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번 하이웨이를 타고 배드랜즈(Badlands)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이 하이웨이는 보스톤에서 시애틀까지 미국 북부 지역을 가로지르는 장거리 고속도로다. 그 길이가 무려 4,853km에 이른다. 그런데 도로 변에 이상한 광고판이 눈길을 끌었다. 아주 단순한 광고 문구가 일정한 간격으로 계속해 나타난 것이다. 월 드러그(Wall Drug)에 대한 광고였는데, 첫 줄에는 커피 5센트, 다음 줄에 월 드러그라 적어 놓는 방식이었다. 커피 한 잔에 5센트 한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처음엔 월 드러그가 무엇일까 잠시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혹시 빌 브라이슨(Bill Bryson)이 쓴 <발칙한 미국 횡단기>에 나오는 그 가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내 생각이 맞을 것 같다는 확신이 설 무렵, 웨스턴 풍의 고풍스런 쇼핑몰이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테드 허스테즈(Ted Husteads) 부부가 1931년에 월(Wall)이란 작은 마을에 드러그 스토어를 설립한 것이 오늘날 이렇게 크게 변모를 한 것이다.

 

 

서부 영화에나 나오던 웨스턴 스타일의 건물이 우리에겐 신기해 보였다. 그 안에 있는 가게들도 우리가 흔히 쇼핑몰에서 보던 현대식 가게들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카우보이 모자와 부츠를 파는 가게와 기념품 가게 등을 둘러 보았다. 카페에서는 정말 5센트짜리 커피를 팔고 있었다. 판다기 보다는 5센트를 통에 넣고 손님이 직접 따라 마시게 하고 있었다. 발상이 기발해 일부러 동전을 바꿔 커피 한 잔씩 했다. 손님을 끌기 위한 미끼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90번 하이웨이 131번 출구에서 빠져 나와 배드랜즈 룹(Badlands Loop)이라 불리는 240번 도로를 타고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프레리 독(Prairie Dog)을 보고 가라는 안내판에 다시 발목이 잡혔다. 이는 강아지가 아니라 맨땅에 구멍을 파고 사는 설치류, 즉 다람쥐와 비슷한 동물을 일컫는다. 적이 다가오면 강아지와 비슷한 소리로 경고를 한다고 해서 독이란 말이 들어갔다. 그런데 이 녀석들 신기하게도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는다. 가게에서 파는 땅콩을 받아 먹기 위해 사람에게 다가 오기도 한다. 어떤 녀석은 내 발밑에서 까치발을 떼며 먹이를 달라 조르기도 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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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비가 내렸다. 새벽에 보스톤으로 출발하기로 했는데 날이 궂어 망설이게 된다. 6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라는데 가까운 필라델피아나 보러 갈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갑자기 목적지를 바꿀 수는 없는 일. 굵은 빗방울을 헤치며 보스톤으로 차를 몰았다. 허드슨 강 위에 놓인 조지 워싱턴 브리지는 뉴저지에서 뉴욕으로 들어가는 길목인데 상습 정체 구간인 모양이다. 이 다리를 건너는데 12불을 냈고 1시간 이상을 길 위에서 허비를 했다. 도로 상태도 엉망이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대로 따랐는데 보스톤에 이르기까지 다섯 군데에서 35불이 넘는 금액을 통행료로 내야 했다.

 

케임브리지부터 들렀다. 가장 먼저 우리 눈에 띈 것이 ‘코리아나’란 한국식당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지 않는가. 대구 지리로 속을 풀고 스시로 배를 채웠다. 하버드와 MIT란 두 명문대학이 있어 집사람이 오고 싶어했던 곳인데 비가 원망스러웠다. MIT에선 차를 잠시 세워 사진 한 장 찍고 하버드로 이동했다. 빗방울도 굵고 뒤따르는 차들이 많아 하버드는 차를 타고 둘러보기만 했다. 나야 전에 두 곳 모두 다녀간 적이 있으니 실망이 적었지만 집사람은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찰스 강가에 잠시 차를 세우고 강 건너 보스톤 풍경을 담아 보았다.

 

 

 

 

 

퇴근 시간에 걸려 보스톤으로 넘어가는 길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역시 대도시라고 차량 정체가 장난이 아니다. 보스톤 커먼스(Boston Commons)에 주차를 하고 시내 구경에 나섰다. 프리덤 트레일(Freedom Trail)을 따라 걷기로 했다. 하지만 빗방울이 너무 굵어 파크 스트리트 교회 처마 아래서 30분간 비를 피해야 했다. 날은 어두워지고 프리덤 트레일에 있는 시설들은 거의 문을 닫았다. 밖에서 건물 사진만 기념으로 한두 장 남기고 있었다.

 

 

 

 

미국이 독립을 쟁취하기 전, 사람들이 모여 영국의 폭정을 규탄하고 독립을 주장한 몇 군데 기념비적인 건물을 지났다. 올드 사우스 미팅 하우스(Old South Meeting House), 올드 스테이트 하우스(Old State House), 패늘 홀(Faneuil Hall)을 지나 퀸시 마켓(Quincy Market)에 닿았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불을 밝히고 있어 그나마 도심 분위기가 밝았다. 노스 엔드(North End)에 있는 이태리 식당들은 초저녁이라 그런지 손님들이 많지 않았다. 아니면 날씨 탓일까? 문 밖에 직원이 나와 호객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다른 식당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노스 엔드에서 발길을 돌려 우리가 찾아간 곳은 유니언 오이스터 하우스(Union Oyster House). 1826년에 설립된 미국에선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고, 실내 장식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나는 왜 이런 분위기의 옛스러움이 좋을까. 홍합 요리와 로컬 맥주, 사무엘 아담스(Samuel Adams) 한 병을 시켜놓고 실내 장식을 찍느라 바빴다. 벽에 걸린 각종 문장과 신문 스크랩, 이 식당을 찾았던 유명인들을  한 장의 종이에 그린 그림도 재미있게 보았다.

 

 

 

 

 

 

보스톤 올 때와는 다른 도로를 이용해 뉴욕으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내비게이션을 끄고 작은 지도 한 장에 의지해 로드 아일랜드(Rhode Island)의 프로비덴스(Providence)로 향했다. 조그만 주의 주도였지만 아름다운 건축물에 밝은 조명이 들어와 정갈한 느낌을 주는 도시였다. 특히, 돔 형태의 주정부 청사는 꽤나 고풍스러워 보였고, 시내를 가로지르는 작은 강을 공원으로 만든 것이 인상적이었다. 프로비덴스를 떠나 95번 주간 고속도로를 타고 코네티컷(Conneticut)을 경유해 밤길을 달려 뉴욕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통행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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