 한다. 먹통이 되는 휴대폰은 아무 소용이 없다. 등대나 원주민 부락, 트레일 정비요원을 찾아 가거나 사람을 보내 국립공원 측에 연락을 해야 구조를 기다릴 수 있다. 53km 지점 표식을 지나고 케이블 카로 계곡을 건넌 뒤에야 월브랜 크릭 캠프 사이트에 도착했다. 모두 9km를 걷는데 무려 여섯 시간 가까이 걸렸다. 이제 까다로운 구간도 끝이 났으니 마음의 여유를 찾아 웨스트 코스트의 비경을 감상할 차례다.

 

캠프 사이트를 둘러싼 나무엔 형형색색의 부표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일종의 장식이었다. 부표에 글씨까지 새긴 것을 봐선 여길 다녀간 하이커들이 기념으로 매달아 놓은 것 같았다. 일단 하룻밤 묵을 집을 만들어놓곤 나머지 오후 시간은 빈둥빈둥 망중한을 즐겼다. 일반적으로 여기 사람들은 하루 일정을 우리보다 짧게 잡고 이런 여유 시간을 많이 갖는다. 우리도 그들처럼 빈둥거리며 여유를 부려보려고 해도 실상 쉽지는 않다. 부목에 앉아 멍하니 바다를 지켜 보았다. 아들은 부목 위에 누워 낮잠을 청한다. 밀물이 들어오는 시각이라 갈매기들이 강 하구에 자리를 잡곤 물고기 사냥으로 배를 채우고 있었다. 해변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바다에선 고래 한 마리가 나타나 수면 위로 물줄기를 뿜는다. 참으로 한가로운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에서 또 하루가 이렇게 흘러갔다.

 

캠퍼 베이를 출발해 다시 숲길로 들어섰다. 연이어 나타나는 사다리가 좀 성가셨다.

 

쓰나미가 발생하는 경우에 대비해 대피로 방향과 집결 장소를 알리는 표식이 가끔 눈에 들어왔다.

 

공처럼 둥근 모양의 나무 혹병은 자주 보았지만 이처럼 생긴 혹병은 처음 접한다.

 

속이 텅빈 나무 등걸에 들어가 간식을 먹고 있는 아들을 찍어 보았다.

 

 

 

긴 나무를 반으로 잘라 길을 만들어 놓았다. 사다리의 길이도 족히 20미터는 되어 보였다.

 

 

컬라이트 크릭에 도착하기 직전에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비치가 있었다.

 

케이블 카를 당겨 컬라이트 크릭을 건넜다. 강폭이 넓은 경우는 줄을 당기는데 꽤나 힘이 들었다.

 

 

상태가 좋은 보드워크와 서스펜션 브리지를 만나는 것은 우리에겐 일종의 행운이었다.

 

진흙탕 구간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었다. 순간적인 판단과 균형 감각이 필요했다.

 

 

 

나무에 부표가 주렁주렁 매달린 월브란 크릭 캠프 사이트에 도착했다. 텐트를 치곤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먹이를 찾아 나선 갈매기와 고래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또 하루가 저물었다. 초저녁부터 잠을 청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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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02.09 1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하루 일정을 마치고 햇볕을 이불 삼아 시원한 바닷 바람을 솔솔 맞으며 통나무에 기대어 낮잠을 청하는 기분이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습니다

 

빅토리아에 가면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피셔맨스 워프(Fishermans Wharf)란 곳이다. 이너 하버에서 큰 바다로 나가는 왼쪽 길목에 있다. 옛날에는 고깃배들이 들고났던 곳이지만 지금은 관광객으로 붐비는 명소가 되었다. 고요한 바다 위에 고즈넉이 떠있는 수상가옥들이 여길 빼곡히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파도를 타고 오르내리며 사는 재미가 어떤지, 저녁이면 태평양으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 하는 삶이 어떨까 늘 궁금증이 인다. 집집마다 자전거는 기본이고 카누나 카약까지 비치해 놓았다. 물방개 같은 하버 페리(Harbour Ferry)도 가끔 찾아오고, 지나는 사람에게 먹이를 달라고 조르는 물개 몇 마리를 만나는 행운도 얻는다. 나에겐 이 모두가 이색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에 소개되어 일약 유명해진 밥스(Barbs)란 길거리 식당도 여기에 있다. 이 식당은 피시앤칩스(Fish & Chips)로 유명한데 맛보다는 호기심으로 주문을 했다.

 

빅토리아 외항으로 나가는 길목에 피셔맨스 워프를 알리는 간판이 세워져 있다.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만 운행하는 하버 페리가 피셔맨스 워프로 들어서고 있다.

 

 

 

 

 

 

 

 

 

 

 

피셔맨스 워프의 볼거리로 수상가옥을 첫 손에 꼽는다.

바다 위로 난 보드워크를 걸으며 바다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의 삶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다.

 

오랜 기간에 걸친 학습의 효과인지 사람들이 다가오면 물개들이 나타나 먹이를 달라 조른다.

 

 

해가 태평양으로 내려앉으면서 낮게 깔린 햇살이 수상가옥을 비추고 있다.

 

 

피셔맨스 워프의 명물로 통하는 밥스란 길거리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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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치앤치즈 2016.09.24 04: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상가옥 구경도 하고, 물개 먹이도 주고, 피쉬앤칩스도 먹으러 꼭 가볼만한 곳이네요.^^
    사람사는 모습들이 여유롭고 평화로워 보입니다.

    • 보리올 2016.09.24 07: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빅토리아 참으로 괜찮은 도시입니다. 빅토리아 방문 전이라면 다음에 꼭 한번 들르세요. 토론토나 동부완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2. justin 2016.10.06 15: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유가 넘치기도 하지만 즐길 줄 알고 색깔도 다양하고 무언가 틀에 박힌 것 없이 자유롭고 평화롭습니다 ~

    • 보리올 2016.10.14 09: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러다가 나중에 빅토리아 피셔맨스 워프에 수상가옥 하나 마련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구나. 우리에게 무상 렌트를 해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