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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스

산티아고 순례길 11일차(부르고스~온타나스) 밤새 비가 내렸다. 전날 수퍼마켓을 찾지 못해 빵집에서 산 빵과 햄으로 아침을 대충 때웠다. 우의를 입고 밖으로 나섰다. 빗방울이 굵지 않아 다행이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 무슨 비석 세 개가 희미하게 보여 다가갔더니 엘 시드와 관련된 유적이었다. 그러고 보니 엘 시드로 알려진 로드리고 디아쓰 데 비바르(Rodrigo Diaz de Vivar)가 여기 출신이었고, 그의 무덤이 대성당 안에 있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세 개의 비석은 솔라 델 시드(Solar del Cid)라 불렸는데, 호세 코르테스(Jose Cortes)가 1784년에 엘 시드의 집이 있던 곳에 세운 건축물을 의미했다. 부르고스 대학교를 지나면서 구름 사이로 어설프게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볼 수 있었다. 해가 떠오르자 빗줄기가 점점 가늘.. 더보기
산티아고 순례길 10일차(산 후안 데 오르테가~부르고스) 하룻밤 묵었던 마을엔 식당도, 가게도 없어 아침을 해결하기가 마땅치 않았다. 결국 자판기에서 1유로짜리 비스켓 하나 꺼내 먹고 나머진 물로 채웠다. 해가 뜨기 직전에 알베르게를 나섰다. 해발 고도가 1,000m나 되는 고지인지라 바깥 날씨는 무척 쌀쌀한 편이었다. 이제 장갑은 필수였다. 붓기와 통증은 남아 있었지만 발목을 움직이기가 훨씬 편했다. 산 후안 데 오르테가를 빠져나오는데 동녘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갈림길에서 발을 멈추곤 마냥 하늘만 올려다 보았다. 내 뒤를 따르던 사람들도 이 광경에 취해 길가에 일열로 서서는 셔터 누르기에 바빴다. 언덕 위 초지로 올랐다. 정자 나무로 쓰이면 좋을 듯한 나무 한 그루가 덩그러니 서있었다. 능선 위로 떠오르는 해는 여기서 볼 수 있었다. 아게스(Ages.. 더보기
산티아고 순례길 8일차(아쏘프라~빌로리아 데 리오하) 오늘도 아침으로 인스턴트 해장국에 면을 넣어 수프를 끓였다. 대전에서 온 의사 부부를 불러 함께 식사를 했다. 너무 허접한 음식으로 아침을 대접한 것 같아 마음이 좀 찜찜했다. 두 사람은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겠다 해서 나만 먼저 출발했다. 어둡던 하늘이 점점 밝아온다. 산티아고를 향해 정서 방향으로 걷기 때문에 늘 뒤에서 해가 돋는다. 긴 그림자 하나를 내 앞에 만들어 놓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청명한 가을 날씨를 보여줬고, 길가에 자라는 풀잎이나 꽃망울엔 밤새 서리가 내려 하얀 옷으로 갈아 입었다. 손이 너무 시려 처음으로 장갑을 껴야만 했다. 이렇게 맑은 날씨에 판초 우의를 걸친 한국인을 한 명 만났다. 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여섯 번이나 왔다고 하는 그는 목례만 하곤 뚜벅뚜벅 길을 재촉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