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니보인으로 드는 트레일 기점은 크게 세 군데가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기점은 밴프 국립공원에 있는 선샤인 빌리지(Sunshine Village). 카나나스키스 지역에 있는 마운트 샤크 트레일 기점도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어떤 사람은 쿠트니 국립공원을 지나는 93번 하이웨이에서 산행을 시작하기도 한다. 어느 루트를 택하든 아시니보인 아래에 있는 마곡 호수(Lake Magog)에 닿는 데는 12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체력이 좋고 걸음이 빠른 사람은 당일에 닿을 수도 있지만 텐트와 식량을 지고 가는 백패킹에선 무리가 따른다. 마곡 호수에 닿아 하루나 이틀 주변을 둘러보려면 최소 45일 내지는 56일의 일정이 필요하다. 노익장을 모시고 가는 길이라 우린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차량 지원이 가능했더라면 선샤인 빌리지로 들어가 마운트 샤크로 나오면 좋았을텐데 이도 여의치 않았다.

 

첫날의 피로가 쌓인 탓인지 둘째날은 꽤나 고단한 하루였다. 앨런비 정션(Allenby Junction)에서 우리가 걸을 코스가 그리즐리 때문에 출입이 막혔다. 무단으로 들어갔다가 걸리면 벌금이 최대 25천불이다. 2천 만원이 넘는 금액이니 요행에 맡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말이 다니는 우회로를 따라 아시니보인 패스로 올랐다. 경사가 그리 심하진 않았지만 어깨로 전해지는 배낭 무게는 만만치 않았다. 대륙분수령(Continental Divide)에 해당하는 아시니보인 패스에 도착했다. 북미 대륙의 척추에 해당하는 대륙분수령엔 높은 봉우리들이 즐비하다. 아시니보인 산도 그 중 하나다. 대륙분수령 동쪽으론 밴프와 재스퍼 국립공원이, 서쪽엔 요호와 쿠트니 국립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행정구역도 이를 경계로 알버타 주와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로 나뉜다. 대륙분수령은 물줄기, 즉 수계(水系)를 나눈다. 대륙분수령 동쪽의 물은 대서양과 북극해로 흐르고, 서쪽은 태평양으로 흘러든다. 한반도 백두대간과 정맥들이 삼면의 바다로 물줄기를 나누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아시니보인 패스에서 내려서니 고산 초원이 펼쳐진다. 아시니보인 로지로 가는 3km 구간은 별천지로 보였다. 가슴만 겨우 가린 아가씨가 조깅을 하고 있었고, 초원엔 야생화와 야생동물이 우리를 맞았다. 곧 아시니보인 로지가 나왔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어오는 우리에게 박수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로 꽤나 붐비는 로지에서 케익과 맥주를 시키곤 잠시 쉬었다. 우리가 12일에 올라온 길을 헬리콥터로 15분 만에 올라온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 묵는 사람에겐 숙식이 제공되는 까닭에 한 사람이 하룻밤에 최소 350불을 부담한다. 아시니보인 로지 인근에 네이셋 캐빈(Naiset Cabin)이라 불리는 통나무 산장도 있다. 식당 쉘터가 따로 있어 식량만 가져오면 취사가 가능하다. 침상 하나에 하루 20불을 받으니 로지에 비해선 엄청 경제적인 숙소다. 오늘은 네이셋 캐빈에서 하루 자고 내일은 마곡 호수 캠핑장에 텐트를 치기로 했다.

 

밴프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브라이언트 크릭 캐빈은 연중 하이커나 스키어들이 이용하는 숙소다.

 

 

아시니보인 패스로 오르는 길은 꾸준한 오르막이 계속되는 코스지만 시선을 잡아끄는 산악 풍경이 있어 피곤을 잊을 수 있었다.

 

 

그리즐리 활동으로 출입을 통제한 트레일을 피해 우회하는 산길을 걷는데 곰이 배설한 한 무더기의 똥을 발견했다.

 

대륙분수령에 있는 아시니보인 패스를 넘어 마운트 아시니보인 주립공원으로 들어섰다.

 

 

아시니보인 패스를 넘어서면 고산 초원지역이 펼쳐진다. 초원에서 조깅하는 아가씨도 있었다.

 

 

아시니보인 로지 안으로 들어가 잠시 쉬면서 맥주와 차, 빵을 시켰다. 꿀맛이 따로 없었다.

 

아시니보인 로지에서 네이셋 캐빈으로 이어지는 길도 꽤나 운치가 있었다.

 

 

네이셋 캐빈은 몇 채의 통나무 집과 취사 쉘터로 구성되어 있다.

 

 

땅다람쥐와 스노슈 토끼가 사람을 보고도 도망을 가지 않는다.

 

원더 패스를 품고 있는 더 타워(The Tower)의 위용이 눈에 들어왔다.

 

네이셋 캐빈에 짐을 풀고 마곡 호숫가로 산책을 나섰다.

 

 

마곡 호수 건너편으로 아시니보인 산이 그 웅자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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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다 2019.10.20 23: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로지에서 푸는 여정의 고단함과 편안함이 동시에 느껴져요. 풍경 속에 머무는 순간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 보리올 2019.10.21 01: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석양이 내려앉는 시각에 아시니보인을 마주보며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너무나 좋았습니다. 산행의 고단함이 싹 사라지는 순간이었죠.




아이스필즈 파크웨이를 달려 밴프 국립공원을 벗어났다. 선왑타 패스(Sunwapta Pass)를 지나 재스퍼 국립공원으로 들어서면 바로 컬럼비아 아이스필드(Columbia Icefield)가 나온다. 북미 대륙의 등뼈에 해당하는 대륙분수령에 8개의 거대한 빙하가 밀집해 생겨난 곳으로 그 빙원의 면적이 무려 325 평방 킬로미터에 이른다. 빙하도 100m에서 365m에 이르는 두께를 가지고 있다. 여름철에 스노코치(Snocoach)라 부르는 설상차를 타고 오를 수 있는 빙하는 애서배스카 빙하(Athabasca Glacier) 뿐이다. 여름 시즌을 제외하곤 설상차 운행을 중지하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 찾은 애서배스카 빙하는 한 마디로 적막강산이었다. 빙하 아래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눈길을 헤쳐 빙하로 접근했다. 눈으로 덮힌 설원이라 빙하의 모습을 따로 구분하기는 어려웠다. 우리가 걷는 지역이 빙하인지, 모레인 지역인지도 모른 채 하얀 설원을 돌아다녔다.

 

재스퍼에서 30km 남쪽에 있는 애서배스카 폭포(Athabasca Falls)도 잠시 들렀다. 컬럼비아 아이스필드에서 녹아내린 물이 애서배스카 강이 되어 북으로 흐르다가 여기서 폭포를 이뤄 아래로 떨어진다. 낙차는 23m로 크지 않지만 수량이 많아 협곡으로 떨어지는 기세가 장쾌한 폭포다. 컬럼비아 아이스필드의 빙하가 녹은 물은 태평양과 대서양, 북극해로 흘러가는데, 이 애서배스카 강은 북극해로 흘러가는 물줄기다. 여름이면 우렁찬 폭포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지금은 한겨울이라 물줄기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꽁꽁 언 얼음과 수북히 쌓인 눈만 우릴 맞았다. 다양한 모습으로 형성된 얼음덩이는 마치 종유동굴 안에 생성된 종유석을 보는 것 같았다. 겨울이 아니면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라 눈에 새로웠다.






여름철이면 설상차가 사람들을 실어나른다고 분주했을 애서배스카 빙하가 눈에 파묻혀 정적에 잠겨 있다.




빙하인지, 모레인 지역인지도 알 수 없는 설원을 돌아다녔다.




빙하 끝단을 거닐다가 고개를 들면 이런 멋진 산악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강물이 갑자기 협곡으로 떨어지는 애서배스카 폭포도 물줄기가 얼어붙어 고요한 정적만 깃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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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8.02.19 10: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곳곳에 빙하의 흔적이 보이네요! 다들 하얀 코트를 입은 것 같이 본모습을 안 보여주고 하얗게 맵시를 뽐내는 듯 해요~ 겨울 록키 풍경만 본 사람들은 여름때 깜짝 놀라겠어요!

    • 보리올 2018.02.19 17: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럼, 눈으로 덮였다 해도 엄청난 빙원인데 다 가릴 수는 없지 않겠냐. 캐나다 로키는 계절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묘한 매력이 있는 곳이지.



어느 덧 차는 브리티시 컬럼비아(British Columbia)를 벗어나 알버타(Alberta) 주로 들어섰다. 평소 캐나다 로키를 자주 찾기 때문에 여기까지 900km에 이르는 거리는 큰 부담이 되진 않았다. 캐나다 로키는 미국 로키와 연계해 북미 대륙의 물줄기를 나누는 분수령에 해당하는 거대한 산군이다. 대륙 분수령이란 지정학적 의미가 내겐 꽤 크게 다가온다. 하늘에서 빗방울 하나가 어디로 떨어지냐에 따라 그것이 만나는 바다가 다르기 때문이다. , 로키 산맥 동쪽으로 떨어지면 그 물은 대서양으로 향하고, 서쪽으로 떨어지면 태평양으로 흘러간다. 컬럼비아 아이스필드에 있는 스노 돔(Snow Dome)이란 봉우리는 거기에 하나를 더해 북극해로 물을 보내기도 한다. 우리나라 백두대간 상에 있는 태백의 삼수령처럼 물줄기를 세 군데로 보내는 특이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캐나다 로키에서 그나마 단풍을 보려면 모레인 호수(Moraine Lake)에서 하이킹으로 올라가는 라치 밸리(Larch Valley)가 가장 좋을 듯 했지만, 대여섯 시간을 빼기가 어려워 그 대안으로 루이스 호수(Lake Louise)에서 오르는 레이크 아그네스 트레일(Lake Agnes Trail)을 택했다. 아그네스 호수까지 왕복 두세 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는 거리라 큰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산길을 걸으며 우리 눈으로 들어오는 라치의 색깔은 좀 칙칙하게 보였다. 노랑색 단풍은 오히려 보밸리 파크웨이(Bow Valley Parkway)나 밴프 인근에 있는 버밀리언 호수(Vermillion Lakes)에서 감상하기에 더 좋았다. 빨간 단풍을 보기 어려운 캐나다 서부 지역에선 이 정도로도 만족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알버타 주로 들어서 루이스 호수에 닿았다.

너무 자주 보는 호수라 좀 식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름다움은 크게 변치 않았다.


아그네스 호수로 오르며 트레일 상에서 살짝 훔쳐본 루이스 호수



30여 분을 오르면 빅 비하이브(Big Beehive) 아래에 있는 미러 호수(Mirror Lake)를 만난다.



그늘을 만들던 나무들이 시야에서 사라지면 애버딘 산(Mount Aberdeen)과 페어뷰 산(Fairview Mountain)

모습을 드러낸다. 그 사면에 자라는 라치의 색상이 그리 밝지 않았다.




아그네스 호숫가에 지어진 티하우스에 닿았다. 이곳 단풍도 크게 눈에 띄진 않았다.






보 밸리 파크웨이를 따라 내려오면서 노란 단풍을 마음껏 볼 기회가 있었다.





버밀리언 호수 인근에도 유독 노랑색이 많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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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11.10 15: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단풍이 조금이라도 있으니까 색깔이 풍부해지고 더 두각돼서 파란하늘과 하얀 설산이 더 멋드러지네요~!

 

재스퍼 국립공원에서 밴프 국립공원으로 넘어가는 경계 지점에 컬럼비아 아이스필드가 있다. 얼음 두께 300m에 그 면적만 자그마치 325 평방 킬로미터. 우리나라 지리산 국립공원의 크기와 비슷하다. 로키산맥 주능선을 따라 대륙분수령(Continental Divide)이 형성되어 있어 그 동쪽으로 떨어진 물은 대서양으로, 서쪽으로 떨어진 물은 태평양으로 흘러드는데, 재미있게도 이 컬럼비아 아이스필드에 있는 스노 돔(Snow Dome)은 삼수령 역할을 해서 대서양과 태평양 외에도 북극해로 빙하수를 흘려 보낸다.

 

컬럼비아 아이스필드는 캐나다 로키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애서배스카 빙하(Athabasca Glacier) 중턱까지 스노코치(Snocoach)라 불리는 설상차를 타고 오를 수 있도록 해놓았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빙하를 대중적인 관광지로 바꾸어놓은 캐나다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절묘하단 생각이 든다. 매표소 부근에서 빙하가 녹아 없어진 연도를 적어놓은 팻말을 발견할 수 있는데 빙하가 녹는 속도가 점점 빨라짐을 알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의 면적이 점점 줄고 있어 앞으로 몇 십 년 뒤에는 빙하가 모두 녹아 없어질 것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주차장에서 버스를 타고 빙하 옆까지 가선 설상차로 갈아타야 한다. 빙하 위로는 바퀴가 엄청 큰 설상차만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애서배스카 빙하 중턱까지 올라서면 차에서 내려 빙하 위를 걸을 수 있다. 이건 빙산의 일각만 보여주는 격이지만 일반인들에겐 빙하 위를 두 발을 걸을 수 있는 귀중한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빙하 녹은 물을 떠서 마시기도 하고, 몰래 숨겨온 위스키에 빙하 조각을 넣어 마시는 사람도 가끔 있다.

 

 

 

 

 

 

 

[사진 설명] 50불을 내고 스노코치를 타면 일반인들도 애서배스카 빙하에 올라 두 발로 걷는 특이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처음 빙하에 올랐을 때는 대동강 물을 팔아 먹었다는 봉이 김선달이 자꾸 생각났던 곳이기도 하다.

 

 

 

 

 

 

 

 

[사진 설명] 애서배스카 빙하 하단부를 일반인에게 개방해 빙하를 직접 걸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비싼 설상차를 타는 대신 빙하를 체험할 수 있어 자주 찾았었다. 하지만 요즘은 일반인의 출입을 금하고 가이드가 안내하는 프로그램만 남아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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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4.06.20 13: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록키를 갈때마다 컬럼비아 아이스필드를 찾아가는데 설상차를 타본 적은 한번도 없네요. 빙하가 다 녹기전에 아마 현재의 가족과 미래의 가족과 모두 함께 갈 수 있겠죠?

    • 보리올 2014.06.20 14: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설상차를 타고 빙하에 오른 적이 한 번도 없다니 놀랍구나. 내가 너무 무심했던 모양이다. 다음에 함께 가면 꼭 태워주마. 미래의 가족이라 하니 내 귀엔 좀 낯설은 것 같다.

  2. 해인 2014.06.22 05: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설상차 바퀴 크기가 어마어마합니다. 저도 한번도 타보지 못했지만.. 타게된다면 타는 내내 가슴을 졸일것같아요.. 많이 무서울 것 같아요...:),,, 제가 타서 빙판이 깨지는 날에는.. 허허호

  3. 내멋대로~ 2014.06.30 15: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03년도에 갔었는데
    돈없는 학생시절이라....
    말씀하신 빙하 하단부를 무턱대로
    걸어서 올라갔던 기억이 납니다. ^^

    • 보리올 2014.06.30 16: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설상차보다는 빙하를 걸어오르는 것을 좋아합니다만 요즘은 그마저도 금지를 시켰더군요. 빙하 위를 오르는 것은 위험하다는 명분이지만 돈벌이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4. 박미영 2017.07.24 19: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보같은 글을 보냈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어요.
    천천히 찾아 꼼꼼히 글을 읽었다면 그런 질문을 드리지 않았을텐데....
    충분함을 넘어 훌륭한 안내서가 이렇게 있었네요.
    ㅋㅋ 열심히 공부해서 잘 다녀오겠습니다.

    • 보리올 2017.07.24 20: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보내주신 메일에 대한 답이 늦어 미안합니다. 지난 2주간 돌로미테 산장에 있다 보니 와이파이도 시원치 않았고, 스마트폰으로 장문의 답변을 쓰기가 내키지 않았습니다. 노트북 사용이 가능하면 천천히 답변을 드리죠.

 

캐나다 해안산맥 북쪽에 자리잡은 클루어니 국립공원(Kluane National Park)은 캐나다에 있는 국립공원 가운데 두 번째로 크다. 그 면적이 자그마치 21,980 평방킬로미터에 이른다. 태평양과 북극해에 가까운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엄청난 크기의 빙하가 생성되었고, 그 빙하가 만든 광할한 계곡이 발달하기도 했다. 우리가 가는 알섹 밸리도 그 중의 하나다. 국립공원 절반 이상이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그리 잦지는 않다. 산으로 들어가는 트레일도 많은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3~4일 일정으로 즐길만한 백패킹 코스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계곡을 흐르는 알섹 리버는 1986년에 캐나다 헤리티지 리버로 지정되기도 했다.    

 

알섹 밸리로 들어가는 산행 기점은 헤인즈 정션 북쪽 10km 지점에 있다. 왕복 58km에 이르는 이 장거리 트레일은 로웰 빙하(Lowell Glacier)를 보러 가는 백패킹 코스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코스로 백패킹에 나선다면 보통 3~4일의 일정은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는 하루 일정으로 갈 수 있는 데까지 갔다가 돌아오기로 했다. 처음엔 광물을 실어나르던 옛도로를 따라 걸었다. 등반고도, 즉 엘리베이션 게인(Elevation Gain)이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이라 전혀 힘들지 않았다. 우리 양쪽엔 넓은 초원이 자리잡고 있었다. 산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냇물을 건너야 했다. 등산화를 벗을까 고민하다가 나무와 돌을 놓고 그 위를 밟아 어렵지 않게 건널 수 있었다.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길이라 산책나온 것처럼 여유로웠다. 여기도 노랗게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버드나무와 같은 관목이 많기 때문이다. 풍경에 큰 변화는 없었다. 산길에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어 쓸쓸하기까지 했다. 얼마를 걸었을까. 한 눈에 보기에도 건너기 쉽지 않은 개울이 나타났다. 흙탕물에 수량도 많고 격류도 대단했다. 건널 수 있는 곳을 찾아 위아래로 다녀보았지만 위험을 무릎쓰고 건너기는 좀 부담스러웠다. 일행들과 협의해 여기서 돌아서기로 했다. 여기가 5km 지점쯤 되니 왕복 10km를 걸은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두 쌍의 커플을 만났다. 이들은 우리가 건너지 못한 개울을 건넜던 모양이다. 젊은이 둘은 독일에서 왔다고 했고, 중년 커플은 BC 주에서 왔다고 했다. 아무도 없는 산길에서 만난 것도 인연이라고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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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03.02 07: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람에 날리는 풀이 인디언 추장 머리처럼 보여서 놀래킵니다...
    찍사는 외로워~입니다그려...ㅎㅎ

    • 보리올 2014.03.02 08: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거기서 인디언 추장의 머리가 떠오른다니 기발합니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 보이는군요. 찍사는 늘 혼자 하는 싸움이라 원래 외로운 법입니댜.

  2. 해인 2014.03.02 1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인디언 추장 머리말고 라이온킹이 갑자기 떠올랐어요! 다시 눈 비비고 똑바로 보게 만드는 사진이네요 :)

    • 보리올 2014.03.02 13: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네 말대로 라이언킹이라 생각하고 보니까 그런 것도 같구나. 이거 줏대없이 인디언 추장 머리라고 하다가 라이온킹이라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3. 제시카 2014.03.03 23: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같은 사진 보곤.. 자동차에 붙일수있는 머리만 댕글댕글 움직이는 인형들이 바람에 날리는게 생각이났어요..... 전 참 특이한거같아요.. ㅎㅎㅎㅎ 처음에 빠알간 잎들 사진이 정말 이뻐요! CG 같아요 ㅎㅎㅎ

    • 보리올 2014.03.04 00: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무슨 일로 이렇게 일찍 일어났니? 설마 밤 새운 것은 아니겠지? 넌 저 사진이 인형으로 보인다니 정말 신기하다. 보는 사람마다 연상하는 게 전부 틀리네.

  4. 안영숙 2015.12.23 06: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오랫동안 침묵,
    이제 2년이 지나서 보니 감개무량하네요,
    사진의 주인공? 이 물 건너다 오른발이 살짝 빠져 밤새 난로
    덕분에 잘 말라서..
    사실 혼자 내 힘으로 했으면 무사했을텐데 .

    Yukon의 가을풍경, 또다른 색갈이 오랫동안 가슴에
    찐하게 물 들어 있습니다, ,영원히 고맙고 ! 기회주심에.

    • 보리올 2015.12.23 09: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세월 참 빠르죠? 벌써 2년이 후딱 지나갔으니 말입니다. 유콘은 언제 다시 다녀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겨울에도 한번 가보고 싶구요.