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8.01.09 부산 금정산 범어사 (2)
  2. 2013.12.27 [시장 순례 ④] 부산 자갈치시장
  3. 2013.12.26 [시장 순례 ③] 통영 중앙활어시장 (2)
  4. 2013.12.07 부산 유엔기념공원 (2)



볼일이 있어 부산에 갔다가 상경하는 날 오전 시간을 비워 금정산 범어사를 찾았다.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는 고적한 산사는 아니었지만, 예전에 몇 번 다녀갔던 추억도 있고 좀 늦은 감은 있지만 산자락에 내려앉은 단풍도 보고 싶었다. 범어사 역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으로 걸어갔는데 거기서 운 좋게도 범어사에서 운행하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범어사는 금정총림이라 하여 대한불교 조계종의 여덟 개 총림 가운데 하나인 대가람이다.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하니 그 역사 또한 상당히 깊다. 해인사, 통도사와 더불어 영남 3대 사찰로도 불린다. 먼저 성보박물관을 살펴본 후 대웅전을 비롯해 관음전, 지장전, 팔상독성나한전 등을 차례로 둘러보았다. 대웅전과 삼층석탑은 보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었다.

 

솔직히 범어사를 찾은 이유는 이런 전각보다도 금정산을 뒤덮은 단풍이었다. 범어사 하면 전국에서 단풍놀이로 무척 유명한 곳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만산홍엽은 어디에도 없었고 사찰 주변을 둘러싼 산자락이 조금 누렇게 물든 것이 전부였다. 그리 화려하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예상했던 것과는 너무 차이가 났다. 이파리가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도 있었지만 내 시선을 붙들진 못 했다. 약간은 실망감을 안고 발길을 돌렸는데, 범어사를 빠져나오면서 만난 조계문 근처에서 제대로 된 단풍을 볼 수 있었다. 몇 그루 단풍나무가 붉게 물든 홍엽을 흩날리며 단풍을 보러 온 나그네를 맞는 것이 아닌가.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것마저 없었더라면 상경을 미루면서 일부러 범어사를 찾은 것이 후회로 남을 뻔 했다. , 범어사 경내에 있는 대숲은 빼곡한 푸르름이 돋보여 나름 느낌이 좋았다는 것은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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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8.01.23 10: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산에 이런 큰 사찰이 있었군요! 금정산은 낙동정맥의 끝지점이라 알고 있었는데 범어사는 처음 들어왔어요~ 신라시대 문무왕때부터면 정말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네요~!

    • 보리올 2018.01.24 05: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부산을 대표하는 사찰이라 꽤 이름난 곳이고 가을엔 단풍 명소로도 유명하단다. 부산 가는 일이 있으면 시간를 내보렴.

 

술을 좋아하시는 선배를 만나 자갈치시장으로 갔다. 그 선배가 이끄는대로 물레방아란 허름한 횟집에 앉았다. 영도다리 공사현장을 바라볼 수 있는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었지만 사람들 발길이 많지 않은 좀 외진 곳이었다. 그런데도 알음알음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우리는 금방 식당 주인과 술잔을 돌리는 술친구가 되었다. 주방 아주머니도 퇴근하고 손님들마저 모두 끊긴 뒤까지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늦게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텔 근처 해장국 집에서 2차까지 했다. 산에서 인연을 맺은 이 선배는 백두대간 종주 중에 술에 시간을 맞춰야지, 어찌 사람에게 시간을 맞추느냐는 불호령으로 나에게 불멸의 명언을 남긴 분이다. 다음 날 산행을 위해 일찍 술자리를 파하게 해야 하는 내 입장 때문에 사람에게 시간을 맞춘다고 이 양반에게 꽤나 혼도 났다.

 

 

 

 

자정이 훨씬 넘어 호텔로 돌아왔는데도 아침 일찍 눈을 떴다. 호텔에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곤 지하철을 이용해 다시 자갈치시장으로 갔다. 나에겐 자갈치시장이 부산을 대표하는 아이콘이었다. 부산까지 와서 자갈치시장을 들르지 않으면 메인 메뉴를 생략한 채 애피타이저만으로 저녁을 먹은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그래서 전에도 여길 자주 찾았었다. 우선 시장 규모도 엄청 나고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사람사는 것 같았다. 바다에서 나는 것이라면 뭐든 다 있다는 말에 걸맞게 해산물이란 해산물은 모두 망라하고 있는 듯 했다. 짭쪼름한 바닷내음과 생선 비린내에 사람사는 냄새까지 더해져 묘하게 향수를 자극한다. 이래서 난 자갈치시장이 좋은가 보다.   

 

아마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자갈치시장은 부산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이다. 바로 옆에서 치열한 삶을 지켜볼 수 있고,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다. 처음 여기에 왔을 때 경상도 특유의 강하고 억센 억양을 듣곤 눈이 휘둥그레졌던 기억이 난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나누는 대화는 꼭 싸우는 소리 같았다. 목소리는 또 얼마나 크던지 잔뜩 화가 나서 고함을 지르는 것 같았다. 그것은 나에게 일종의 문화 충격이었다. 하지만 남다른 억척스러움과 강인한 생활력으로 가정을 일구고 자식들을 공부시킨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가 여기에 계셨다. 여전히 지나가는 아지매를 부르고 가격을 흥정하는 소리에 잠시 추억에 잠겨 본다. 그런 묘한 정취가 있기에 벽안의 외국인들도 가장 먼저 여기를 찾는 것이리라.

 

아침 시간이라 손님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가게들도 막 문을 열어 손님맞을 준비에 바빴다.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모습이라면 새로 신축한 7층짜리 건물이 자갈치시장 한 복판에 들어섰다는 것 아닐까 싶다. 갈매기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했다는 그 건물은 잘 짓기는 했지만 옛스런 정취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실내도 매우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원래 생선가게가 많은 시장은 깔끔하게 유지하기 어려운데도 예전과 달리 엄청 깨끗해졌다. 건물 꼭대기엔 게스트하우스와 커피샵, 전망대도 있었다. 안벽에 배들이 일열로 정박해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열병식을 치루듯 나란히 늘어서 있는 모습이 퍽이나 이국적이었다. 이제 자갈치시장을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여기 오면 먹으려 했던 꼼장어구이는 또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에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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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동피랑 마을을 빠져 나오면서 들른 곳이 중앙활어시장이었다. 두 곳이 붙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았다. 한 바퀴 휙 둘러보는데 한 시간이나 제대로 걸렸나. 한낮의 시장 골목은 한산해서 좋긴 했지만 시장 특유의 활력을 느낄 수 없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청정해역인 한려수도에 면해 있는 지역이라 내심 팔짝팔짝 뛰는 활어의 거친 몸부림과 현지인들의 투박한 사투리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통영 특유의 분위기나 색깔을 느껴보기엔 괜찮았다 생각한다.  

 

여긴 고깃배에서 내린 싱싱한 생선을 회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혼자라서 회를 먹겠다 오기를 부리진 못했지만 모처럼 활어시장을 둘러보아 기분은 그런대로 좋았다. 시장엔 갖가지 생선에 멍게, 어패류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여기서는 회를 사먹는 방식이 좀 달랐다. 횟집으로 들어가 회를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이 활어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아주머니에게 활어를 산다. 그러면 그 자리에서 회를 쳐주는데 그것을 가지고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가거나 숙소로 가져가면 된다. 다른 곳보다 훨씬 싸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식당에선 초장과 몇 가지 반찬을 제공하고 얼마의 돈을 받는다. 회를 치고 남은 생선뼈와 머리로 매운탕을 끓여 내오는 것으로 마무리를 한다. 예전에 속초 대포항에서도 이렇게 회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통영은 원래 도다리쑥국과 멍게비빔밥으로 유명하다. 조금 일찍 왔더라면 도다리쑥국이 제철이었을텐데 여름으로 접어드는 이 시점엔 메뉴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런 바닷가에 와서 제철음식을 찾아 먹을 수 있다면 식도락가들에겐 그만한 행운이 어디 또 있을까. 나야 두 달 전인가 거제도에서 도다리쑥국을 맛보았으니 그리 아쉬울 것은 없다. 멍게비빔밥을 찾아 시장을 헤매다가 방향을 선회해 오계절돼지국밥집으로 들어섰다. 부산에 가면 가끔 먹던 돼지국밥을 통영에서 먹다니 전혀 예상치 못한 선택이었다. 허름한 간판에 마음이 끌렸던 모양이다. 맛은 부산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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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3.12.27 07: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쾌속선 엔젤호가 다니기 시작한 뒤 충무까지 손쉽게 다닐 수 있었어요...40여년 전의 이야기네요... 노년에 여기에 살고 싶다~그랬는데 지금은 다른 항구 도시에서 살고 있으니 사람일은 모르는거에요...^^

  2. 보리올 2013.12.27 15: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엔젤호가 예전에 부산과 충무를 다녔던 쾌속선이지요? 한두 번 타본 적이 있습니다. 쾌속선은 저도 꽤 많이 탔었습니다. 주로 부산~거제 간을 운행하는 쾌속선이었지만요. 배를 타는 것이 좀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때가 그립네요.

 

 

어릴 때부터 유엔묘지에 대해 들은 적이 많았음에도 유엔묘지를 찾아올 생각은 하지를 못했다. 부산을 그렇게 드나들었음에도 말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달랐다. 몇 년 동안 캐나다에서 꾸준히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의 전우가 묻혀 있는 곳을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일었기 때문이다. 뒤늦게 철이 드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나이를 먹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여간 고국 방문길에 부산을 지나칠 기회가 있었고, 일부러 시간을 내서 대연동에 있는 유엔묘지로 발걸음을 돌렸다.

 

난 사실 캐나다에 계시는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자주 만난 편이었다. 그들에게 개인적으로라도 고맙단 인사를 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같은 것이 내 마음 속에 있었던 모양이다. 자기 나라도 아닌 동양의 작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터에 뛰어드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텐데 그들은 그렇게 했다. 노바 스코샤에 있을 때는 6 25일을 전후해 참전용사들과 충혼탑에 헌화한 후 함께 오찬을 가졌고, 연말에는 발레 공연이나 콘서트에 초청하거나 부부 동반으로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도 했다. 그런 자리를 빌어 그들이 보았던 한국, 그들이 치뤘던 전투, 그리고 그들이 겪었던 전우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곤 했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었던 유엔묘지는 정식 명칭이 아니었다. 유엔기념공원으로 불린다는 것을 현장에 가서야 알 수 있었다. 유엔기념공원은 6.25 전쟁 당시 산화한 유엔군 장병의 유해를 안치하기 위해 유엔이 1951년에 만든 묘지였다. 유엔군 기념묘지로는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모두 2,300위의 전몰용사가 여기 잠들어 있었다. 영국이 885위로 가장 많았고 터키와 캐나다가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무슨 연유인지 한국군도 수 십 명 묻혀 있었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엄숙했고 공원 관리 또한 잘 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공원으로 산책을 나온 주민들도 보였다.  

 

캐나다는 6.25 전쟁이 발발하자 UN군으로 참전을 했다. 27,000명이 참전해 516명이 산화했다. 그 중에 378위가 여기에 묻혔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70%가 넘는 전몰용사가 여기에 묻힌 것이다. 36,500명이 산화한 미국군은 대부분 미국으로 송환되고 여기엔 36위만 묻혀 있다는 사실과는 퍽이나 대조적이었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각 나라 묘역을 천천히 돌아보며 그들을 잃고 눈물을 흘렸을 가족들을 떠올려 보았다. 캐나다 묘역에 설치된 기념동상 주변에선 더 오래 머물렀다. 유엔기념공원을 나와 그 뒤에 자리잡은 UN조각공원도 잠시 들러 보았다. 6.25 전쟁에 참전한 나라의 조각가들이 기증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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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3.12.07 1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용히 생각하면서 산책하기에 유엔묘지만 한 곳이 없었어요... 또래의 주검이 죽 늘어서 있는걸 보면 심각한 고민도 다 부질없게 느껴지거든요... 특이하게 유리뚜겅이 있는 박스에 소지품이 들어 있는 캐나다 or 미군 묘지가 있었는데 못보셨나요... 조각공원으로 바뀌면서 조형물이 들어서 자연스러움이 사라진듯 합니다...

  2. 보리올 2013.12.07 11: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엔묘지를 먼저 다녀오셨군요. 유리 뚜껑은 못 봤는데요. 일반인은 묘역 안으로 못 들어가게 해서 자세히는 볼 수 없었습니다. 저는 어떤 특정인을 찾아갔기에 직원의 안내를 받아 캐나다 묘역 안으로 들어가기는 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